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보고 있다

[닥터 후] 2006년 크리스마스 특집에 캐서린 테이트가 연기한 도나 노블은 산타로 변장한 외계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에 납치당합니다. 덜컹거리는 타디스를 조종해 택시의 뒤를 쫓는 닥터. 도나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타디스로 점프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부모가 운전하는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두 아이들이죠. 얘들은 그냥 구경만 하지 않고 고함을 질러대며 응원을 하다가 마침내 닥터가 도나를 구출하자 환호성을 지릅니다. 대낮에 파란경찰전화박스가 날아다니는데, 이걸 목격한 사람들은 바로 이 두 꼬마들 뿐이었다는 거죠.

이런 일은 영화 세계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가장 많이 일어날 때는 다음 세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죠. (1)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고속도로이고, (2) 그 사건이 초현실적이거나 어처구니 없으며, (3) 아이들의 부모가 전화하거나 운전하거나 말다툼하느라 바쁠 때. 여기엔 몇 가지 변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꼭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창문을 통해 무언가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설정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거야 관객들이 있으면 더 흥이 나니까요. 구경꾼을 넣으면 액션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기가 쉬워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어도 보고 놀라는 누군가가 있어야 좋고요. 그런데 왜 아이들일까요? 그거야 (1)번 경우 보통 어른들은 운전을 하고 있으니 주변을 여유있게 둘러보다 무언가 괴상한 걸 발견할 사람은 보통 뒷좌석에서 따분해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게다가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은 결코 대중에게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데, 아이들이 유일한 목격자라면 대충 커버가 되거든요. 어른들은 결코 그 아이들을 믿지 않을 테니.

한 가지 그럴싸한 이유를 더 생각해냈는데, 그건 이것이 일종의 복수라는 것입니다. 원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믿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잔뜩 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어른들은 그들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그것이 너무나도 억울했겠죠.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자기 자신들도 알면서요. 그러니까 괴상한 사건을 목격하는 아이들의 클리셰는 이런 선언인 셈입니다. "것봐, 내가 그 때 한 말은 진짜라니까!" (09/03/0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