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문여송

주연
임예진....지영
김현....진
최불암....지영 아버지

지영과 아빠

[진짜 진짜 좋아해]는 문여송의 [진짜 진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전편인 [진짜 진짜 잊지마], [진짜 진짜 미안해]와는 달리 그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한 편이 아니죠. 앞의 두 편에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이덕화가 빠져서이기도 하고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재미있는 편이 아니어서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네, 십대 아이들이 나오는 비극적인 로맨스입니다. 지영이라는 중산층 소녀가 고아 출신의 가난한 고학생 진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진은 마라톤 선수이고 지영이 보는 앞에서 1등을 하고 싶지만 심각한 병을 앓고 있죠.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기에 나간 진은 결국 쓰러지고 말고 지영은 진의 약값을 벌기 위해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훔쳤다가 경찰에게 잡힙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 구질구질하고 컴컴한 이야기에 대한 70년대 관객들의 면역력이 지금 관객들보다 훨씬 강했다는 것입니다.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작품이 인기였던 시대이니 알만하죠. 따라서 문여송이 이 영화에 부여한 컴컴한 분위기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앞에 나온 [진짜 진짜] 영화들도 밝기만 한 건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진짜 진짜 좋아해]는 좀 심각합니다.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도대체 밝은 구석이 없어요. 남자 주인공 진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뒤로 영화는 두 주인공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죽고 여자 주인공은 모욕당하고 절망에 빠지죠.

이 이야기가 견디기 힘든 이유는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자친구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사진작가의 모델을 하러 갔다가 카메라를 훔치는 지영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분명 아빠한테 사정을 이야기만 했어도 그 정도 돈은 마련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말 못할 사정도 아니고. 게다가 보호자가 될 수 없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미성년자 여자친구에게 약값 이야기를 하는 병원 사람들의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랍니까?

로맨스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 나온 두 편의 [진짜 진짜]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정말 비참할 정도로 작어요. 역할이 맘에 안 들어 이덕화가 안 나오게 된 건지, 아니면 이덕화가 안 나오게 되어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 축소된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건 이건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어요. 김현은 이덕화에 비교하면 딱할 정도로 매력이 없고 그의 캐릭터 진도 운동복 입고 달리거나 침대에 누워 짜증을 내는 것 이외엔 하는 일이 없습니다. 심지어 죽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죽는 장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게 좀 딱하게 느껴지긴 하지만요.

남은 건? 이 영화는 임예진에 의한, 임예진을 위한, 임예진의 영화입니다. 캐릭터는 어리석고 스토리는 한심하고 전체적으로 컴컴한 영화지만, 임예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뻐보입니다. 연기도 [진짜 진짜 잊지마] 때보다 훨씬 늘었고 자기 이미지도 더 잘 통제합니다. 한마디로 스타의 아우라가 반짝거려요. 영화 역시 임예진에게 후광을 두른 영화 주인공의 이미지를 만들 기회를 잔뜩 안겨주고 있고요. [진짜 진짜 좋아해]는 젊은 날의 임예진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집으로 가장 잘 먹히는 작품입니다. (06/11/01)

DJUNA

기타등등

맞아, 혜은이가 부른 주제가 [진짜 진짜 좋아해]가 있었죠. 아마 영화보다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얼마 전에 유진 나오는 동명 주말 연속극 주제가로도 쓰였고요. 드라마에서는 유진이 직접 불렀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