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정민

주연
이종혁....정우진
소이현....김정아
김영준....정승헌
최성민....이준후
이예원....오세은
박충선....사냥꾼
오정원....사냥꾼 아내
김선혜....사냥꾼 첫째 딸
박세영....사냥꾼 둘째 딸
정수현....사냥꾼 막내 딸

정아

솔직히 전 [죽음의 숲]에 대해 기대를 좀 했습니다. 긴 생머리 여자귀신이 안 나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좀비 영화이기까지 하다네요.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한 편씩 개봉될 때마다 조금씩 상승했습니다. [2월 29일]은 시시했지만, [네 번째 층]과 [디데이]는 은근히 좋은 구석이 있는 영화들이었단 말이에요.

오늘 이 영화를 보고 왔는데, 실망이었습니다. 문제가 많은 영화였고 최종 결과도 나빴지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각본입니다. 창의적인 구석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어요. 입산금지지역에 산행을 나왔다가 한 명씩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이 장르에서 노골적으로 뻔한 공식이지만 아이디어가 전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다친 사람이 숲에 핏방울을 흘리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괜찮았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한 명을 무당으로 설정한 것도 괜찮았고요. 전 후반의 반전도 좋았습니다. 특별히 놀라울 건 없지만 관객들의 방심과 나쁜 기억력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 아이디어들은 각본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합니다. 일단 구성이 아주 나빠요. 특히 영화 후반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30분짜리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1시간쯤 되면 끝날 분위기가 조성되는데도 그 결말이 30분 동안이나 이어지는 거예요. 미치겠죠. 대사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나쁘고 좀비 영화들의 지루한 공식들이 아무런 변형없이 반복됩니다. 바보 같거나 이해불능의 행동만 반복하는 주인공들은 정 붙이기가 어렵고 시리즈를 연결하는 '유일한' 농담은 지나치게 부풀어 있습니다.

영화의 스타일도 결코 좋은 편이 아닙니다. 툭툭 튀어나오는 분할 화면, 정지 화면, 슬로우 모션, 등장인물 소개 자막은 나름대로 쿨해지고 싶어 넣은 모양인데, 최종 결과는 촌스럽고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결정적으로 우선순위가 잘못되었어요. 일단 그런 것들을 넣으려면 그 전에 기초적인 것부터 채워넣는 게 순서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의 좀비 묘사들은 따분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좀비가 여기 있다. 사람을 죽였다'가 전부죠. 다 보고 나면 떠오르는 장면도 별로 없습니다. 노골적인 강간상징인 살인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하나 남긴 하지만 그건 좋아서 남은 게 아니에요. 재수없어서 남은 거지.

더 화가 나는 건 이 영화엔 가능성 있는 소재가 꽤 많았다는 겁니다. 어두워진 숲 속에서 나무에 섞여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좀비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텐트 앞에서 얼쩡거리던 좀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희생자를 끌어가는 장면처럼 충분히 효과적으로 묘사될 수 있었던 장면도 재료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테크니션에게 맡겼다면 훨씬 근사하게 묘사될 수 있었어요. 반전이 좋았다고 했지만 이 역시 낭비된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이 그럴싸한 소재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대신 그냥 의무방어만 하고 끝내 버려요.

긴 머리 여자 유령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영화지만, 전 여전히 이 영화의 단점을 지적할 때 긴 머리 여자 유령의 책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모두 긴 머리 여자 유령 잘못이에요. 그들이 한국 호러 영화 시장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가 뭔가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죠. (06/08/17)

DJUNA

기타등등

그러니까 입산금지라고 쓰여진 곳엔 들어가지 말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