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미소

이상기의 [무방비도시]가 의도했던 사실주의의 반의 반도 도달하지 못했던 이유는 엄청나게 많죠. 그걸 다 언급하는 건 시간 낭비고... 오늘 전 그 중 하나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바로 '회심의 미소'죠.

이 영화에 나오는 소매치기들을 보세요. 그럴싸하게 소매치기 작업을 끝마치고 자리를 빠져나오는데 모두 거창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와, 난 아까 정말 끝내줬어!"라고 고함이라도 지르는 것 같아요. 진짜 소매치기들이 저런다면 지금쯤 몽땅 감옥에 있겠죠. 소매치기들은 사기꾼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절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니 말이죠.

서툰 감독들이 무표정함이 당연한 상황에서도 배우들에게 '회심의 미소'를 남발하게 하는 건 뻔한 이유 때문입니다. 관객들에게 그들이 본 것이 얼마나 '쿨하고' 그 작업을 행한 캐릭터가 지금 얼마나 만족스러워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둔한 관객들은 그걸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믿는 거죠.

물론 그런 건 먹히지 않습니다. 일단 사실성이 떨어져요. 사실성이 떨어지면 흉내처럼 보이고 당연히 감독들이 요구하는 쿨함도 날아가 버립니다. 그들이 쿨하지 않다면 회심의 미소는 처음부터 의미가 없는 거죠. 그와 함께 작품 자체도 한 없이 촌스러워지고. (08/06/1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