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송일곤

주연
이야기하는 여자....이하나
편지 읽어주는 남자....장현성

디아나

송일곤의 [시간의 춤]은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쿠바 패키지 여행 홍보물처럼 보일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혁명도 있고 쿠바 음악도 있으며 백 년 전부터 살고 있다는 한국 동포들도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기어이 동포들을 찾아내는 그 집요함이라니. 정말 한국 사람답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쩌다가 쿠바로 간 것일까요? [애니깽] 속편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멕시코에서 4년 동안 일만 하면 부자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던 조선 사람들이 배를 타고 제물포 항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일은 만만치 않았고 그들 중 일부는 다시 쿠바로 갔습니다. 물론 쿠바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 중에는 성공해서 김구에게 독립자금을 대준 사람도 있었고 체 게바라와 함께 혁명과 혁명정부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한국을 기억하고 발레리나, 화가, 음악가, 심지어 산테리아 사제가 되어 살아가고 있답니다. 별별 이야기들이 다 있습니다. 우리의 친척들이 이런 나라에서 이런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죠.

[애니깽] 만든 사람들이 만들었다면 눈물찍, 콧물찍 신파가 나왔겠지만 [시간의 춤]은 조금 다릅니다. 동포나 향수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죠. 1세대들은 다 죽었습니다. 2세대들도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되었고요. 그들에게 한국은 부모나 조부모의 고향입니다. 그들의 고향은 쿠바이고 이미 거기서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보고 있으면 그들은 정말 쿠바라는 나라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들은 몇 개의 한국 성만 남기고 쿠바 사람들 속에 사라지겠죠. 영화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선정된 사람들인지 몰라도 그들은 우리보다 더 로맨틱하고 더 뜨겁게 사랑하고 노래도 더 많이 부르고 춤도 더 잘 추고 더 행복해보입니다. 부러운 게 당연합니다.

제가 본 송일곤의 첫 다큐멘터리인데, 여전히 송일곤 영화 같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를 다루는 그의 개성도 여전하고 마치 [깃]의 쿠바 버전처럼 보이는 춤 장면들도 있습니다. 인터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종종 아주 단순한 영화적 장치로 그 평범한 장면들에 시적 분위기를 넣어주는 부분들도 있답니다. 종종 그게 지나쳐서 온스타일 패션 프로그램처럼 보일 때도 있고, 쿠바나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해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피상적인 장면들도 몇 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불필요한 민족주의와 끈적거리는 매저키즘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는 여전히 좋아보입니다. (09/11/11)

DJUNA

기타등등

시사회 때 이하나를 처음 봤습니다. 하얗고 예쁘고 길쭉하고 어눌하더군요. 이 영화에서 이하나가 맡은 나레이션도 그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