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스톡웰 John Stockwell

주연
키어스틴 던스트....니콜 오클리
Kirsten Dunst....Nicole Oakley
제이 에르난데스....카를로스 누네스
Jay Hernandez....Carlos Nuñez
브루스 데이비슨....톰 오클리
Bruce Davison....Tom Oakley
헤르만 오소리오....루이스
Herman Osorio....Luis
미겔 카스트로....에디
Miguel Castro....Eddie
토미 드 라 크루즈....빅터
Tommy De La Cruz....Victor
롤란도 몰리나....헥터
Rolando Molina....Hector
솔레다드 세인트 힐리어....누네스 부인
Soledad St. Hilaire....Mrs. Nuñez
루신다 제니....코트니 오클리
Lucinda Jenney....Courtney Oakley
타린 매닝....매디
Taryn Manning....Maddy
리처드 스타인메츠....바우어 코치
Richard Steinmetz....Coach Bauer
아나 아르게타....로사
Ana Argueta....Rosa

카를로스와 니콜

카를로스는 해군 사관학교에 들어가 파일럿이 되고 싶어하는 가난한 히스페닉계 모범생입니다. 니콜은 마약과 알콜로 절은 하원의원의 딸이고요. 둘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카를로스가 집에서 버스로 2시간이나 걸리는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미식축구 선수로 뛰고 장래 계획을 세우는 동안 니콜은 수업 시간 땡땡이나 치고 있지요.

이런 둘이 마지막 학기에 만나 연애를 시작합니다. 니콜에게 카를로스는 그냥 새로운 게임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카를로스에게 니콜은 굉장히 위험한 마약과도 같습니다. 이 예측불허의 작은 회오리와 같은 여자친구에 휩쓸리는 동안 카를로스의 정돈된 세계는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둘을 잡아 떼려고 기를 쓰는 것도 당연하죠. 가문의 영광을 짊어질 모범생이 목표 도달 일보 직전에 헤픈 금발 여자아이 때문에 인생을 망치려 하고 있으니까요.

위태로운 정신의 금발 여자아이에게 말려든 모범생이라는 [크레이지/뷰티풀]의 이야기 설정은 안토니아 버드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영 러버 Mad Love]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크레이지/뷰티풀]에서는 인종과 계급의 차이가 이들 사이에 보다 현실적이고 분명한 장벽을 만들어주고 있죠.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와 비교될만합니다.

[크레이지/뷰티풀]은 훌륭한 드라마의 재료를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카를로스와 니콜은 비교적 전형적인 설정에서 시작했지만 상당히 훌륭한 캐릭터들입니다. 둘을 연기한 제이 에르난데스와 키어스틴 던스트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요. 각본은 이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있고 상당히 강한 정서를 깔고 있으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멜로드라마틱해지려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무척 진지합니다. 가벼운 대사와 화장실 농담으로 가득한 틴에이저 영화 장르에서 [크레이지/뷰티풀]의 우직한 직설법은 낯설기까지 하죠.

그러나 이런 드라마는 장르 영화의 틀에 갇혀 있기도 합니다. 좋은 드라마가 결말까지 미리 지정해버린 감옥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죠. 드라마가 진짜 힘을 내서 나가려면 장르가 뒤에서 다리를 잡아 끕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묘하게 기형적인 작품이 되어 버렸어요. 어떤 때는 드라마와 장르 컨셉이 싸우는 걸 보는 게 캐릭터의 고통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정도로요.

아마 이런 기형적인 느낌은 최종 편집본이 감독의 의도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 이 영화엔 상당히 노골적인 섹스신과 마약 장면이 담겨 있었지만 등급 문제 때문에 잘려나가야 했답니다. 아마 이런 장면들이 살았다면 니콜과 카를로스의 성격차와 고민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을 거고 드라마의 대립도 훨씬 강해졌을 겁니다.

그러나 [크레이지/뷰티풀]은 여전히 좋은 부분이 많은 힘있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그런 게 덧붙여졌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화해로 끝나는 해피 엔딩이 덜 어색했을 것 같지도 않고요. 하긴 이런 덜컹거리는 느낌이 17살 아이들의 정신 없는 사랑이라는 소재에 은근히 잘 맞는지도 모르죠. (02/04/15)

DJUNA

기타등등

최종 버전이 95분짜리이고 삭제 이전 버전이 135분이었다고 하니 40분이나 잘려나간 셈이군요. 본 사람들은 다들 원래 버전이 좋다고들 하지만 어딘가 자르긴 잘라야했을 겁니다. DVD가 삭제 장면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