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Álex de la Iglesia

주연
카르멘 마우라....훌리아
Carmen Maura....Julia
에두아르도 안투냐....찰리
Eduardo Antuña....Charly
헤수스 보닐라....리카르도
Jesús Bonilla....Ricardo
파카 가발돈....호르텐시아
Paca Gabaldón....Hortensia
산초 그라시아....카스트로
Sancho Gracia....Castro
에밀리오 구티에레스 카바....에밀리오
Emilio Gutiérrez Caba....Emilio
테렐레 파베스....라모나
Terele Pávez....Ramona
로베르토 페르도모....오스발도
Roberto Perdomo....Oswaldo
엥리케 빌렌....도밍게스
Enrique Villén....Domínguez

도밍게스와 훌리아

[커먼 웰쓰]는 마드리드의 한 낡은 아파트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부동산 중개인 훌리아는 주인의 죽음으로 나온 아파트를 팔려다 그만 위층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목격합니다. 손님의 신고로 도착한 소방수들은 위층 아파트에서 오래 전에 죽은 노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 날 밤, 시체에서 떨어진 지갑에서 흥미로운 단서를 찾은 훌리아는 몰래 노인의 아파트로 들어가 30억 페세타나 되는 어마어마한 현금을 발견합니다. 문제는 이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 돈을 갖기 위해 수 년 동안 노인의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죠...

스탠리 크레이머의 [It's a Mad Mad Mad Mad World]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외부인인 주인공과 아파트 사람들의 대결이라는 구조와 조금 더 잔인무도한 스토리 전개는 다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버전 [It's a Mad Mad Mad Mad World]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결국 둘다 일확천금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서서히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니까요.

[커먼 웰쓰]가 크레이머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가 이런 탐욕에 나름대로의 질서와 철학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 [La Comunidad]는 그냥 '커뮤니티'라는 뜻입니다. 영화 중반에 이르면, 우리는 이들이 '커뮤니티 전체의 이익'을 깃발 삼아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작은 공동체가 자기네들 이익을 위해 일단 단결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수 있는 지 알려주는 예라고 할까요? 물론 정작 돈이 눈 앞에 떨어지면 그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마취제가 되어주었던 주었던 '전체의 이익'의 약발도 떨어지고 맙니다만.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는 그의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요란한 블랙 코미디로 영화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방에 시체가 굴러다니고 온갖 잔인무도한 정신적/육체적 폭력이 난무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웬지 모르게 흥겹고 신이 납니다. [야수의 날]이나 [액션 뮤턴트]에 비해 지나치게 주류 영화티가 난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만, 이 사람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만 남아 있을 수는 없지요. 그리고 주류 영화티가 난다고 해서 이 사람의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커먼 웰쓰]는 적어도 [야수의 날]만큼은 재미있고 그보다 훨씬 세련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흥미로운 영화적 인용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몇몇 분들은 이런 것들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겠지요.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노골적인 [스타 워즈] 시리즈의 인용이고, 가장 사람들이 배꼽을 잡았던 건 막판의 [매트릭스] 패러디였습니다. 아, 정말 돈은 무서워요. 평범한 스페인 할머니를 그렇게 만들다니.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진짜 빛을 내는 사람은 이 영화의 스타인 카르멘 마우라입니다. 네, 이 사람을 오래간만에 보니 정말 반갑더군요. 그 동안 나이도 먹고 몸도 불어서 진짜 아줌마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원래 아줌마 역에 도통한 배우이니 이런 건 오히려 장점이 되겠지요. (01/07/17)

DJUNA

기타등등

부천 영화제에서는 밑에 영어 자막을 달아주더군요. 고마웠습니다. 조상구의 번역은 결코 좋은 게 아니었거든요. 보다보니 영어 자막만 읽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