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팀 버튼 Tim Burton
마이크 존슨 Mike Johnson

주연
조니 뎁....빅터 반 도트
Johnny Depp....Victor Van Dort
헬레나 본햄 카터....유령 신부
Helena Bonham Carter....Corpse Bride
에밀리 왓슨....빅토리아 에버글롯
Emily Watson....Victoria Everglot
트레이시 울먼....넬 반 도트/힐데가르드
Tracey Ullman....Nell Van Dort/Hildegarde
폴 화이트하우스....윌리엄 반 도트/메이휴/헤드 웨이터 폴
Paul Whitehouse....William Van Dort/Mayhew/Paul The Head Waiter
조애나 럼리....마들린 에버글롯
Joanna Lumley....Maudeline Everglot
앨버트 피니....피니스 에버글롯
Albert Finney....Finnis Everglot
리처드 E. 그랜트....바키스 비턴
Richard E. Grant....Barkis Bittern
크리스토퍼 리....갈스웰즈 목사
Christopher Lee....Pastor Galswells
마이클 고프....구트넥트 장로
Michael Gough....Elder Gutknecht
제인 호록스....블랙 위도우 거미/플럼 부인
Jane Horrocks....Black Widow Spider/Mrs. Plum
엔 라이텔....구더기/타운 크라이어
Enn Reitel....Maggot/Town Crier
딥 로이....본사파트 장군
Deep Roy....General Bonesapart
대니 엘프먼....보쟁글스
Danny Elfman....Bonejangles
스티븐 밸런타인....에밀
Stephen Ballantyne....Emil

빅터와 에밀리

[유령 신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건 그 기술적인 성취입니다. 네, 버튼은 이미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헨리 셀릭의 도움을 빌어 같은 영역에 도전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유령 신부]의 기술적 성취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넘어섭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애니메이션은 근사했지만 표정의 움직임이나 입모양은 어쩔 수 없이 딱딱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컴퓨터 3D 애니메이션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입모양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고 심지어 주인공이 피아노를 칠 때도 손가락들은 정확한 건반 위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엔 수많은 테크닉 실험들이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형의 얼굴 속에 작은 전자 장치를 심었다고 하는군요. 이를 위해 인형과 세트의 크기도 커졌는데, 아마 이것도 디테일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런 기술적인 성취 덕택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팬들은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입니다. 너무나 그럴싸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기술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이들이 유연하게 움직여도 그 움직임 자체가 우리 세계에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변함 없습니다. [유령 신부]의 괴상한 세계는 여전히 그 유령과도 같은 초현실성을 유지하며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내용만 따진다면 [유령 신부]는 비교적 소품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처럼 팀 버튼의 예술적 비전과 메시지가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작품은 아니지요. 영화는 그냥 팀 버튼이 좋아할 만한 그로테스크한 동화를 차분한 어조로 들려줄뿐입니다.

러시아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유령 신부]의 이야기는 19세기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비틀쥬스]와 같습니다. 귀족의 딸 빅토리아와 정략 결혼을 할 예정인 빅터가 실수로 시체의 손에 결혼 반지를 끼워주었다가 그 시체와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버튼이 [비틀쥬스]에서 이미 다루었던 죽은 자들의 세계와 산 자들의 세계의 대립이라는 주제는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버튼이 죽은 자와 산 자를 다루는 방식도 같습니다. 산 자들은 산문적이고 억압되어 있고 메말라 있는 흑백 세계에서 아무런 열정없이 목숨만 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썩어가는 시체들이 살고 있는 지하세계는 노래와 춤, 사랑과 마법이 가득 한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입니다. 이 영화에서 죽은 자들은 산 자들보다 더 살아있습니다.

영화의 페이스는 느긋한 편입니다. 곧장 말해 첫번째 감상 때 조금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라는 말이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속도는 영화의 분위기나 주제에 정확하게 맞습니다. 영화의 정서적 울림도 강한 편이고 희생과 사랑을 다룬 주제 역시 믿음직스럽습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계로 기어나오는 클라이맥스는 버튼 특유의 컴컴한 환희로 충만해 있습니다.

버튼은 앞으로도 계속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만들 생각인 모양입니다. 예상 외로 싸게 먹히고 제작도 쉬운 모양이에요. 이 정도 수준의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면 반가운 일이죠.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도배된 애니메이션 시장은 상상도 하기 싫거든요. (05/10/03)

DJUNA

기타등등

빅터가 빅토리아의 집에서 연주하는 피아노는 해리하우젠사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