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Carlos Saura

주연
호세 루이스 로페스 바스케스....루이스
José Luis López Vázquez....Luis
마리아 클라라 페르난데스 데 로아이사....어린 앙헬리카
María Clara Fernández de Loaysa....Young Angélica
페르난도 델가도....안셀모
Fernando Delgado....Anselmo
리나 카날레하스....앙헬리카
Lina Canalejas....Angélica
롤라 카르도나....젊은 필라 이모
Lola Cardona....Young Aunt Pilar
페드로 셈프손....루이스의 아버지
Pedro Sempson....Luis's Father
엥카르네 파소....루이스의 어머니
Encarne Paso....Luis's Mother
호세피나 디아스....늙은 필라 이모
Josefina Díaz....Old Aunt Pilar

앙헬리카와 루이스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던 주인공 루이스는 20년전에 죽은 어머니의 유해를 가족 묘지에 묻기 위해 고향인 세고비아로 돌아갑니다. 고향에서 친척들과 옛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그는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신 프루스트의 소설 주인공처럼 천천히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빨려들게 됩니다. 그건 그가 사촌 앙헬리카에게 느꼈던 첫사랑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가족들을 분열시키고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 내전에 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카를로스 사우라의 [사촌 앙헬리카]는, 몇 년 뒤에 나온 그의 걸작 [까마귀 기르기]처럼, 스페인 현대사와 성장물의 교활한 결합입니다. 나중에 그가 [까마귀 기르기]에서 사용한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결합은 이 작품에서 먼저 사용됩니다. 주인공 루이스는 과거에 대한 기억에 젖어들면서 말 그대로 36년의 과거로 들어갑니다. 중년의 루이스는 종종 어린 소년처럼 행동하며 과거의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종종 현재의 이미지는 기억에 교묘한 비틀림을 주기도 합니다. 앙헬리카의 남편 안셀모는 앙헬리카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신해 끼어들고, 사제가 된 친구는 어린 시절 다녔던 카톨릭 학교의 선생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스페인 내전과 어린 시절 첫사랑에 대한 루이스의 기억 역시 조용한 화음을 이루며 서글픈 노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공화주의자였던 아버지와 프랑코 지지자였던 외가 친척들의 갈등은 그와 앙헬리카의 관계에 위태로운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서서히 성적으로 눈떠가는 소년 루이스에 대한 카톨릭교의 억압 역시 당시 정치적 상황에 어두운 통주저음을 넣어줍니다.

영화는 우울한만큼 희극적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루이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년 루이스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지요. 루이스 역의 호세 루이스 로페스 바스케스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대머리 중년 아저씨인 그가 등장 시간의 거의 절반을 어린 소년 역으로 나오는 걸 보면 딱한만큼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위 사진에서 겁먹은 소년을 연기하는 로페스 바스케스의 모습을 한 번 보세요.) 이게 얼마만큼이나 의도적인지는 모르겠군요.

[사촌 앙헬리카]는 매력적인 영화지만 [까마귀 기르기]의 완성도나 [내 사랑 엘리사]의 영리함에는 아직 이르지 못합니다. 아마 그건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식 때문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나 토렌트와 제랄딘 채플린이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 어머니를 번갈아 연기해가며 예술적 중의성과 스토리의 신빙성을 동시에 쌓아올렸던 [까마기 기르기]와는 달리 [사촌 앙헬리카]는 종종 단순한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끝까지 끌고가는 프루스트 게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비슷한 테크닉을 이용한 같은 감독의 두 영화를 직접 비교했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는 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바로 그런 우직함이 이야기에 녹아있는 어린 시절의 감정을 더 잘 잡아내는 것일 수도 있을 거고요. (03/03/20)

DJUNA

기타등등

어린 앙헬리카를 연기한 마리아 클라라 페르난데스 로아이사 말인데요. 깡마르고 길쭉한 느낌이 어딘지 모르게 사우라의 여자 친구였던 제랄딘 채플린 닮지 않았나요? 그냥 채플린이 성인 앙헬리카로 나왔어도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