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공정식

주연
하지원....차영미
연정훈....김준호
신이....강종종
정준하....이PD
박은혜....영우
현빈....형준
오대규....이사
김정난....이지현
손민경....오작가
정하늬....조연출
손세광....영우 오빠

영미와 준호

제목의 [키다리 아저씨]는 물론 웹스터의 소설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고학생인 영미에게 4년 동안 등록금을 지원해준 익명의 후원자죠. 학교를 졸업한 영미는 인천에서 잠시 방송작가로 일하다 서울 방송국으로 옵니다. 여기서 영미는 자료실 직원인 준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준호와 키다리 아저씨는 원작에서처럼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영미가 잠시 빌린 집의 컴퓨터에서 배달되어 오는 연애 편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위에 적은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여러분은 이 영화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한 세 개의 이야기가 병행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분명 반전도 있을 거고요. 사실 영미가 읽는 연애 소설 아이디어는 그 자체만 따진다면 나쁘진 않아요. 아마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평가했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이 세 가지 이야기를 과연 짜임새 있게 엮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과는 어떠냐고요? 못했어요. 세 이야기는 마지막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 유기적 연결없이 그냥 흘러가기만 합니다. 밀접하게 하나로 엮여야 할 이야기가 독립된 세 개의 이야기가 되었고 반전의 복선까지 숨기고 있으니 영화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점에 봉착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로맨스에 제대로 신경을 쓸 수가 없는 거죠. 운명적인 로맨스를 표방하는 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영미와 준호의 로맨스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그냥 소개팅에서 만나 맘에 맞아 몇 번 만난 사람들도 이 사람들보다 더 연인 같아 보일 거예요.

[키다리 아저씨]는 공식에서 시작해서 공식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송국 배경은 마치 방송국 세트처럼 생기가 없고 등장인물들 역시 꼭 캔디랜드의 가면 쓴 직원들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입니다. 저녁만 되면 불꽃놀이와 함께 온 직원들이 나와 "외로워도 슬퍼도..."를 합창할 것 같아요.

차라리 키다리 아저씨의 컨셉을 포기했다면 이야기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절묘한 플롯 구성 없이 이야기 세 개를 굴리는 건 한 손으로 저글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모하지만 두 개 정도면 그럭저럭 편하게 이야기를 풀 수도 있었어요. 그래도 따분한 캐릭터나 진부한 대사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겠지만요. (05/01/05)

DJUNA

기타등등

네이버 자료에 보면 금보라 이름이 있는데 영화엔 안 나오더군요. 찍었지만 최종 버전에서 편집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