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진표

주연
하지원....이지수
김명민....백종우
임하룡....박근숙
임성민....춘자
남능미....주옥연
최종률....남편
손가인....서진희
신신애....엄마
임종윤....배석준
임형준....배석원
김여진....송영찬 박사
김광규....국동석
정의철....유승욱
강신일.....지수부

종우와 지수

[내 사랑 내 곁에]의 두 주인공 이지수와 백종우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만납니다. 백종우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중이고 이지수는 장례지도사죠. 알고 봤더니 두 사람은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오빠 동생하던 사이였고요. 백종우는 이미 루 게릭 병에 걸려있지만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도 합니다.

당시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백종우는요.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다른 누구에게 짐을 지워주는 일은 안하는 게 예의잖아요. 하지만 이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를 하지 못할 것도 아니며, 못 한다고 해서 우리가 거기에 참견해야 할 이유도 없죠. 진짜로 걸리는 것은 여자주인공의 직업을 아는 순간부터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가 훤히 보인다는 것인데, 어차피 이 장르에서 그게 큰 단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예상외로 밝습니다. 달짝지근하긴 하지만 감상적이지는 않고 유머도 상당히 많습니다. 전반부만 그런 게 아니에요. 박진표는 어떻게 해서든 이 영화가 지나친 감정에 빠지는 걸 막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기질적으로 신파일 수밖에 없는 영화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거기에 빠져야 할 이유는 없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루 게릭 병의 진행 과정에 얽혀 있습니다. 드라마와 갈등 모두가 백종우가 병의 어느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지요. 종종 주인공이 백종우가 아닌 병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요. 심지어 후반부에서 백종우를 괴롭히는 감정적 혼란도 뇌기능 장애가 원인이거든요. 백종우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수동적으로 병의 증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겁니다.

본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 6인실 병동은 신체가 마비된 환자들과 그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로 제시됩니다. 전신마비에 빠진 피겨 스케이트 선수에서부터 9년째 인사불성인 남편을 간호하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줄기세포치료나 불법시술, 안락사와 같은 문제들도 언급되지요. 종종 이들은 순전히 이슈를 언급하기 위해 등장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조금 튄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막판은 물론 눈물짜는 신파입니다. 전 그렇게 억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신파의 기능은 충분히 한다고 할 수 있어요.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가 영화의 성격과 잘 어울리고 상황도 잘 통제되고 있지요. 도입부에서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쿨한 척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판의 신파를 고려해보면 감정적인 균형을 잡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 같아요.

[내 사랑 내 곁에]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었던 바로 그 박진표 멜로이며, 이 영화에서 그 이상의 어떤 것을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틀 안에서 잘 기능하는 영화이니 그것만 해도 좋은 거죠.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작들보다 오히려 더 정직한 영화라고도 생각해요. (09/09/16)

DJUNA

기타등등

전 임성민 캐릭터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임하룡 캐릭터가 좀 무섭더군요. 반전이라도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의 성격상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