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재용

주연
김옥빈....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박진우....안소니
이켠....외눈박이
은성....두눈박이
김별....도라지 소녀
이용주....회장
남호정....부회장 소녀
박혜원....반장 소녀
이민혁....테리
유건....우스
박재웅....축구부 주장
윤봉길....일진짱
김유빈....국수 소년
신현호....어떤 소년
유주희....어떤 소녀/하레 크리슈나
임예진....가난 엄마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와 안소니

[다세포 소녀]를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영화는 조셉 로지의 [모데스티 블레이즈]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존중받는 예술가가 갑자기 핑 하고 머리가 돌아 만든 어처구니 없는 오락물들이죠. 둘 다 만화가 원작이고 그렇게까지 성공적인 작품들이 아니라는 것도 같고요.

이 사람들은 왜 그랬던 걸까요? 그거야 언제나 자기답게 사는 건 지겨운 일이니까요. 스스로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깨트리고 싶을 때가 분명히 옵니다. 특히 예술하는 사람들에겐 말이죠. [모데스티 블레이즈]나 [다세포 소녀]의 원작 만화들이 로지와 이재용을 매료시켰던 이유도 그 어긋난 느낌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자기 터가 아닌 곳에서 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잘 다듬어진 A급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B급 정서를 통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반대가 오히려 쉬워요. B급 정서는 흉내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죠.

[다세포 소녀]에도 A급 예술가가 B급 세계에서 당황하다 일을 망친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유치한 농담들에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고 종종 '나도 이런 유치찬란하고 도발적인 짓을 한다'라고 자랑스럽게 외치는 것 같은 장면들이 불필요하게 많아요.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이 떨어집니다. 군데군데 나오는 뮤지컬 장면들은 감독이나 작곡가가 아직 이 장르에 숙련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이고요.

그렇다고 원작이 가진 막가파 정신이 영화에 녹아든 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굉장히 얌전해요. 자극을 덜어내기도 했지만 추가된 상상력도 그렇게 대단치 않은 거죠. 특히 클라이막스를 구성하는 교장 관련 스토리는 민망할 정도로 어색합니다. 감독도 인정한 건전함이 철철 넘쳐요.

구성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원작 단편들을 그대로 옮긴 에피소드 나열로 시작했다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와 교장 이야기를 축으로 한 보다 호흡이 긴 스토리로 옮겨가는데, 그렇게까지 원작을 잘 활용하는 방식은 아니죠. 초반의 자유는 관습적인 결말에 휩쓸려 사라지고, 그렇다고 긴 이야기가 제대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흔들녀' 에피소드의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와 교장 에피소드의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는 동일인물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성공한 부분이 전혀 없냐고요? 그렇게 쉽게 말하지는 못하겠군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이야기는 원작에도 있는 시치미 뚝 뗀 순정만화 분위기가 영화에 비교적 잘 옮겨진 편인데, 아마도 그건 이재용의 원래 개성과 테크닉에 맞았기 때문이겠죠. 김옥빈의 캐스팅도 이상적이고요.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도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전 외눈박이와 두눈박이 남매의 묘사도 괜찮았습니다. 발전없이 그대로 정체된 것 같아 아쉬웠지만요. 이 영화엔 등장만 하고 방치된 캐릭터들이 너무 많아요.

결론요? 아무리 관대하게 굴려 해도 이재용이 이 시리즈의 이상적인 각색자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거죠. 장편영화가 원작만화를 담는 이상적인 그릇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06/08/03)

DJUNA

기타등등

[디데이]의 유주희가 거의 대사가 없는 단역으로 나오더군요. 바로 며칠 전에 본 얼굴이라 꽤 재미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