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수인

주연
주현....배중달
송재호....이필국
양택조....홍찬경
김무생....조진봉
선우용녀....송인주
박영규....배중범
진희경....순아
이재응....철수
이세영....영희
공옥진....어머니 귀신

(잠재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찬경, 중달, 필국

영상매체인 영화가 젊고 예쁜 사람들에게 기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이 연령차별은 좀 심각한 구석이 있습니다. 40을 넘긴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아마 관객층이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2,30대에 몰려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에게 노인네들은 이해하기도 귀찮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 대상일테니까요.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뒤집는다는 의무감으로 무장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예순을 넘긴 노땅들입니다. 주현과 김무생은 43년생이고, 송재호와 양택조는 39년생, 선우용녀는 45년생이지요. 다른 영화에서라면 노땅 취급을 받을 53년생 박영규가 남자들 사이에서 막내 취급을 받는다면 말 다했죠.

영화는 경남 남해군의 작은 해변 마을을 무대로한 코미디입니다. 주인공들은 이 마을에 사는 나이살 먹을 대로 먹은 노인네들이고요. 중달은 옆집 진봉과 앙숙지간인 타조 농장의 주인이고 찬경은 동네 점방 주인이며 필국은 11살 짜리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홀애비입니다. 어느날 이들 앞에 서울에서 온 이혼녀 인주가 나타나 이들의 가슴을 쾅쾅 뛰게 만듭니다.

영화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거의 쉰이 되도록 결혼을 안 한 동생 중범을 결혼시키려는 중달, 타조 농장을 둘러싼 중달과 진봉의, 필국과 인주를 짝지어주려는 손녀 영희, 중범을 짝사랑하는 횟집 주인 순아의 이야기가 느긋한 속도로 엇갈리는 거죠. 아마 젊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너무 느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코미디의 상당부분은 꽤 먹힙니다. 일단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기본기가 되어있어요.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쌓아온 고정된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신선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다들 능구렁이처럼 이 산뜻한 코미디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각본 역시 노인네들에게 감정이입하면서도 이들에게 예의차리거나 아부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나이 지긋한 남자들의 섹스나 페티시즘, 동성애와 같은 쑥스러운 주제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지요. 결과는 종종 예상 외로 생산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인 커밍 아웃 장면은 뜻밖에도 상당히 진실해보입니다. 여전히 코미디를 의도하고 있고 관객들은 필요 이상으로 웃지만요.

그러나 영화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그 선을 넘지는 못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이어야 마땅한 노인네들의 로맨스는 충분히 살아있지 않습니다. 조금씩 분위기만 풍기다가 그냥 주저앉아버리지요. 차라리 어느 정도 신파를 각오하고 용감하게 돌진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겁니다. 이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통에 인주의 이야기는 그냥 미완성처럼 보이거든요. 그러는 동안 나이든 여자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깊이로 다룰 수 있는 기회도 놓쳐버렸고요. 결혼식으로 끝나는 영화의 결말도 충분하지 못해 보입니다. 형식적인 결말만 만들어 놓았을 뿐 거기까지 가는 동안 드라마가 충분한 고도로 올라간 건 아니거든요. [필름 2.0.]에 실린 배우들의 대담을 읽어보면 그들도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듯 했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즐겁고 꽤 진실된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전 이 영화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에게나 배우들에게나 이 영화는 아슬아슬한 기회이니 말입니다. (04/03/09)

DJUNA

기타등등

노인네 캐스팅으로 유명한 영화에서 68년생인 진희경이 당연하다는 듯 끼여있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