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톰 맥롤린 Tom McLoughlin

주연
마이클 E. 나이트....짐 샌더즈
Michael E. Knight....Jim Sanders
피비 케이츠....패티 윈스턴
Phoebe Cates....Patty Winston
엠마누엘 베아르....천사
Emmanuelle Béart....Angel
데이빗 듀크스....에드 윈스턴
David Dukes....Ed Winston
필 브록....조지
Phil Brock....George
앨버트 맥클린....돈
Albert Macklin....Don
피터 코완코....렉스
Peter Kowanko....Rex
비니 아기로...벤 샌더즈
Vinny Argiro....Ben Sanders
비비 베치....그레이스 샌더즈
Bibi Besch....Grace Sanders

어제 서재를 청소하다가 낡은 테이프들을 무더기로 발견했답니다. [천사와 사랑을]은 3배속으로 녹화된 [최종분석]과 [그들도 우리처럼] 뒤에 실려있더군요. 보아하니 KBS2에서 방영된 걸 녹화한 것 같은데 왜 녹화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흰 영화관에서 이미 본 영화였는 걸요.

네, 이 영화를 극장까지 가서 봤답니다. 당시엔 꽤 흥분했던 걸로 기억해요. ("와, 세상에 엠마누엘 베아르가 나오는 영화를 우리나라에서도 한대!") 아시다시피 십 여 년 전만 해도 볼 수 있는 영화의 종류는 무척 적었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더더욱 적었지요. 그래서 엠마누엘 베아르나 이자벨 아자니와 같은 비 헐리웃권의 배우들은 거의 금단의 사과 같았습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음악가 지망생 짐은 아버지가 하인으로 일하는 윈스턴 화장품 사장의 딸 패티와 약혼한 사이입니다. 하지만 총각 파티날 밤에 인공 위성에 충돌해 날개가 부러진 천사가 그의 풀장에 떨어지죠. 천사를 짐의 애인으로 오인한 패티는 정신없이 화를 내고 짐의 세 친구는 천사를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을 꾸밉니다. 그러는 동안 짐은 천사와 사랑에 빠지고요.

영화는 인어를 천사로 바꾼 [스플래시]의 아류입니다. 그것도 안이하고 형편없는 아류지요. [스플래시]는 괜찮은 캐릭터들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동화적이지만 믿음직스러운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잘 만든 오락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천사와 사랑을]은 지리하고 설득력 없는 각본과 안이한 아이디어, 그리고 정 안가는 캐릭터들(특히 주인공의 세 친구들은 밥맛 떨어집니다)이 북적거리는 시시한 영화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핵심이어야 할 로맨스의 영역에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로맨스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천사는 그런 로맨스를 벌일 만한 지력이 없거든요. 인간보다는 새와 같은 동물에 훨씬 가깝습니다. 지능지수가 개보다 더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적어도 개는 벌어진 햄버거를 짐승 입으로 착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는 로맨스보다는 개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영화에 가까워집니다. 차라리 진짜 개를 다루었다면 감상적인 재미라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날개 달린 성인 여성을 강아지처럼 다루면서 끌고 다니는 남자 이야기는 사정이 다르지요.

그런데도 저희는 당시 이 영화를 보고 돈 아깝다는 생각 따위는 안하고 나왔답니다. 엠마누엘 베아르가 너무 천사같이 예뻤거든요. 저흰 영화 내용은 무시하고 베아르의 얼굴만 봤습니다. '어쩜 저렇게 이쁠꼬...'하면서요.

불쌍한 피비 케이츠는 (당시 우리나라에선 베아르보다 훨씬 유명했는데) 그만한 아우라를 발산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너무 불쌍해요. 영화는 삼각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패티를 졸렬한 인물로 몰고가려 하는데, 암만 봐도 불쌍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네들이 생각한 것만큼 깨끗한 결말은 아니었어요.

다시 봐도 베아르의 천사 이미지만 남아 있군요. 영화보다는 천사 사진을 담은 윈도우 월페이퍼나 몇 장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99/11/17)

D&P

기타등등

베아르는 이 영화가 개봉되던 해에 [피플] 지가 뽑은 50명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중 한 명에 뽑혔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