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네스 브래나 Kenneth Branagh

주연
케네스 브래나....로만 스트라우스/마이크 처치
Kenneth Branagh....Roman Strauss/Mike Church
엠마 톰슨....그레이스/마가렛 스트라우스
Emma Thompson....Grace/Margaret Strauss
데릭 제이코비....프랭클린 매드슨
Derek Jacobi....Franklyn Madson
앤디 가르시아....그레이 베이커
Andy Garcia....Gray Baker
로빈 윌리엄즈....코지 칼라일 박사
Robin Williams....Doctor Cozy Carlisle
웨인 나이트....'피콜로' 피트 듀건
Wayne Knight....'Piccolo' Pete Dugan
한나 시굴라....잉가
Hanna Schygulla....Inga
그레고르 헤세....프랭키
Gregor Hesse....Frankie
로이스 홀....콘스탄스 수녀
Lois Hall....Sister Constance
리처드 이스턴....티모시 신부
Richard Easton....Father Timothy
조 앤더슨....매들린 수녀/사교계 여인
Jo Anderson....Sister Madeleine/Starlet
캠벨 스코트....더그
Campbell Scott....Doug
미리암 마골리스....손님
Miriam Margolyes....Lady

마이크, 매드슨, 그레이스

[헨리 5세]의 엄청난 성공 이후 케네스 브래나가 선택한 영화는 당시만 해도 풋내기 작가였던 스코트 프랭크의 각본에 바탕을 둔 미스터리 스릴러인 [환생]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브레너와 같은 셰익스피어 전문가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이상하게 받아들였지만 사실 지금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죠. 원래부터 그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주저앉을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억지로라도 셰익스피어에서 멀리 떨어진 소재를 찾을 판이었어요.

[환생]은 신문 헤드라인을 관객들 눈 앞에 집어던지는 구식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거창한 스타일로 4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요약하며 시작됩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로만 스트라우스라는 독일 작곡가가 아내 마가렛을 가위로 찔러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았죠. 이어지는 흑백 화면을 통해 우린 로만 스트라우스가 사형에 처해진 마지막 날을 보게 되는데, 알고 봤더니 그건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고아원에서 발견된 기억상실증 환자의 꿈입니다. 고아원에서는 환자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고아원 출신의 사립탐정 마이크 처치를 고용하고 그와 그가 그레이스라는 별명을 붙인 환자는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어느 날, 마이크의 신문 광고를 보고 매드슨이라는 최면술사가 찾아와 그레이스에게 최면을 거는데, 그레이스는 자신의 현생 기억 대신 49년의 스트라우스 살인사건을 기억해냅니다.

[환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거창함입니다. 이런 면에서 연극적 과장이 특기인 브래나가 이 각본을 택한 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는 않죠. 영화는 죽음과 환생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운명적 사랑을 수십 년에 걸친 복수와 살인, 음모의 과정을 통해 뻔뻔스러울 정도로 장엄하게 그려내보이고 있습니다.

[환생]을 보다보면 과연 이 영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지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스코트 프랭크의 각본은 교활하고 영리하게 짜여져 있지만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억지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죠. 영화는 이 어색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상당한 유머를 넣어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이야기의 인공성은 해소되지 않아요. 그러기엔 브래나의 스타일이나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진지하니까요. 그는 뭘 미묘하게 감추거나 하는 스타일의 감독이 아니잖아요. 대신 모든 걸 불꽃놀이처럼 폭파시키는 편이죠.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가장 뻔뻔스러운 유머가 브래나의 공공연한 진지함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네, 그는 시종일관 진지합니다. 하지만 그의 진지함은 "아, 운명적인 연인들이 환생해서도 만났구나. 감동적이다!"가 아니라 "와, 여기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재미있는 각본이 있구나. 이걸 여기에 맞는 거창한 스타일로 근사하게 영화화해야지"입니다.

그 결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발랄한 유희정신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신문기사 요약, 패트릭 도일의 과장된 음악, 40년대 장면에 사용되는 필름 느와르식 흑백 화면과 같은 노골적인 구식 할리우드 영화의 인용부터 그렇죠. 로스앤젤레스라는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배경을 무대로 영화를 찍으면서 엠마 톰슨, 데릭 제이코비와 같은 영국인 동료들을 그대로 데려온 것도 이 영화에서 '인용'과 '모방'의 유희가 얼마나 비중이 큰지 말해줍니다. 일단의 영국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날아와 시치미를 뚝 떼고 할리우드의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한 영화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이코비의 경우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영국 악센트를 고수하지만요.

이 영화의 연기는 엄청나게 진지하고 전문적인 개인기 자랑 같습니다. 그들이 맡은 캐릭터는 장르 공식에서 따온 기성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겹 이상의 또다른 층을 갖추고 있어서 그 진부한 원형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번갈아 모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브래나, 톰슨, 제이코비는 모두 이 역할들을 근사하게 소화해냈고 덕택에 이들의 능글맞음은 프랭크가 각본에 삽입한 농담들을 구사할 때보다 전문적인 멜로드라마 연기를 진지하게 할 때 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환생]은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이야기와 스타일의 진지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이 영화에 품을 친밀도와 애착의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이 영화의 요란뻑적한 즐거움과 서스펜스를 무시할 수 있는 관객들은 많지 않겠죠. (04/12/14)

DJUNA

기타등등

스트라우스의 죄수복 번호는 25101415. [헨리 5세]의 소재가 되었던 아쟁쿠르 전투는 1415년 10월 25일에 일어났죠. 영화엔 이런 자잘한 농담들이 가득 합니다.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