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렌트 쉴즈 Brent Shields

주연
메리-루이즈 파커....케이트 디안젤로
Mary-Louise Parker....Cate DeAngelo
피터 갤러거....해리
Peter Gallagher....Harry
베베 뉴워스....프란체스카
Bebe Neuwirth....Francesca
필립 보스코....도미닉 디안젤로
Philip Bosco....Dominic DeAngelo
조안나 고잉....신시아
Joanna Going....Cynthia
레베카 루커....아네트
Rebecca Luker....Annette
브렌다 프릭커....윌리 헨들리
Brenda Fricker....Willie Hendley
데이빅 랜스버리....필립
David Lansbury....Philip

케이트와 해리

[큐피드 & 케이트]는 크리스티나 바르톨로메오가 쓴 [큐피드 & 다이애나]라는 소설이 원작입니다. 아마존에 가서 대충 소설 정보를 훑어보고 왔는데, 대충 인물들과 기본 설정은 그대로 가져온 것 같지만 분위기와 스토리는 꽤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안 봤으니 뭐라고 말할 수 없고,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기로 하죠. 영화는 17번이나 직업을 바꾸다가 막 앤틱 부티크 숍을 연 케이트라는 주인공을 따라갑니다. 1시간 반 정도쯤 되는 러닝 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케이트는 아버지의 생일 파티 때 만난 변호사 해리와 연애를 시작하고, 자매들과 상처한 아버지가 보글거리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싸움에 말려듭니다.

영화는 가볍습니다. 원작 소설이 그렇게 깊이 있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소설보다 가벼울 거예요. 일단 설정이 너무 깨끗합니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다루고 있을 케이트의 재정 문제는 거의 묘사되지 않습니다. 케이트를 제외한 디안젤로 집안의 세 자매들도 문제없이 멀끔하기만 하고요. 다들 직업과 사회적 위치로만 캐릭터 정의가 되어 있어서, 각본만 봐서는 진짜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기성품 페이퍼백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인형들 같아요. 비극적이고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이어야 할 해리 역시 별 특별한 개성이 없는 인물이고요. 각본 속에서 어느 정도 살아 있는 인물은 케이트와 아버지 도미닉뿐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지속적인 드라마를 유지하는 인물들도 그 둘뿐이고요.

영화는 일관성있는 드라마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합니다. 그러다 중간에 갑자기 불치병 멜로 드라마로 방향 전환을 하지요. 그것도 잠시 이야기는 갑자기 부녀간의 해묵은 감정풀이 이야기로 흘러가 버립니다. 마치 멋대로 사방에 튕기는 당구공을 보는 기분입니다.

생각해 봤는데, 이 이야기는 1시간 반짜리 텔레비전 영화보다는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1시즌 분량에 더 잘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이야기는 훨씬 현실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캐릭터 발전의 가능성도 높았을 거예요. 비교적 산만한 스토리도 연속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당위성을 찾았을 거고요. 문제는 미리 완성된 장편 소설 줄거리로 연속극을 만드는 게 별로 효과적인 계획이 아니라는 것이겠지만요.

그래도 이 영화엔 효과적인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케이트와 도미닉의 관계는 조금만 더 깊이 다루었어도 정말 괜찮았을 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지만, 쓸데없이 눈물샘을 쥐어짜는 불치병 멜로드라마의 기본 설정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이 영화의 진짜 장점은 캐스팅입니다. 사실 배우들이 내용을 능가해요. 베베 뉴워스나 브렌다 프릭커와 같은 배우들은 연기할 게 없어서 오히려 심심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필립 보스코와 피터 갤러거는 더 운이 좋은 편이어서 연기할 거리가 조금 더 많고요. 전체적으로 각본의 모자라는 부분을 배우들이 살려주는 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보물은 주연 배우 메리-루이즈 파커입니다. 영화 전체가 파커를 위해 재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가 특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 자체의 존재를 더 즐길 수 있기도 하고요. 여러분이 메리-루이즈 파커의 팬이라면 그 사람이 영화 내내 햇빛처럼 발산하는 아이러니컬한 우아함만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겁니다. (02/08/28)

DJUNA

기타등등

아마존에서 독자 리뷰를 읽고 있는데, 영화화되기 전에 어떤 독자가 조안나 고잉을 신시아 역으로 추천했더군요. :-)

번역이 건성이더군요. 자막에서는 케이트를 막내 취급하고 있지만, 사실 디안젤로 집안의 막내는 신시아입니다. 조금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죠. 성차별적인 대사 번역도 거슬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