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드워드 즈윅 Edward Zwick

주연
덴젤 워싱턴....나다니엘 설링
Denzel Washington....Nathaniel Serling
멕 라이언....카렌 엠마 월든
Meg Ryan....Karen Emma Walden
루 다이아몬드 필립스....몬프레즈
Lou Diamond Phillips....Monfriez
마이클 모리어티....허쉬버그 장군
Michael Moriarty....General Hershberg
맷 데이먼....일라리오
Matt Damon....Ilario
브론슨 핀초트....브루노
Bronson Pinchot....Bruno
세스 길리엄....알타마이어
Seth Gilliam....Altameyer
레지나 테일러....메레디스 설링
Regina Taylor....Meredith Serling

듀나 일단 몇 가지 필요 이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부터 잘라놓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바로 [커리지 언더 파이어]와 [라쇼몽]과의 연관성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비슷한 점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영화 모두 모순되는 증언들의 플래시 백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닮은 점은 이것 뿐입니다. [라쇼몽]에서는 복수의 증언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영화는 이들 중 어느 편도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리지 언더 화이어]에서 진실은 밝혀져야 할 단 하나만 존재하며 나머지는 거짓입니다. 차례대로 주어지는 증언들은 단지 진실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일 뿐입니다.

파프리카 [라쇼몽]의 플롯을 따놓고 결말만 단일 구조로 변형시켰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듀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게다가 더 비슷한 영화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케인 호의 반란]은 어떻습니까? 제 말은 드미트릭 것 말고 앨트먼 것 말입니다. 또 [시민 케인]도 [라쇼몽]보다 훨씬 이 영화와 비슷합니다. 그러니 [라쇼몽]은 제발 잊어버립시다. 패트릭 던컨이 이 이야기를 쓰면서 [라쇼몽]을 생각했는지 안했는지는 몰라도 굳이 성격도 다른 영화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 지 의심스럽습니다.

파프리카 이 영화의 각본을 쓴 패트릭 던컨은 전쟁에 대해 뭔가 할 말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그가 감독했던 영화 [찰리 모픽]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격렬한 반전 구호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전쟁은 엿같은 것이긴 합니다만.

듀나 던컨과 즈윅이 전쟁의 혼란함과 그 안에서 파괴되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진행될수록 변질되는군요. 설링 쪽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윌든 쪽으로 넘어가면 그 이야기는 용감한 자와 비겁한 자에 대한 전형적인 이야기로 남고 맙니다. 비극을 유도한 비겁한 행위가 두려움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행동보다는 몬프레즈의 인간적인 결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지기가 더 쉽기 때문이죠.

결국 이 영화도 러드야드 키플링의 소설만큼이나 고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렌 월든 대위는 살아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롤 모델처럼 보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그녀를 타소 밀랍인형에서 결점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입체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윌든을 묘사하기엔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너무 짧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흥미있는 캐릭터들은 몬프레즈와 일라리오입니다.

파프리카 맞아요. 카렌을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기엔 사건 자체가 너무 작습니다. 게다가 그런 위치에 있는 여성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좀 위험한 일입니다. 이 세계는 아직도 균형잡혀 있지 않아서 아직까지 여성 캐릭터나 흑인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정치적인 발언이 됩니다. 결국 카렌은 어느 정도 존엄성을 유지해야만 하고 그것은 안전한 동시에 옳은 일입니다.

듀나 멕 라이언이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꽤 잘 맞고 전략적으로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라이언은 우리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여군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별로 맞지 않지만 원래 그런 스테레오 타입이 사실과 일치하는 법은 드물지 않습니까? 물론 라이언이 등장하면서 카렌의 성격이 고정되는 단점이 있습니다만(멕 라이언이 졸렬한 인물을 연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원래 이 영화는 [라쇼몽]이 아니니까요.

댄젤 워싱턴의 경우, 그는 지금까지 그가 꾸준하게 연기했던 캐릭터를 또 다시 연기합니다. 이성적이고 정의롭고 하여간 뭐 그런 좋은 것들을 다 갖다붙인 고매한 남자 역 말입니다. 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는 그런 역을 잘합니다. 흠잡고 싶지 않네요. 단지 그는 이제 슬슬 다이어트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파프리카 에드워드 즈윅은 가끔가다 너무 심각해집니다. 심각함이 지나치면 종종 코미디로 빠지지요. 관객들을 배꼽 잡게 했던 [가을의 전설]이 그런 경우인데, [커리지 언더 파이어]에서는 비교적 나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주제의 무게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듀나 그러나 여전히 그는 관객보다 더 감동에 겨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상이 밝혀진 뒤에도 그가 스토리를 질질 끌어대며 뭔가 더 말할 게 없을까 망설일 때에는 딱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파프리카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 뭔가 미진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형식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너무 간단한 거짓말을 너무 간단하게 풀어해치는 이야기니까요. 꼭 단편 추리소설을 길게 늘려 영화로 만든 것 같습니다.

듀나 상영시간을 고려해서 영화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처음에는 155분 짜리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IMDb에 따르면 미국 상영 당시 러닝 타임은 117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잘린 것 같고요.

하여간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충분히 압축할 수 있었던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 전 이 영화가 꽤 그럴 듯하게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배우들도 괜찮고 관객들에게 상당히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강한 주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즈윅이 만들고자 했던 커다란 영화는 아닙니다. 그가 그걸 알았다면 영화가 더 좋아졌을 겁니다. (96/10/01)

D&P

기타등등

일라리오를 연기했던 배우는 바로 맷 데이먼.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친구가 이렇게 스타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