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어빙 피첼 Irving Pichel

주연
존 아처....짐 반즈
John Archer....Jim Barnes
워너 앤더슨....찰스 카그레이브스 박사
Warner Anderson....Dr. Charles Cargraves
톰 파워스....세이어 장군
Tom Powers....General Thayer
딕 웨슨....조 스위니
Dick Wesson....Joe Sweeney
에린 오브라이언-무어....에밀리 카그레이브스
Erin O'Brien-Moore....Emily Cargraves
그레이스 스태포드....딱따구리
Grace Stafford....Woody Woodpecker

달에 쓰레기 버리기

50년대가 SF 문학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사실 그 황금기는 작은 게토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로버트 A. 하인라인이 할리우드로 날아가 [데스티네이션 문]을 만들었을 때 동료들의 얼굴은 질투로 시뻘개졌죠. 언제까지 자기네 동아리에서 자기네들만 읽는 책을 쓸 줄 알았던 친구가 갑자기 모두가 보는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다니 이럴 수가!!!

행인지 불행인지, 그 결과는 다소 불분명했습니다. [데스티네이션 문]은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했고 지금도 중요한 SF영화로 기억되고 있지만, 걸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죠. 적어도 이 영화는 50년대 버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아닙니다. 영화만 따진다면 클라크가 이긴 거죠.

이 정도의 성취는 당연합니다. 영화를 끌어가는 내용 자체에 한계가 있는 걸요. [데스티네이션 문]은 인간의 첫 달착륙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사실적으로요. 당연히 정상적인 드라마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어요. 주인공들은 로켓에 몸을 싣고 달에 갔다가 그냥 돌아오는 겁니다. 이들의 모험담이 중요한 건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최초이고 엄청난 기술적 업적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영화는 열심히 드라마를 넣어주려고 합니다. 처음엔 국가에서 지원하던 로켓 계획이 사보타지로 실패하자 민간 기업에게로 넘어가고 결코 이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체불명의 해외 세력은 언론과 시위대를 이용해 이들의 계획을 저지하려 합니다. 물론 여기엔 '누가 먼저 달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느냐'라는 군사적 목적도 있어요. 우주 여행 중간엔 '밖에 나갔다가 로켓에서 떨어져 나가는 동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문제를, 달에 도착하면 이들은 '어떻게 하면 로켓 무게를 줄여 다시 이륙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요. 그렇게 나쁜 이야기들은 아니죠. 하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50년대식이고 이야기가 없어서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마디로 심심한 영화예요.

기술적인 면은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하인라인의 로켓은 아폴로 계획의 우주선들과는 달라요. 일체형이고 원자력을 쓰고 있지요. 하지만 이치에 아주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번들거리는 50년대식 매끈한 금속성 로켓의 외형엔 고아한 멋이 있습니다. 더 좋은 건 이 영화에 나오는 우주 여행의 묘사가 물리학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거죠. 가끔 와이어가 보이긴 하지만 무중력이나 저중력 묘사는 훌륭하고 언급되는 과학도 정확합니다. 광속에 따른 통신 지연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건 아쉽지만, 그건 하인라인 잘못은 아닙니다. 대사에 분명히 통신 지연이 언급되는데 게으른 감독이 반영하지 않은 거거든요. 하여간 50년대 관객들의 눈에는 근사한 눈요기였을 거고, 지금 봐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노골적인 한계는 따분한 캐릭터와 배우들일 겁니다. 특히 엉겁결에 대타로 들어와 달에 함께 날아가는 통신 담당 조는 짜증의 극치죠. 조는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관객의 대표 겸 코미디언으로 들어왔는데, 그의 농담들은 무의미하거나 유치하고 행동은 상당히 짜증나며 전체적으로 영화의 무게를 떨어뜨립니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이나 배우들은 특별히 나은가... 그것도 아니고요. (06/10/18)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는 딱따구리 우디 우드페커입니다. 영화 초반에 로켓 과학을 설명해주는 선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