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톰 후퍼 Tom Hooper

주연
휴 댄시....다니엘 데론다
Hugh Dancy....Daniel Deronda
로몰라 가라이....그웬덜린 할레스
Romola Garai....Gwendolen Harleth
휴 본빌....헨리 그랜드코트
Hugh Bonneville....Henleigh Grandcourt
조디 메이....미라 라피도스
Jodhi May....Mirah Lapidoth
에드워드 폭스....휴고 말린저 경
Edward Fox....Sir Hugo Mallinger
아만다 루트....다빌로 부인
Amanda Root....Mrs. Davilow
데이빗 뱀버....러쉬
David Bamber....Lush
그레타 스카키....리디아 글래셔
Greta Scacchi....Lydia Glasher
바바라 허쉬....마리아 알카리시 백작부인
Barbara Hershey....Contessa Maria Alcharisi
다니엘 에번즈....모디카이
Daniel Evans....Mordecai
실리아 임리....메이릭 부인
Celia Imrie....Mrs. Meyrick
제이미 뱀버....한스 메이릭
Jamie Bamber....Hans Meyrick
앨런 코더너....클레스머
Allan Corduner....Klesmer
마이클 앳웰....가스코인 목사
Michael Attwell....Reverend Gascoigne
조던 프리다....렉스 가스코인
Jordan Frieda....Rex Gascoigne
안나 스틸....캐서린 애로우포인트
Anna Steel....Catherine Arrowpoint

1.

다니엘 데론다

[다니엘 데론다]는 조지 엘리엇의 마지막 소설입니다. 그렇게까지 잘 알려지거나 자주 읽히는 작품은 아니죠.

소설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번갈아 따라갑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그웬덜린 할레스입니다. 버릇없고 이기적이며 도발적인 그웬덜린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웃 영주인 헨리 그랜드코트과 결혼합니다. 하지만 그뒤로 불쾌한 새디스트인 남편과 같이 살면서 거의 감옥과도 같은 결혼 생활을 견뎌내야 하죠. 두번째 주인공은 이 소설의 타이틀롤인 다니엘 데론다입니다. 그랜드코트의 친척인 휴고 경이 맡아 키우는 사생아인 그는 어느 날 투신자살하려는 유태인 가수 미라 라피도스를 구출한 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가 아니냐고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우선 소설 자체가 이 둘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걸요. 그웬덜린과 다니엘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다른 노선과 행보 때문에 끝까지 맺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로 헐겁습니다. 다니엘 데론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대충 그웬덜린 할레스가 왜 존재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생의 선택에 대한 것이므로 미라나 유태인 사회와 대비되는 세속적인 존재가 필요하긴 하죠.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 동안에도 둘의 이야기는 일종의 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보자니 그웬덜린의 존재가 너무 큽니다. 착하고 얌전하기만 한 다니엘 데론다나 미라의 이야기보다 결점투성이지만 드라마틱한 인물인 그웬덜린과 그 사람의 사악한 남편 그랜드코트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인상도 강하거든요.

소설의 또다른 문제점은 주제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유태인 문제입니다. 엘리엇은 이 주제를 소수 민족의 인권 문제를 떠나 거의 시오니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결말을 한 번 보세요. 소설 후반에서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걸 알게 된 다니엘은 유태인 국가 재건을 위해 이스라엘로 떠난답니다!

문제는 시오니즘 자체가 아니라 이 주제를 위해 스토리를 밀어붙이는 방식입니다. 다니엘이 생모로부터 자신의 뿌리를 확인한 뒤 벌이는 모든 일들은 자연스러운 흐름의 결과라기보다는 노골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강요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데론다]는 마음을 끄는 구석이 많은 작품입니다. 일단 그웬덜린 할레스의 이야기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시오니즘에 대한 엘리엇의 관점 역시 관심을 가질만 하고요. 구성이 균형을 잃었다고 말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야기가 묘하게 일그러진 매력을 풍기기도 해요.

2.

그웬덜린 할리스

위에서 제가 주절주절 쓴 글 때문에 괜히 이 미니 시리즈를 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각색을 앤드루 데이비스가 맡았다는 사실을 알면 여러분의 걱정도 어느 정도 가시겠지요.

데이비스는 이 시리즈에서도 자기의 장기를 완벽하게 살렸습니다. 질질 늘어지는 엘리엇의 묵직한 소설이 그의 손을 거치자 박진감넘치고 흥미진진한 멜로드라마 연속극으로 탈바꿈했으니까요. 볼 때마다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원작 자체가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오만과 편견]보다 이런 시리즈에서 오히려 그의 재능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데이비스의 이런 장기가 맘에 안드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진지한 도덕극이라고 할 수 있는 [다니엘 데론다]에서 이런 멜로드라마적 접근법은 원작의 주제를 오도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데이비스는 원작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인 유태인 모디카이를 잠시 등장하는 게스트 정도로 줄여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데이비스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책에서나 시리즈에서나 진짜 재미있는 인물은 그웬덜린입니다. 모디카이로는 이야기를 만들 수가 없어요. 그는 시오니스트 버전 세인트 존 리버스입니다.

데이비스가 골라낸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 소설의 더 좋은 부분입니다. 따지고 보면 지나치게 관념적인 다니엘 데론다와 모디카이의 이야기보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부조리한 제도 속에서 고통받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그웬덜린의 드라마가 더 흥미로운 도덕극이기도 하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데이비스가 영국 고전을 충실하게 재활용하는 BBC 미니 시리즈의 각본을 쓰는 대신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창작력을 구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가 주인공 다니엘의 이야기를 줄이고 그웬덜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각색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시리즈는 오히려 원작보다 더 짜임새있고 강렬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제목을 바꾸어야 했겠지만요.

3.

다니엘과 미라

[다니엘 데론다]가 무척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걸 지적해야겠습니다. 하긴 그게 영국 시대극의 상업적 장점이기도 하죠. 우린 우리의 산문적인 세계에서 접할 수 없는 호사스러움을 만끽하기 위해 이런 종류의 시대극을 보니까요.

시리즈는 두 개의 세계를 번갈아 다루고 있습니다. 한 쪽은 그웬덜린과 데린다가 속해 있는 영국 상류 사회이고 다른 한 쪽은 미라의 가족들이 속해 있는 유태인 세계입니다.

이들은 상류 사회 묘사를 위해 보라나 초록처럼 아주 위태로운 색들을 냉정하게 뒤섞어 면도날로 베는 것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아편에 절은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창출해내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미라와 유태인 사회로 옮겨가면 화면은 갑자기 채도를 잃습니다. 필체는 굵어지고 그만큼 감정은 솔직해지지요. 물에 빠진 미라를 다니엘이 구출하는 장면은 거의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회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사실 영화의 이미지 전체가 19세기 영국 회화의 느낌을 풍깁니다. 특히 라파엘 전파 화가들요. 단지 상류 사회와 유태인 사회를 오가는 동안 화필과 화필을 다루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회화적 이미지는 스토리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딱 좋은데, 정작 시리즈가 그렇게 느리거나 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BBC의 스탭들도 슬슬 성미 급한 젊은이들에 의해 세대 교체된다는 증거겠지요.

4.

다니엘, 그웬덜린, 그랜드코트

배우들은 모두 훌륭합니다. 특별한 뉴스는 아니죠. BBC 고전 각색물들은 좋은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으로 유명하니까요. 여기서는 눈에 띄는 두 명의 배우들만 구체적으로 지적하겠습니다.

첫번째는 그웬덜린을 연기한 로몰라 가라이입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살짝 현대적으로 튀는 이 사람의 얼굴부터가 일단 인상적입니다. (조금 드루 배리모어 닮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쉽게 잊혀진답니다.) 가라이의 캐스팅은 위태롭지만 효과적입니다. 특별히 복잡한 연기를 하는 건 아니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거칠기까지 하지만 그웬덜린의 이기심, 도박사 기질, 자존심과 같은 기본 성격들은 완벽하게 살아 있거든요. 후반부에서 성숙한 느낌이 더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로도 훌륭해요.

다른 하나는 그랜드코트를 연기한 휴 본빌입니다. 본빌과 같은 순둥이 전문 아저씨가 그랜드코트와 같은 매정한 사디스트를 연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놀라운 건 그가 이 역을 기가 막히게 잘해냈다는 것입니다. 등장할 때마다 한 대 패주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감정을 온 몸으로 즐기고 싶더군요.

앙상블도 기대 이상입니다. 데론다 역의 휴 댄시와 로몰라 가라이의 아슬아슬한 감정 묘사는 자칫 허리가 끊기기 쉬운 이런 이야기에 적절한 접착제 역할을 해줍니다. 로몰라 가라이와 휴 본빌 사이에 흐르는 증오심과 사디즘도 적당한 성적 끈적임이 섞인 채 근사하게 묘사되었고요. (03/05/13)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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