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주연
나탈리 포트먼....앨리스
Natalie Portman....Alice
주드 로....댄
Jude Law....Dan
줄리아 로버츠....안나
Julia Roberts....Anna
클라이브 오웬....래리
Clive Owen.... Larry

래리, 앨리스, 댄, 안나

패트릭 마버의 희곡을 각색한 [클로저]의 기본 설정만 이야기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고 전문 기자이며 소설가인 댄은 미국인 스트리퍼 앨리스와 사랑에 빠집니다. 몇 개월 뒤, 앨리스를 모델로 한 소설을 쓴 댄은 표지용 사진을 찍는 미국인 사진작가 안나를 유혹합니다. 안나는 거절하고 댄은 그런 안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섹스 채팅방에서 안나 행세를 하며 피부과 의사 래리를 유혹한 뒤 데이트 약속을 잡아버리죠. 래리는 안나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그 동안 댄은 안나를 유혹하는 데 성공해버립니다.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상대를 바꾸어가며 유혹을 하고 유혹을 거절하고 유혹에 응하고 유혹을 포기합니다. 그 최종 결과가 그렇게까지 밝은 것도 아니고요. [클로저]는 사랑의 행위와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로맨스는 아닙니다. 로맨스에 필수적인 사랑의 감정이 제거되어 있지요. 영화는 이 네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보여주지만 결코 그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더 중요시하는 건 이들이 애써 가꾼 사랑을 파괴하고 파트너들에게 상처를 주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클로저]는 섹스에 대한 완곡화법이 제거된 18세기 프랑스 코미디와 같습니다. 영화가 거의 주제가처럼 틀어대는 모짜르트의 [코지 판 투테]로부터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교양있고 언어를 잘 다룰 줄 알며 유혹의 기술에도 밝은 잘 생긴 사람들로, 자신의 매력과 능력, 욕망을 그대로 방치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유혹의 게임은 어쩔 수 없는 천성입니다.

18세기 코미디와 [클로저]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사랑의 진정성 따위는 처음부터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네 주인공들은 모두 상당히 야비한 편이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원작자이며 각본가인 패트릭 마버를 능가하지는 못합니다. 4년에 걸친 거짓과 배반과 약탈의 드라마를 번개불에 콩볶듯 후닥닥 넘기면서, 마버는 용서와 화해, 행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진실과 거짓이라는 단순한 도구를 이용해 뭉게 버립니다.

덕택에 [클로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어두운 비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비극보다는 얄미운 코미디에 더 가깝습니다. 마버는 정말 작정을 하고 이들을 괴롭히고 있거든요. 이런 파국들이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한 두번 정도만 일어나면 진지한 드라마로 봐줄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다 일어난다면 이건 농담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자기가 만든 주인공들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빠트린 뒤 키들거리는 작가의 음흉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군요.

마이크 니콜스는 연극 각색에 능한 전문가답게 필요 이상의 노력을 남발하지는 않습니다. 교차 편집과 같은 영화적 도구들은 필요할 때만 깔끔하게 등장하고, 통풍도 어쩔 수 없을 때만 가끔 할 뿐이죠. 영화는 원작의 구조를 고수하며 네 주인공들의 상호관계에 집중합니다. 명성높고 잘생긴 네 배우들과 군더더기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된 스타일 덕택에 이 야비한 영화는 아르마니 양복처럼 고급스럽고 간결하며 아름다운 어떤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외양은 영화의 주제와 내용을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죠. (05/01/25)

DJUNA

기타등등

클라이브 오웬은 [클로저]의 무대에서 댄을 연기했습니다. 안나 역에는 원래 케이트 블란쳇이 캐스팅되었지만 임신 때문에 포기해야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