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목욕신

사극 목욕신은 이 장르에 적절한 수위의 에로티시즘을 불어넣기 위한 인기 수단입니다. 비주얼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커다란 함지박 안에 물을 담아놓고 여자배우들을 집어넣는 것이죠. 노출은 웬만한 시상식 드레스보다 덜합니다. 몸 대부분이 물 속에 들어가고 가슴 노출 없으며 심지어 목욕하는 동안에도 가벼운 옷을 입고 있지요. 드러나는 것은 어깨와 팔 정도. 무대가 야외로 옮겨지면 약간의 변형이 있고, 만약 장르가 영화라면 노출의 정도는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중파 텔레비전이라면 한계는 명확하죠. 보여줄 수 없는 걸 보여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사극에서 누군가가 목욕을 하면 매스컴에서는 난리를 칩니다. 이번 [왕녀 자명고]에서도 박민영의 목욕신이 나오는 모양인데, 그 소식이 뜨자마자 [SBS 갈수록 대담해지는 '목욕신 노출'], ['자명고'도 벗어?…여배우 노출없는 사극 안되나] 같은 기사들이 뜹니다. 하지만 대담해져봤자 어깨와 가슴골이 살짝 보일 정도이며 이 정도면... 말을 말죠.

왜 저 사람들은 이렇게 환장하는 걸까요? 그거야 수십 년 동안 길들여진 결과 조건반사화되었으니까요. 목욕을 하기 힘들었고 여자들의 노출이 적었던 시절의 고정관념이 사극이라는 타임 캡슐을 타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현대극에서 같은 수준의 노출이 나온다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걸요.

따지고 보면 지금 돌아다니는 노출 논란도 다 짜고치는 고스톱인 것이죠. 이 정도의 노출로는 현대 시청자들을 자극할 수 없어요. 매스컴에서 노출과 에로티시즘을 과장해 광고해주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말 사람들은 거기에 넘어가요. (09/02/0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