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 나타난 덩치 큰 악당

대부분 비슷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용감한 액션 주인공이 열 일곱 명의 악당들을 주먹 하나로 거의 다 때려잡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인공의 두 배쯤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악당이 나타납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용감하기 짝이 없던 주인공은 새파랗게 겁에 질렸습니다. 그는 주변에 있는 모든 무기들을 총동원하고 온갖 비겁한 짓도 서슴지 않지만 악당은 꿈쩍도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대충 둘 중 하나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우선 결국 주인공은 몸싸움에서 악당에게 지고 두목에게 끌려갑니다. 아니면 주인공은 운이 엄청 좋거나 잔꾀에 성공해서 빠져나옵니다. 첫 번째 경우로 끝나는 경우에도 주인공에게는 이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이런 액션 장면이 필요할까요. 일단 주인공이 너무 세기만 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장면이 등장하면 주인공에게 용감한 남자 주인공의 뻣뻣한 인상에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집니다. 몸도 잘 쓰지만 이런 사태를 극복할만큼 머리도 잘 돌아간다는 거죠. 결국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영화에 상당한 양의 유머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덩치 큰 악당이 정말로 심각한 위험인물로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동화 속의 거인처럼 멍청하고 힘만 센 존재입니다. 심지어 많은 경우 악당이 아닐 수도 있죠. 그는 맞서 싸워야 할 악의 존재가 아니라 현명하게 다스려야 할 자연의 힘입니다. (09/12/1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