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 연애 중심은 당연하다

제목이 좀 어색하고 의미가 불분명하군요. 여기에서 이성애는 동성애 또는 퀴어의 대립 개념으로 쓰인 게 아닙니다. 사실 꼭 이성애일 필요도 없어요. 만약 퀴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대중화된다면 그 프로그램이 다루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시대는 아니죠.

이것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리 건전치 못한 현상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작가들이 메인 스토리로 잡아놓은 이성애 연애 관계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거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처음부터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끝난 [찬란한 유산]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새 제가 보는 [선덕여왕]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두 드라마를 예로 들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메인 이성애 관계보다 훨씬 흥미로운 관계들과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찬란한 유산]에서는 고은성과 장숙자의 관계, 장숙자와 백성희/유승미 모녀의 관계가 훨씬 재미있었고 드라마의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덕만/천명의 자매나 덕만과 소화, 자매들과 미실의 관계 쪽이 감정이나 동기 묘사가 훨씬 잘 되어 있지요. 작가들이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들에 몰입할 수 있고 결과론적으로 이들의 관계도 진짜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고은성과 선우환, 덕만과 김유신의 관계는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자에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고 후자는 그냥 갑작스럽거나 생뚱 맞습니다. 작가들은 이들이 메인 이성애 커플이니 시청자들이 당연히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 웃기는 건 그런 걸 또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거죠. 더 나쁜 건 이런 기계적인 이성애 연애에 밀려 공들여 쌓아놓은 다른 관계들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것이고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09/08/10)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