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켈레 소아비 Michele Soavi

주연
루퍼트 에버렛....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
Rupert Everett....Francesco Dellamorte
프랑스와 아지-라자로....냐기
François Hadji-Lazaro....Gnaghi
안나 팔키....그녀
Anna Falchi....She
미키 녹스....스트라니에로 보안관
Mickey Knox....Marshall Straniero
파비아나 포르카....발렌티나 스카나로티
Fabiana Formica....Valentina Scanarotti
클라이브 리치....베르세치 박사
Clive Riche....Doctor Verseci
카차 안톤....클라우디오의 여자친구
Katja Anton....Claudio's Girlfriend
바르바라 쿠피치....마그다
Barbara Cupisti....Magda
안톤 알렉산더....프랑코
Anton Alexander....Franco
피에트로 게누아르디...치바르디 시장
Pietro Genuardi....Mayor Civardi
파트리치아 푼조....클라우디오의 어머니
Patrizia Punzo....Claudio's Mother
스테파노 마스치아렐리....스카나로티 시장
Stefano Masciarelli....Mayor Scanarotti
비토 파세리....첫 번째 좀비
Vito Passeri....1st Returner
알레산드로 자마티오....클라우디오
Alessandro Zamattio....Claudio

델라모르테

호러영화팬들에게 미켈레 소아비의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는 '마지막 이탈리아 호러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죠. 소아비는 멀쩡하게 살아있고 (아직 그는 쉰 살도 안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 다리오 아르젠토도 꾸준히 호러영화를 찍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나 인기 있는 선언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말에도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탈리아 호러영화계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소아비는 텔레비전으로 도망쳤고, 아르젠토의 영화들은 시시해졌으며 다른 감독들은... 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죠? 물론 이 침체기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믿을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소아비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이탈리아 호러영화계에 제2의 전성기가 돌아온다고 해도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는 여전히 한 시대의 종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는 엄청나게 재수없는 묘지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는 부팔로라라는 시골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일하는데, 이곳 터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매장된 시체들은 일주일 뒤 좀비가 되어 다시 무덤에서 기어나오죠. 델라모르테와 백치 조수 냐기는 밤마다 총과 삽을 들고 좀비들을 죽여 다시 묻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델라모르테와 냐기는 모두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던 여자들은 다들 좀비가 되어 돌아오죠.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의 이야기는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처음에 관객들은 익숙한 장르 세계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의 전개는 그걸 받아들인다고 해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 되었지요. 델라모르테는 결코 정신이 멀쩡한 젊은이가 아니고 그의 독백이나 고백도 그렇게 믿을만한 게 못됩니다. 아무리 믿어주려 해도 영화의 결말이 그걸 허용하지 않죠.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장르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델라모르테의 환상일까요? 흠... 그걸 구분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구분이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다고 해서 의미가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그녀'

[델라모르테 델라모레]엔 원작이 있습니다. 티치아노 스클라비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지요. 스클라비는 [딜란 독]이라는 만화 시리즈로 유명하고 소설 역시 이 시리즈와 내용상 연결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 종종 [딜란 독]이 원작이라고 오인되기도 합니다. 딜란 독의 모델이 루퍼트 에버렛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고요. 실제로 이들이 루퍼트 에버렛을 캐스팅한 것도 [딜란 독] 때문이었답니다.

스클라비의 원작이 어떤지 제가 평가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스클라비와 원작의 존재가 영화에 상당한 힘이 되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델라모르테 델라모레]엔 이탈리아 호러 영화 특유의 생뚱맞은 느낌은 없습니다. 각본도 그럴싸하게 짜여졌고 대사들도 괜찮으며 후시녹음도 어색하지 않아요. 마지막 건 대사 대부분이 루퍼트 에버렛에게 주어졌기 때문이겠지만, 나머지는 원작소설이 설계도가 되어주었기 때문이겠죠.

영화의 태도도 이탈리아 호러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적이라기보다는 영국적이죠. 그렇다고 영국사람이 만든 티가 난다는 건 아니에요. 비영어권 유럽 사람들이 영국식이라고 생각할 만한 면이 강하다는 거죠. DVD 부록에 수록된 소아비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이 역시 스클라비의 개성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누구의 개성이건, 끔찍하고 잔인무도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삼가말하는 수법은 이 영화의 바로크적인 난도질과 그럴싸한 대조를 이룹니다. 에버렛의 캐스팅도 완벽했어요. 이탈리아나 할리우드 배우였다면 이 무덤덤한 희극성을 이만큼 잘 살리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영화는 무섭지 않습니다. 의도도 아니죠. 주인공인 델라모르테 자신이 좀비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으니 공포 분위기가 날 리 없잖아요. [델라모르테 델라모레]에서 호러영화의 도구들은 공포보다는 온갖 장르 재료들을 하나로 묶는 시멘트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네, 이 영화는 정말 잡탕이에요.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만 엮어도 호러/코미디/에로/로맨스죠.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잡탕이야 눈치 안 보고 아무 거나 그냥 섞기만 해도 만들어지는 것이니 그 자체를 평가 근거로 삼을 수는 없지만, [델라모르테 델라모레]의 잡탕은 그 이상입니다. 개별요소들이 모두 먹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꼭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 잡탕은 죽음과 섹스에 사로잡혀 있는 좌절한 남자의 폭력적인 환상에 완벽하게 어울려요. 삶을 이루는 가장 중요하고 극적인 요소들이 피투성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영화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거예요. 요란한 소리에 귀가 아플 수도 있겠고 그 노래가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음악과 드라마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군요. (06/06/23)

DJUNA

기타등등

소아비에 따르면 부팔로라 마을의 시체들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묘지에서 자라는 만드라골라 뿌리의 에너지를 받아서라는군요.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