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저 컴블 Roger Kumble

주연
사라 미셸 겔러....캐스린 메르테이유
Sarah Michelle Gellar....Kathryn Merteuil
라이언 필리피....세바스찬 발몽
Ryan Phillippe....Sebastian Valmont
리즈 위더스푼....아네트 하그로브
Reese Witherspoon....Annette Hargrove
셀마 블레어....세실 콜드웰
Selma Blair....Cecile Caldwell
루이즈 플레처....헬렌 로즈먼드
Louise Fletcher....Helen Rosemond
조슈아 잭슨....블레인 터틀
Joshua Jackson....Blaine Tuttle
숀 패트릭 토머스....로널드 클리포드
Sean Patrick Thomas....Ronald Clifford
에릭 매비어스....그렉 맥코넬
Eric Mabius....Greg McConnell
크리스틴 바란스키....버니 콜드웰
Christine Baranski....Bunny Caldwell

로저 컴블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악명높은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 4번째 영화이고 2번째 현대판 업데이트입니다. 참 많이도 만들어졌군요. 스토리가 좋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천박함의 극한을 추구하는 원작의 야한 센세이셔널리즘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동물이니까요.

이 영화가 전작들과 다른 건 무엇일까요? 그건 십대 영화라는 장르와 결합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발몽과 메르테이유는 맨하탄의 호사스런 사립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요? [위험한 관계]의 주인공들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고 음모의 참맛을 아는,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죠.

이런 캐릭터들을 틴에이저로 만들어놨으니 어딘가 어색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이중의 의미에서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 뉴요커들이 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십대들이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대충 이런 어색함은 잊혀집니다. 그건 배경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은 부유층은 아주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56년형 재규어를 몰고다니는 고등학생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만큼 비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져도 튀지가 않는 거죠.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달라스]나 [다이너스티]와 같은 야한 소프 오페라입니다. 원작이 추구했던 것도 그런 소프 정신이었고요. 단지 드 라클로는 그걸 아주 예술적으로 해냈던 것 뿐입니다.

로저 컴블은 드 라클로만큼 성공했을까요?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모방자니까요. 아무리 소프 오페라 세계라고 해도 드 라클로가 그려냈던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와 정확히 같지는 않습니다. 컴블은 드 라클로의 세계를 현대 뉴욕에 끼워 맞추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하는데 그 때문에 드 라클로의 원작이 가지고 있던 순수성이 떨어지고 상당히 작위적이 되며 인물의 심리 묘사도 당위성을 잃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선 꽤 그럴싸했었던 슈발리에 당스니의 분노는 로널드의 분노로 쉽게 전환되지 않습니다. 처녀성의 중요성이 잊혀진 요새 보기엔 무척 어색하죠. 결투가 교통사고로 전환된 것도 결말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마지막 결말 역시 현대에 대입되면 어색하고 필요 이상으로 교훈적이 됩니다.

그렇다고 컴블이 [클루리스]와 같이 전적으로 새로운 요소를 삽입한 것도 아닙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동성애나 다른 인종간의 연애는 특별히 구체적인 메시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센세이셔널리즘의 새로운 도구인 거죠.

그러나 이 영화는 그래도 꽤 먹힙니다. 노골적이지만 나름대로 세련된 대사들(자막은 거의 살리지 못합니다만)과 삐까뻔쩍한 시각적 이미지들이 값싼 매력을 주니까요.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야비한 코미디들도 장점입니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고 해도 원작의 장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원작의 복잡한 플롯과 심리 묘사는 이 영화를 여전히 꽤 영리한 작품으로 남아 있게 합니다.

배우들도 잘 따라가는 편입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는 거의 존재감도 없었던 라이언 필리피는 이 영화에서 귀엽고 매력적이며 현대판 발몽이라는 캐릭터에 잘 들어맞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연기의 힘을 잃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젊은 배우니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라 미셸 겔러 역시 왕년의 소프 정신을 잊지 않은 듯 인상적인 천박함과 이중 인격을 보여주고요. 그렇다면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99/05/16)

D&P

기타등등

이 번역제목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아무런 뜻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억하기도 쉽지 않으며 감각도 뒤떨어져 있습니다. 원제를 그냥 직역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