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빈센트 미넬리 Vincente Minnelli

주연
그레고리 펙....마이크 헤이건
Gregory Peck....Mike Hagen
로렌 바콜....마릴라 브라운 헤이건
Lauren Bacall....Marilla Brown Hagen
돌로레스 그레이....로리 섀넌
Dolores Gray....Lori Shannon
샘 레빈....네드 해머스타인
Sam Levene....Ned Hammerstein
톰 헬모어....재커리 와일드
Tom Helmore....Zachary Wilde
마이키 쇼네시....맥시 스툴츠
Mickey Shaughnessy....Maxie Stultz
제시 화이트....찰리 아넥
Jesse White....Charlie Arneg
척 코너스....조니 '오'
Chuck Connors....Johnnie 'O'
에드워드 플랫....마틴 J. 데일러
Edward Platt....Martin J. Daylor
올비 무어....루크 코슬로
Alvy Moore....Luke Coslow
캐롤 비지....그웬
Carol Veazie....Gwen
잭 콜....랜디 오웬스
Jack Cole....Randy Owens

마이크와 마릴라

[디자이닝 우먼]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MGM의 대표적인 의상 디자이너였던 헬렌 로즈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아이디어였지요. 전설적인 영화 의상 디자이너가 의상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처럼 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로즈의 아이디어는 그레이스 켈리, 제임스 스튜어트, 시드 섀리스 주연의 계획으로 잠시 떠돌다가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로렌 바콜, 그레고리 펙, 돌로레스 그레이 주연의 [디자이닝 우먼]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LA에서 만난 두 명의 뉴요커가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행복에 겨운 그들이 뉴욕으로 돌아온 뒤부터 일어납니다. 스포츠 기자인 남자 마이크와 부유한 패션 디자이너인 마릴라 사이엔 도대체 공통점이 없었던 거죠. 둘은 서로의 친구들에 질색하고 서로의 직업에 지겨워하다가 결국 마이크의 옛 여자 친구 로리를 붙들고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마이크의 폭로 때문에 긴장할 대로 긴장한 갱두목이 그들을 노리고요.

[디자이닝 우먼]의 스토리는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에나 맞을 법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성기 스크루볼 코미디처럼 매섭지도, 명료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MGM 영화의 풍성하고 호사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느긋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여러분은 감독이 빈센트 미넬리라는 사실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화사한 색조로 가득 찬 와이드 스크린 화면의 유려함은 전형적인 미넬리의 스타일이고... 실제로 이 영화는 종종 진짜 뮤지컬처럼 변하기도 한답니다. 마릴라가 뮤지컬의 의상을 담당하고 마이크의 옛 여자 친구인 로리가 그 뮤지컬의 주연이거든요.

영화는 정말 가볍습니다. 호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두 스타들의 요란한 부부싸움을 보여주는 것 이외엔 어떤 심각한 주제도 담고 있지 않지요.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러는 데 성공합니다. 패션과 뮤지컬로 가득한 마릴라와 화사한 세계와 갱들과 펀치 드렁크의 후유증을 앓는 무지막지한 권투선수들이 부글거리는 마이크의 세계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코미디 역시 재미있고요.

바콜과 펙은 이런 영화의 주연으로 처음 선택할 사람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선 먹힙니다. 이런 코미디에 나올 때마다 펙이 짓는 그 어정쩡한 표정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서툴게 대응하는 마이크의 성격과 그럴싸하게 맞습니다. (특히 유명한 스파게티 접시 소동엔요.) 바콜의 매서움 역시 펙과 근사하게 어울리고요. 이 영화를 찍을 무렵 남편 험프리 보가트가 사망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 칭찬할만한 연기였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디자이닝 우먼]은 서서히 낡아가는 영화입니다. 여전히 재미있어요. 스타 파워도 시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영화의 호흡은 느려졌고 농담들은 너무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나레이션도, 이런 식의 수법에 익숙해진 현대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거칠고 억지스럽게 느껴지고요.

다행히도 이 모든 건 지엽적입니다. 주말에 텔레비전을 틀고 느긋하게 바콜과 펙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디자이닝 우먼]의 한가한 재미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03/12/11)

DJUNA

기타등등

켈리가 왜 이 영화를 포기했는지는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시겠지요? 그래도 모르시겠다면 제작 연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