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맥널리 David McNally

주연
파이퍼 페라보....바이올렛 "저지" 샌포드
Piper Perabo....Violet "Jersey" Sanford
존 굿맨....윌리엄 샌포드
John Goodman....William Sanford
애덤 가르시아....케빈 오도넬
Adam Garcia....Kevin O'Donnell
마리아 벨로....릴
Maria Bello....Lil
멜라니 린스키....글로리아
Melanie Lynskey....Gloria
이자벨라 미코....캐미
Izabella Miko....Cammie
브리짓 모이나한....레이첼
Bridget Moynahan....Rachel
타이라 뱅크스....조
Tyra Banks....Zoe

[코요테 어글리]는 바이올렛 샌포드라는 뉴저지 출신의 송라이터 지망생이 뉴욕에서 겪는 모험담입니다. 꿈에 잔뜩 부풀어 차이나 타운의 더러운 아파트에 짐을 푼 바이올렛에게 닥친 것은 사람 기죽이는 냉대와 거절 뿐입니다. 숨겨둔 비상금까지 모조리 털린 바이올렛은 우연히 [코요테 어글리]라는 술집의 바텐더 자리가 비었다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 술집의 일자리는 결코 보통 바텐더 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바텐더를 자칭하는 늘씬한 미인들이 '가무'를 뽐내면서 흥분한 손님들에게 맥주를 뿌려대는 걸 보셨을테니 제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영화는 코요테 어글리 술집을 중심으로, 바이올렛이 송라이터로 성공하는 과정과, 바이올렛과 남자 친구 케빈 오도넬의 연애담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의 줄거리가 이상하게 낯이 익다면 이유는 둘 입니다. 하나.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생겨나면서부터 있었던 뻔한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므로 비슷한 영화들이 수두룩합니다. 둘. 이 영화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초기 히트작인 [플래시 댄스]와 쌍둥이 자매처럼 닮았습니다. [플래시 댄스]의 바텐더 버전이라고 할까요?

[코요테 어글리]는 조금 정신분열적인 영화입니다. 각본은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가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고 세상과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하려는 건 야한 옷을 차려 입은 미인들이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여주며 남성 관객들을 흥분시키려는 것이니까요.

위선적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정신분열적이라는 말이 더 맞습니다. 그냥 위선적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영화는 줄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정작 술집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트럭 운전사들의 눈높이에 미적 요소들을 끼워맞추고 있는 영화치고는 chick flick 냄새가 너무 강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에 진지한 걸까요? 그런 걸 믿기엔 너무 이야기가 뻔합니다. 영화가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진부해서, 이게 진지한 이야기라면 감독이나 각본가의 머리가 심각할 정도로 잘못되었다는 말일 겁니다. 그렇다면 무성의하거나 농담을 하는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화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어떨까요? 스토리는 너무나도 진부해서 그게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막판 클라이맥스 공연에 남자 친구가 짠 하고 나타나는 장면 따위는 정말 상당히 웃기거든요. 코요테 어글리 술집의 공연 장면은 값싸고 노골적인 흥겨움을 전달해줍니다.

가장 좋은 배우는 존 굿맨입니다. 그는 늘 하는 노동자 계급의 뚱보 중년 남자를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가장 배우처럼 보입니다. 요새 갑자기 뜨기 시작한 파이퍼 페라보는 샤론 스톤이 [원초적 본능]에서 그런 것처럼 화끈한 데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친근감 넘치고 귀여우며 쉽게 마음을 여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쓸모가 있어 보입니다. 남자 친구 역의 애덤 가르시아는 튀지 않는 남자 친구 역을 꽤 잘하고 호주 악센트가 귀엽군요. 나머지 '코요테'들은 미색을 뽐내며 가무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연기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참, 멜라니 린스키가 주인공 바이올렛의 친구로 잠시 나온답니다. 저희가 이 영화를 보러간 진짜 이유가 이 친구 때문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 없겠지요?

[코요테 어글리]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아니 상당히 못 만든 영화죠. 하지만 그 노골적인 진부함과 서투름 때문에 오히려 뭐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의심을 품기엔 너무 뻔한 영화이기도 해요. 이 영화가 정말로 무언가를 뒤에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00/10/04)

D&P

기타등등

코요테 어글리는 실제로 있는 술집이라더군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팔고 있는 음료의 종류도 뻔하고, 툭하면 바텐더가 맥주를 뿌려대고, 사람들이 부글부글해서 제대로 앉을 자리도 없으니 거기서 도대체 뭘 하라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