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Coco avant Chanel (2009) * * 1/2

감독
안 퐁텐 Anne Fontaine

주연
오드리 토투....가브리엘 '코코' 샤넬
Audrey Tautou....Gabrielle 'Coco' Chanel
브느와 푈부르드....에티엔 발장
Benoît Poelvoorde....Étienne Balsan
알레산드로 니볼라....아서 '보이' 카펠
Alessandro Nivola....Arthur 'Boy' Capel
마리 질랭....아드리안 샤넬
Marie Gillain....Adrienne Chanel
에마뉘엘 드보....에밀리안 달렝송
Emmanuelle Devos....Emilienne d'Alençon




코코
우리나라에서는 [코코 샤넬]로 개봉되는 이 영화의 원제는 [Coco avant Chanel], 그러니까 [Coco Before Chanel]입니다. 혁명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일생이 본편이라면 이 영화는 일종의 프리퀄인 셈이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나 [비커밍 제인]이 그런 것처럼요. 이 역시 전기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특히 경력 자체보다 무엇이 주인공을 우리가 아는 그 인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영화들이 더 재미있을 수 있겠죠.

영화가 집중하는 영역은 코코 샤넬이 파리의 바람둥이 에티엔 발장의 애인이 되어 파리로 가고 그곳에서 영국인 사업가 아서 '보이' 카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시작하는 부분까지입니다. 영화를 보면 20대 중반의 몇 개월 동안 벌어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20대 중반에서부터 30대 후반에 이르는 꽤 긴 기간을 커버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미 이야기했군요. 코코 샤넬과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나올 수 있는 이야기죠. 두 사람은 모두 코코 샤넬이 파리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둘 다 샤넬의 애인이었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죠.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샤넬의 일생을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들과 샤넬의 관계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과연 생산적인 일인가? 그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을 다시 예로 들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두 아르헨티나 청년의 모터사이클 여행은 그 중 한 명인 체 게바라의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커밍 제인]을 만든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과 톰 르프로이의 로맨스를 상상했던 것은 그것이 오스틴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죠. 다들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코 샤넬]에서 샤넬의 로맨스는 코코 샤넬이라는 예술가의 인생에서 그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경력을 돕기는 했어요. 그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영화에서 보면 코코 샤넬은 천부적인 디자이너로, 우리가 아는 '코코 샤넬'이 되기 위해 꼭 그들의 도움이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과의 로맨스가 어떤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영화 내내 코코 샤넬의 재능과 로맨스는 그냥 별개로 존재합니다. 그 로맨스가 지루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판에 가면 허무해져요. 제가 보러 왔던 건 디자이너 샤넬이지, 비극적 연인 샤넬이 아니었는데. 심지어 영화 주인공 샤넬도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한 것 같습니다. 늘 이렇게 투덜거리며 다니거든요. "이 곳 사람들은 놀기만 해. 난 일을 하고 싶어. 제발 내가 일을 할 수 있게 해줘!"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그냥 기대치를 정확하게 잡으라는 것입니다. 코코 샤넬이라는 예술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예쁘고 재능있는 코코라는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연애 이야기를 기대하세요. 그런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코코 샤넬의 고전들이 이곳 저곳에서 등장하니까 그것들도 잡아보시고. 오드리 토투는 어떠냐고요? 제가 생각한 코코 샤넬하고 전혀 달라요. 하지만 은근히 외모가 비슷해지는 부분도 있으며 두 사람의 개성이 충돌하면서 꽤 재미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리옹 코티야르가 [라비앙 로즈]에서 보여준 현란한 스펙터클은 기대하지 마세요. 그런 게 나올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니까. (09/08/21)

DJUNA

기타등등

영화가 끝날 때까지 샤넬이라는 성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것 같던데 맞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