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사스디 Peter Sasdy

주연
잉그리드 피트....엘리자베트 노도셴 백작부인
Ingrid Pitt....Countess Elisabeth Nodosheen
나이젤 그린....도비 대위
Nigel Green....Capt. Dobi
산도르 엘레스....임레 토트 중위
Sandor Elès....Lt. Imre Toth
모리스 덴헴....마스터 파비오
Maurice Denham....Master Fabio
페이션스 콜리어....줄리
Patience Collier....Julie
피터 제프리....발로 대위
Peter Jeffrey....Capt. Balogh
레슬리-앤 다운....일로나 노도셴
Lesley-Anne Down....Ilona Nodosheen

엘리자베트 노도셴 백작부인

[드라큘라 백작부인]이라는 제목이 붙긴 했지만, 이 영화는 해머 영화사의 [드라큘라] 시리즈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뱀파이어 영화도 아니에요. 드라큘라라는 이름도 영화 마지막에 딱 한 번 등장할 뿐이죠. 엑스트라 한 명이 주인공 백작부인을 가리키며 "드라큘라 백작부인!"이라고 외쳐요. 그게 다예요. 이 제목은 노골적인 홍보용 사기입니다. 하긴 B급 호러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데에서 체면을 차리면 안 되지요.

영화가 테마를 가져온 건 엘리자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의 실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엘리자베트 노도셴 백작부인이지만 바토리 가문 출신이라고 중간에 언급되지요. 하여간 백작부인은 영화가 시작될 무렵엔 남편을 막 잃은 할머니인데, 우연한 사고로 하녀의 피가 얼굴에 묻자 피가 묻은 부분만 젊어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직접 죽인 젊은 여자들의 피로 목욕을 해서 젊음을 되찾은 백작부인은 딸 행세를 하면서 이웃의 젊은 장교 임레 토트를 유혹합니다. 불쌍한 딸은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오다가 백작부인의 부하에게 감금되고요.

다들 초기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이 해머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번 경우엔 해머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먼저입니다. 리카르도 프레다와 마리오 바바의 [이 밤피리]가 한참 먼저 나왔죠. 그 사이에도 없었던 건 아닐 거고. 어차피 해머 사람들도 유니버설 호러 영화들의 뒤를 따르면서 호러 경력을 시작했으니 이게 대단한 뉴스거리는 아니죠.

문제는 완성도인데, 별로입니다. 일단 엘리자베트 노도셴 백작부인이라는 사람에게 별 매력이 없어요. 카리스마 없는 욕심많은 소악당이죠. 그냥 맘에 드는 젊은 남자랑 놀기 위해 젊어지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그런 기회가 생겨서 그걸 멋대로 활용하는 무책임한 귀족이에요. 당연히 무섭지도 않고 마음이 끌리지도 않죠. 영화가 끝날 무렵 쓰레받기에 담아 치워버려야 하는 유독한 쓰레기 비슷한 존재인 겁니다. 마차로 농부를 깔아뭉게는 장면을 넣는다고 이 캐릭터가 더 근본적으로 사악한 인물이 되는 건 아니죠.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거의 제거되고 매력없는 악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전체적으로 영화가 산만해집니다. 백작부인의 연인이면서 이 모든 사건들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도비 대위와 같은 인물은 꽤 흥미롭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죠. 일로나 감금 에피소드는 이야기와 따로 놀고 중앙 아시아 출신인 듯한 백작부인 부하의 묘사는 인종차별 냄새가 물씬 나는군요. 이야기의 지루함을 커버하기 위해 가끔 잉그리드 피트를 포함한 여러 여자배우들이 옷을 벗고 가슴을 드러내는데, 그것만으로는 영화의 재미를 살릴 수 없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잉그리드 피트의 대표작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순전히 편리한 제목 때문입니다. 미스 캐스팅이긴 했어도 [뱀파이어 연인들]이 훨씬 낫지요. (07/12/20)

DJUNA

기타등등

원래는 다이애나 리그에게 주연 자리가 갔다던데 거절했다는군요. 근데 리그랑 피트는 외모가 많이 닮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