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접시

모든 UFO가 접시처럼 생긴 건 아닙니다. 심지어 이 표현을 만든 케네스 아놀드가 목격한 UFO도 우리가 생각하는 접시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부메랑과 비슷한 모양이었지요. 하지만 그들 중 접시모양을 한 것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UFO 열풍이 한창이던 50년대엔 가장 인기있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접시 모양의 외계인 우주선이 지구 대중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이죠. 만약 접시 모양 UFO가 정말로 외계인의 우주선이라면 이건 굉장한 일입니다. 다른 행성의 문화가 지구의 디자이너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끼친 것이니까요. 물론 회의주의자들은 보다 쉬운 답을 낼 수도 있습니다. UFO 열풍 이전에 이미 니콜라 테슬라가 접시 모양의 비행체를 예언했지요.

하여간 50년대 미국 SF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우주선은 대부분 접시 모양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과학이 발달된 미래를 다룰 경우, 지구인들의 우주선도 접시 모양인 경우가 많았죠. 당시 할리우드 영화쟁이들은 될 수 있는 한 '사실'에 충실하려 했던 겁니다. 심지어 [디스 아일랜드 어스]와 같은 영화는 유명한 UFO 사진을 보고 디자인을 그대로 복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럴 때 디자인의 저작권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요.

6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슬슬 이 디자인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조금씩 디자인의 변주가 시작되지요. 가장 유명한 건 [스타 트렉] 시리즈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입니다. 이 우주선의 디자인은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죠. 기존의 비행접시 모양에 로켓 모양을 덧붙인 것입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행접시의 위치는 점점 더 축소되어 갔습니다. 조지 루카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와 함선을 모델로 [스타 워즈] 우주선을 만든 뒤로는 더욱 그랬습니다. 비행접시는 '사실'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영화가 제공해주려는 속도감과 공격성을 표현하기엔 모자라는 점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비행접시를 등장시키는 영화들이 있지만 대부분 고풍스러운 효과를 내는 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작정하고 만든 구식 외계인 침략 영화이고 [화성 침공!]은 50년대 영화의 패러디지요. 50년대 고전 SF의 리메이크인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도 비행접시 대신 구형의 우주선을 등장시키고 있지요. (09/02/0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