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옥사이드 팡 Oxide Pang

주연
채탁연....영나
Charlene Choi....Winnie
양락시....아의
Isabella Leong....Yvonne
여문락....위호
Shawn Yue....Ray

인형만들기

옥사이드 팡의 [망상]에서 채탁연이 연기하는 주인공 영나는 얼마 전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습니다. 방황하며 돌아다니던 그녀는 우연히 남자친구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접근하죠. 적어도 이게 도입부의 설정입니다.

이걸 믿어야 할까요? 아뇨. 전혀요. 남자친구를 위해 요리하는 채탁연의 첫모습만 봐도 관객들은 이 영화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채탁연의 캐릭터는 척 봐도 정신적으로 불안해요. 아무리 이 사람이 자기의 일상을 꼼꼼하게 일기에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그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제목부터가 [망상]이잖아요.

그럼 진상은 뭘까요? 그거야 영화를 보셔야죠. 그게 영화가 하는 일이니까요. 옥사이드 팡이 이 영화에서 하는 일은 양파껍질을 벗기듯 주인공의 망상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한 세 겹 쯤 벗겨내고 [싸이코]스러운 엔딩에 도달하면 관객들은 그제서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됩니다. 놀랄까요? 아뇨,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몇 겹의 반전을 의도한 구성이잖아요.

영화의 드라마는 강렬하지만 그렇게 관객들에게 와닿는 편은 아닙니다. 그건 영화가 주인공의 내면보다는 양파껍질 벗기기의 기교에 더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가 지나치게 정신의학에 집착하는 것도 걸립니다. 심지어 중간엔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의사의 목소리가 망상증에 대해 강연을 하기까지 해요. 그 때문에 드라마가 될 뻔 했던 이야기가 영화가 끝날 무렵엔 망상증 환자에 대한 사례 보고서가 되어버립니다.

그래도 채탁연의 연기는 설득력 있는 편이고, 친구로 나오는 양락시는 예쁘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검은 구름이나 뒤에서 쿵쿵거리며 걸어가는 나무 인형과 같은 초현실적인 터치 같은 건 좋았습니다. 반전의 기교와 병명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보다 유연하게 접근했다면 이 영화의 망상도 훨씬 재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07/06/18)

DJUNA

기타등등

보면서 주인공이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인형 만드는 게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라면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