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라이델 Mark Rydell

주연
스티븐 리....브루노 리처드 하우프트먼
Stephen Rea....Bruno Richard Hauptmann
이자벨라 로셀리니....안나 하우프트먼
Isabella Rossellini....Anna Hauptmann
J.T. 월시....노먼 슈왈츠코프 대령
J.T. Walsh....Col. Norman Schwarzkopf
마이클 모리어티....해롤드 호프먼 주지사
Michael Moriarty....Gov. Harold Hoffman
데이빗 패이머....데이빗 윌렌츠
David Paymer....David Wilentz
앨런 가필드....제임스 핀 경위
Allen Garfield....Lt. James Finn

1.

1932년 겨울, 20달 먹은 한 소년이 유괴당했습니다. 몸값은 지불되었지만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뒤에 아기로 추정되는 시체가 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년에 걸친 범인 사냥 끝에, 경찰은 독일계 목수인 브루노 리처드 하우프트먼을 유괴범으로 체포했습니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1936년에 전기 의자로 처형되었습니다. 그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수많은 아기들이 유괴당하고 또 살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특별했습니다. 유괴된 아기는 바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린드버그 사건은 범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2.

과연 하우프트먼이 린드버그 아기를 죽였을까요? 적어도 단 한 사람, 브루노의 아내인 안나 하우프트먼은 그가 무죄라고 믿었습니다. 안나는 브루노의 유일한 알리바이 증인이기도 했습니다만 배우자의 증언은 아무런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합니다. 남편이 처형된 이후에도 안나는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평생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공식적으로 결백을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안나 하우프트먼은 1994년에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하우프트먼이 무죄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우프트먼이 범죄를 인정한다면 종신형으로 감형될 수도 있었지만 거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 그 믿음은 더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를 사형으로 몰고 간 증거는 지금에 와서 보면 참으로 빈약한 것들이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였던 몸값으로 받은 돈 역시 브루노는 사건 초반에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그 돈은 독일에 가서 죽은 친구인 이지도르 피시가 남긴 것이었습니다.)

마크 라이델의 HBO 영화 [세기의 범죄]는 안나와 브루노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전개시켜 갑니다. 영화는 브루노 하우프트먼의 '이지도르 피시'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합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하우프트먼은 의심할 여지없이 무죄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하우프트먼을 무죄로 몰고 갈 수 있을 만한 추가 증거가 발견된 건지, 아니면 그냥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재판 과정을 보면 린드버그 사건은 흉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증언은 시시하며 증거들은 빈약합니다. 과연 증인들이 영화 속에서처럼 '사건을 만들려는' 경찰의 사주에 넘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2년 전에 들은 단 두 마디로 증인들이 범인을 지목할 수 있었을까요? 왜 경찰은 하우프트먼의 이지도르 피시 스토리를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을까요?

3.

보는 사람을 더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거부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의 주장과는 달리 하우프트먼이 범인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재판 이후 일어나는 일들은 하우프트먼의 유무죄를 떠나서 불쾌합니다. 여기서 '진실'은 돈과 정치에 의해 조작되고 개조되며 분해됩니다. 매스컴은 가짜 자백을 돈으로 사들이려 하며 정치가들은 가짜 자백을 가지고 거래를 하려 합니다.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것은 주지사의 거래를 거절하는 하우프트먼의 행동입니다. 심지어 그가 진범이었다고 해도 그 행동은 순수합니다.

4.

라이델은 스티븐 리와 이자벨라 로셀리니라는 두 유능한 배우를 이용해 브루노와 안나를 순진한 희생자로 묘사하여 주변의 쓰레기로부터 격리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티븐 리보다는 레이프 파인즈가 브루노 하우프트먼을 더 닮았지만 파인즈는 이 아일랜드 배우보다 더 그럴싸하게 피해자 역을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의 하우프트먼도 스티븐 리만큼 결백하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연기하는 안나도 진실하고 강렬합니다.

그에 비해, 마크 라이델의 연출은 다소 타성에 젖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에 만족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하우프트먼의 처형 장면 같은 부분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나 싶군요. 적어도 이 영화에서까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단 말입니다. (97/09/22)

DJUNA

기타등등

1. 린드버그 사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다음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보다 많은 자료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http://www.lindberghtrial.com)

2. 이 영화는 [린드버그 유괴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지만 필름스에는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