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시체

오래간만에 고전 클리셰입니다. 설정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옆에 시체가 하나 있더라는 거죠. 섹스의 쾌락과 죽음의 공포가 아주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우선 시체를 발견한 사람이 주인공일 때가 있습니다. 일어나 보니 어제 원나잇 스탠드를 한 사람이 죽어 있고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술을 진탕 퍼마셨을 수도 있고 기절했을 수도 있고 약물에 중독되었을 수도 있지요. 순식간에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은 경찰을 피해다니며 진범을 찾으러 돌아다닙니다. 물론 아주 운이 나쁘면 그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밝혀낼 수도 있습니다.

시체 옆에서 깨어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당사자는 대부분 돈과 파워가 막강한 나이 든 남자입니다. 정치가일 경우가 가장 크겠죠. 이렇게 되면 사인과 진상은 다양해집니다. 죽은 사람은 그냥 자연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가의 경우라면 그래서도 곤란하죠. 악명높은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에드윈 에드워즈의 유명한 농담이 있지 않습니까? "The only way I can lose this election is if I'm caught in bed with either a dead girl or a live boy". 바로 그 중 하나가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이 경우 그 남자가 진범일 경우가 더 많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시니컬한 작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그는 영화가 끝날 무렵 몰락하게 됩니다.

다양한 변주와 친척들이 있습니다. 우선 시체가 원나잇 스탠드 상대나 성매매 직업 종사자가 아닌, 오래된 애인이나 배우자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주인공의 정신적 충격이 훨씬 크겠죠. 히치콕의 [39계단]처럼 조금 온건한 버전도 있습니다. 이 경우 주인공은 신사라서 살해당한 낯선 사람과 동침하지 않습니다. 초자연현상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뱀파이어물이 그렇죠. 그 낯선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동안 주인공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을 수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주인공이 나간 뒤에 살해당하는 경우도 많은데, 007 영화에 출연한 운 나쁜 여자들이 그렇습니다. (09/06/0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