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공수창
조규옥
김정구
유준석

주연
이세은....윤영
임원희....최형사
이영진....홍아
이정헌....장서원
명지연....강수진
차수연....소희
정재진....병원장
한태일....최 노인
정보훈....한명숙
배소연....혜영

윤영

[코마]는 [동상이몽], [가족연애사]로 이어지는 OCN의 세 번째 오리지널 미니시리즈입니다.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시리즈의 다섯 에피소드들도 하나의 설정 속에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죠. [코마]에서 그 설정은 폐쇄직전의 종합병원과 10년 전 그 병원에서 사라진 혜영이라는 어린 소녀, 그리고 이송을 기다리는 코마 환자 소희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생일파티]의 주인공은 혜영의 언니이고 지금은 보험회사 직원인 윤영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 [틈]의 주인공은 병원의 비밀을 알고 있는 간호사 강수진이고, 세 번째 에피소드 [목걸이]의 주인공은 병원의 비밀을 미끼로 10년째 협박을 하고 있는 최형사이고, 네 번째 에피소드 [붉을 홍]의 주인공은 소희의 옛 학교 친구이고 귀신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화가 홍아이고, 마지막 에피소드 [의사 장서원]의 주인공은 이 시리즈의 실질적인 악역인 의사 장서원입니다.

개별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조금 귀찮은 일입니다. 내용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모두 병원에서 귀신을 보고 괴로워하고 죽거나 다칩니다. 그게 다예요. 가끔 미스터리들이 제시되고 그것들이 중간중간에 해결되긴 하지만 그 과정이 특별히 재미있거나 엄청난 국면 전환을 안겨주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미스터리들이 설명되는 마지막 에피소드 [의사 장서원]에서도 발견의 기쁨이나 충격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전 그냥 이렇게 묻고 싶더군요. "그래서 뭐?"

[코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 설정의 한계입니다. 이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네 명의 감독이 각각 한 편 (크리에이터인 공수창은 앞뒤 두 편)을 맡아 자기 개성과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시리즈의 설정은 결코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제대로 된 자유를 주지 못합니다. 아무리 느슨하다고 해도 하나의 스토리 속에 연결되어 있고 주어진 재료들도 같거든요. 차라리 보다 조밀하게 짜여진 각본으로 치밀한 5부작 퍼즐을 만드는 게 나았죠. 그렇다고 지금 재료들을 활용하면 치밀한 5부작 이야기나 나오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코마]의 이야기는 5부작 미니시리즈를 채울만큼 넉넉하지 않습니다. 한 시간 반 짜리 귀신 영화를 만들어도 아슬아슬할 지경이에요.

그래도 감독들은 그 제한된 설정 안에서 뭔가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합니다. [틈]에서는 심리적인 공포를 강화해보려고도 해보고, [목걸이]에서는 추리물을 전면에 넣어보기도 하고, [붉을 홍]에서는 귀신 보는 화가 캐릭터를 통해 시각적인 표현폭을 넓혀 보려고도 하죠. 그들이 게을렀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코마]의 공포효과 절반 이상은 사다코와 가야코 콤비로 구성되어 있어요. 관절염 걸린 긴 머리 여자 귀신들이 삐걱거리며 기어나와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거죠. 이런 게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니 무섭다기보다는 맥이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환경을 탓한다고 책임회피가 되는 게 아니에요. 이게 얼마나 바보 짓인지 설득하는 것도 그 사람들 일이죠. 그걸 아무런 반항 없이 따랐다면 빈 자리를 채울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없었던 거고요.

캐릭터들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전 이 미니시리즈에 등장하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하고 무례한 인간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심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나름대로 사실적인 접근법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인간들을 축으로 드라마를 쌓아올리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특히 의사 장서원은 그냥 공해입니다. 공감도 되지 않고 무섭지도 않고 무게감도 없고 재수없으며 종말도 시시해요. 전 정말 이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이 시리즈의 알파이고 오메가인 것입니다. 도대체 왜? 무슨 자격으로?

병원이라는 배경이 활용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벤치 마킹한 게 분명한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은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코마]에서 이들은 자기 직업에 대해 막연한 관념만 간신히 가지고 있는 배우들처럼 보여요. 한마디로 설정 낭비인 것입니다. 사전조사도 부족했고요.

아까 전 코마의 가장 큰 문제점이 기본 설정의 한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설정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였는가? 아뇨, 그렇게 쉬울 리가 없어요. 이 모든 건 한국 호러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상상력의 부족과 안전주의, 장르 지식의 결여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06/08/21)

DJUNA

기타등등

각 에피소드마다 겹치는 장면들의 묘사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제작조건 때문이었다더군요. [라쇼몽]식 의도는 없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만드는 동안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