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위강 Wai Keung Lau
맥조휘 Siu Fai Mak

주연
양조위....유정희
Tony Leung Chiu Wai....Detective Hei
금성무....아방
Takeshi Kaneshiro....Bong
서기....펭
Qi Shu....Feng
서정뢰....숙진
Jinglei Xu....Susan

아방과 유정희

형사반장 유정희의 장인과 그의 집사가 자택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합니다. 범인들로 추정되는 두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지만 유정희의 아내 숙진은 이 사건에 뭔가 더 있다고 생각하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정희의 동료였지만 여자친구의 자살 이후 사립탐정으로 일하고 있는 아방이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범인은 누구일까요? 유정희입니다. 스포일러가 아니에요. 살인장면에서 유정희의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걸요. 이 영화의 미스터리는 "범인이 누구냐"가 아닙니다. 만약 범인의 정체가 후반에나 밝혀졌다면 양조위의 비중은 팍 줄어들었겠죠. 이 영화의 진짜 미스터리는 "왜 유정희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가"입니다. 돈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죠. 장인의 죽음으로 아내가 거금을 물려받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그는 그렇게까지 돈에 쪼들리는 것 같아 보이지 않고 범죄자들을 진심으로 혐오합니다. 뭔가 더 있을지도 몰라요.

유위강과 맥조휘의 전작 [무간도]처럼, [상성]도 대립되는 입장에 선 두 남자의 관계를 다룹니다. 하지만 [무간도]처럼 형식적으로 꽉 짜여진 관계는 아니죠. 그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덜 차별화되기도 합니다. 양조위가 경력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는 걸 빼면요.

미스터리 면에서 [상성]은 날카로운 지능대결과 거리가 멉니다. 아방은 한참 뒤에야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범인을 알아낸 뒤에도 하는 일이 별로 없죠. 범인을 알아내는데 굉장한 추리를 동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오래된 신문과 서류를 뒤져 열심히 읽는 게 전부입니다. 그 때문에 좀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멋있는 설정이 주인공들을 꽉 옭아매고 있던 [무간도]와는 달리, 캐릭터의 심리묘사나 행동이 따로 논다는 느낌도 듭니다. 아방의 현재 여자친구로 나오는 서기는 전혀 쓸모없는 캐릭터이고 아방과 죽은 여자친구의 관계에도 멋부리기 이상의 의미는 들어있지 않는 것 같아요. 유정희의 후반 행동도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 편은 아니죠. 그러기엔 심리묘사가 너무 부족해요.

[상성]은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미스터리는 매력적이고 두 주연배우들도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영화는 내용보다는 폼과 분위기에 의지하고 있는 편이고 플롯은 충분히 야무지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무간도]가 더 낫다는 말이죠. (07/05/15)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모양인데, 전 오히려 리메이크쪽에 더 기대를 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