제3의 저격자

[다이 하드] 1편의 예를 들죠. 악당들을 다 때려잡은 존 맥클레인이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 잡은 것이 아니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은 줄 알았던 마지막 테러리스트 칼이 총을 쏘아대며 튀어나온 겁니다. 하지만 그 때 칼을 때려잡은 건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존 맥클레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뒤에서 맥클레인을 돕던 알 파웰 경사였죠.

이런 식입니다. 주인공은 방심하거나 무기를 빼앗기거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무기를 든 악당과 마주쳤습니다. 악당은 이제 총을 뽑아 방아쇠만 당기면 되지요. 실제로 종종 총소리까지 들립니다. 하지만 총을 쏜 건 악당이 아니라 주인공을 돕는 제3의 인물이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편'인 캐릭터가 마침내 우위에 서서 악당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뒤에서 숨어 있던 또다른 악당에 의해 총에 맞아 죽거나 부상당하는 것이죠.

자세히 보면 여기엔 계급차별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제3의 저격자에 의해 총에 맞아 죽는 인물은 최종 악당이나 주인공인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건 일종의 쓰레기 청소이며 방해물 제거이죠. '우리 편'이 죽는 경우에도 이런 말을 쓰는 건 가혹하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아요. 주인공이 최종 악당을 죽인다는 기본 스토리에 낮은 계급의 방해꾼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지요. 누군가 그 방해꾼을 청소해야 하는 겁니다. 위에서 예로 든 [다이 하드]의 경우처럼 그 스토리가 끝난 뒤라면? 그건 '뒷청소'입니다. 주인공은 이미 임무를 다 했으니 덜 중요한 다른 사람이 처리를 해야죠.

'제3의 저격자' 설정은 그 '덜 중요한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총에 관련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파웰 경사는 이를 통해 자신이 진정한 경찰임을 입증합니다. [하이 눈]에서 에이미는 남편을 죽이려는 악당을 총으로 쏘면서 남편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용기를 입증하고요.

이런 공식은 액션 영화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호러의 경우는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장르에서 '착한' 주인공은 악당들을 꼭 직접 죽일 필요도 없고 심지어 살아남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지요. [페노미나]에서처럼 비교적 덜 중요한 캐릭터가 최종 악당을 죽이고 주인공을 구할 수도 있고 [오멘]에서처럼 악마의 아들을 죽이려는 주인공을 제3의 저격자인 경찰이 쏴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리듬감과 반전의 충격, 갑작스러운 사태 해결이 제시되는 것은 같습니다. (08/05/12)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