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튜어트 메인 & 피터 웰즈
Stewart Main & Peter Wells

주연
제니퍼 워드-릴랜드....도로시아 브룩
Jennifer Ward-Lealand....Dorothea Brook
케빈 스미스....로렌스 헤이즈
Kevin Smith....Lawrence Hayes
리사 채플....앤 쿠퍼
Lisa Chappell....Anne Cooper
클리프 커티스....프레이저
Cliff Curtis....Fraser
마이클 허스트....윌리엄 포이저
Michael Hurst....Willam Poyser
키리 밀즈....로즈
Kiri Mills....Rose

1.

때는 19세기. 장소는 뉴질랜드의 해안 도시 호프. 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지저분한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붉은 옷의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는 이 영화의 주인공 도로시아 브룩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지저분한 남자들 중 자칭 로렌스 헤이즈라는 젊은 남자를 골라 불러들입니다. 마약 중독에 걸린 동생이 매달리는 마오리 혼혈 남자 프레이저를 떼어놓기 위해 그를 동생과 결혼시키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로렌스는 도로시아와 사랑에 빠지고, 끈질긴 프레이저는 도대체 물러날 생각을 안하는데다가, 도로시아의 재산을 노린 신사 포이저의 구애와 도로시아의 애인 앤 쿠퍼, 그 밖의 멜로드라마틱한 상황이 겹치고 겹쳐서 영화는 [멜로즈 플레이스] 뺨치게 복잡해집니다....

2.

[데스퍼레이트 리메디스(동명의 토머스 하디 소설과 아무 상관없습니다)]는 정말 뻔뻔스러운 멜로드라마입니다. 의도적으로 비비꼬인 천박한 줄거리, 엄청나게 과장된 연출과 연기로 가득한 싸구려인 거죠.

다들 만들면서 참 재미있었을 거예요. 특히 배우들요. 이들이 구사하는 연기는 너무나도 멜로드라마틱해서, 'Yes!'처럼 단순한 대사도 정상적으로 발음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뜨이는 것은 스튜어트 메인과 피터 웰즈의 요란한 스타일입니다. 염치없을 정도로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찬 세트, 카니발에서 훔쳐온 것 같은 거창한 옷들... 그 위를 덮는 것은 창피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으로 쓰이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입니다.

이 고약한 스타일은 영화에 극도의 해방감을 부여합니다. 막나가는 스토리와 스타일을 장식하는 초현실주의적 화면 때문에, 영화는 3류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꼭 무슨 예술 작품 같아서, 이런 싸구려 멜로를 볼 때 느껴지는 죄의식까지도 사라지거든요.

3.

[데스퍼레이트 리메디스]는 철저하게 게이 남성 관객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배경에서 열심히 섹스를 하는 두 아저씨들을 제외하면 게이 남성 캐릭터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번 화면을 보세요. [데스퍼레이트 리메디스]는 원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들과 노출이 심한 야한 옷들을 입고 나오는 남자들로 범벅이가 되어 있습니다. 카니발 여왕 같은 도로시아나 게이 포르노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로렌스 모두 서구 게이 남성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짜여진 캐릭터들이지요. 스트레이트인 척 하는 멜로드라마가 덮여 있지만, 영화는 끊임없이 게이 관객들에게 윙크하고 있습니다. 스타일, 음악, 연기 스타일... 모두가요.

이러니 이 영화에 나오는 두 게이 캐릭터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지요. 영화는 게이 남성 스타일로 레즈비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게이 여성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해피 엔딩입니다. 두 레즈비언 연인은 끝에 완벽하게 맺어집니다.

스트레이트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일단 기둥 줄거리가 스트레이트한 척하는 데다가, 도로시아와 로렌스가 같이 있을 때마다 튕기는 성적 긴장감 역시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는 지극히 게이 지향적이지만 스트레이트 관객들이라고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죠. 등 뒤에서 약올리는 듯한 느낌을 무시한다면 말이죠.

4.

[데스퍼레이트 리메디스]는 이런 종류의 뻔뻔스러운 싸구려 느낌을 감당할 수 있는 모든 관객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멜로에 진력이 나고 노골적인 원색 스타일의 속이 보인다고 해도 영화 전체가 풍기는 이 싸구려 즐거움을 거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긴 그래서 멜로드라마라는 게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99/09/14)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에 나오는 주연 배우들은 모두 [여전사 지나]나 [헤라클레스]에 출연한 적 있거나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그건 [엑스 파일]에 캐나다 배우들이 부글부글한 것과 비슷한 이치지요. 두 시리즈 모두 뉴질랜드에서 찍으니까요. :-)

2. 도로시아 역의 제니퍼 워드-릴랜드와 포이저를 연기한 마이클 허스트는 나중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언제나 영화 같지는 않아요.

3. 오즈에서 첫 상영을 보았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어수선하더군요. 왜들 그렇게 상영 시작 시간을 못지키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