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릭 레이튼 & 랠프 존닥
Eric Leighton & Ralph Zondag

주연
D.B. 스위니....알라다
D.B. Sweeney....Aladar
줄리아나 마굴리스....니라
Julianna Margulies....Neera
조안 플로라이트....베일린
Joan Plowright....Baylene
오시 데이비스...야르
Ossie Davis....Yar
맥스 카셀라....지니
Max Casella....Zini
알프레 우다드....플리오
Alfre Woodard....Plio
사무엘 E. 라이트....크론
Samuel E. Wright....Kron
피터 시라구사....브루톤
Peter Siragusa....Bruton
델라 리스....이마
Della Reese....Eema

1.

[다이노소어]는 디즈니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토이 스토리]나 [벅스 라이프]와 같은 영화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영화들은 디즈니의 영화라기보다는 픽사 영화였지요. 픽사 영화들과 [다이노소어]는 전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픽사 영화들은 자신들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적 없습니다. 하지만 [다이노소어]는 마치 자기가 실사 영화인 척 하죠. 공룡들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상한 실사 영화지만요.

[다이노소어]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실사 영화인 척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관객들은 영화 속의 공룡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압니다. 스탠 윈스턴의 로봇과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했던 스필버그의 공룡 영화와는 달리, 영화는 모형 로봇이라면 훨씬 사실적이었을 장면에서도 디지탈 이미지를 투입시킵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우린 아직까지 진짜 같을 정도의 완벽한 공룡은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여전히 그 비주얼에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아니, 그들이 아주 완벽한 환상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죠. [다이노소어]의 컴퓨터 공룡들은 해리하우젠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공룡들이 가졌던 것과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그 비현실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는 네덜란드의 극사실주의 화가들이 그렸던 작품들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그 이상한 환상을 제공해줍니다. 가짜인 건 분명한데 그래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현기증이 날 정도인 그 이상한 환상을요.

2.

알이었을 때부터 무리로부터 떨어져 레뮤 원숭이들한테서 키워진 이구아노돈이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멕시코 만에 떨어진 운석으로 그들이 살던 동네가 쑥밭이 되자, 알라다는 살아남은 레뮤 원숭이들과 함께 길을 떠납니다. 그들은 크론이라는 이구아노돈의 지휘를 받는 초식 공룡들의 무리를 만나고 그들의 목적지가 '서식처'라는 낙원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하지만 크론의 독단적인 태도와 알라다의 입장은 충돌하고 결국 알라다는 몇몇 낙오된 공룡들과 함께 남고 맙니다.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 카르노타우르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알라다 일행은 서식처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하고...

그렇게 대단한 스토리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스토리와 비교해도 심하게 떨어지죠. 영화의 기본 플롯은 스필버그가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공룡 시대]와 아주 유사하고, 스토리 역시 공룡판 출애굽기에 [타잔] 분위기를 조금 섞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진부한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도 그렇게 훌륭한 편이 아닙니다. 특히 대사들은 치명적입니다. 공룡들이 말을 하는 영화니 아주 사실적인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나칠 정도로 경박하고 거의 현대 틴에이저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억지 유머를 뒤섞은 대사들은 영화의 진지함과 그렇게 잘 맞는 편이 아닙니다. 스토리만 보다보면 따분하기 그지 없죠.

하지만 스토리는 영화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이노소어]를 보러온 관객들은 공룡들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지 확인하러 왔지 스토리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스토리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는 거죠.

그래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디즈니에서는 이보다 더 진부한 설정도 훨씬 알차게 다룬 적이 있으니까요.

3.

[다이노소어]는 디즈니의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위험한 의인화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충 이런 상황 때문이지요. 주인공들은 당연히 말을 해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가족 영화인데 그걸로 무성 영화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공룡들에게 말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만약 육식공룡인 카르노타우르스가 유창한 바리톤으로 대사를 읊는다면 관객들은 웃을 겁니다. 우리가 육식 공룡들에게 바라는 그 야만적인 야수성이 대사 한마디로 사라지니까요.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구분이 나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초식 공룡 이구아노돈, 스티라코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와 레뮤 원숭이들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역인 육식 공룡 카르노타우르스와 벨로시랩터는 말을 못해요. 가장 황당한 건 안킬로사우르스인 얼인데... 얘는 초식 공룡인데도 말을 못합니다. 그리고 꼭 강아지처럼 행동하지요.

가장 자연스러운 해결책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괴상한 논리라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건 우리 인간의 윤리를 우리와 전혀 다른 여러 종들이 모인 일시적인 집단에 대입시킨 결과지요. 초식 동물에 대한 이런 일반적 편애는 아이들에게 생태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 그애들에게 이 영화의 결말은 꽤 암담한 편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답니다. 육식 공룡 하나 없는 좁다란 낙원에 그 많은 초식 공룡들이 들어 왔으니, 쑥대밭이 되는 건 시간 문제 아니겠어요? 아마 그게 공룡이 망한 진짜 이유였는지도 모르죠.

영화가 제공하는 과학적 정보는 어떨까요? 한 가지는 (의식적이지만)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백악기 말기에 레뮤 원숭이가 살았을 리가 없죠. 이 설정은 원시인과 공룡을 한 시대에 밀어넣는 구식 영화의 수법을 살짝 업데이트한 듯 합니다.

운석의 충돌이 끼친 영향은 이상할 정도로 축소되었습니다. 일단 충돌 지역을 벗어나면 다들 멀쩡한 것 같거든요. 하지만 당시 운석 충돌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으니 그들이 보다 낙관적인 결말을 택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실제로 충돌 이후에도 몇몇 공룡들이 살아남았다는 화석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고들 하고요.

공룡 영화의 주인공들을 보다 다양화시킨 것은 장점일 겁니다. 늘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대신 카르노타우르스를 등장시킨 건 큰 공입니다. 사실 카르노타우르스는 티라노사우르스만큼의 인기를 얻을만한 공룡입니다. 일단 더 무섭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늘 트리케라톱스의 명성 뒤에 숨어 있었던 스티라코사우르스를 끄집어낸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차이를 알까요?

4.

영화는 디즈니 가족 영화치고는 굉장히 험악합니다. 수많은 착한 공룡들이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들 때문에 죽습니다.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이상할 정도로 무고한 죽음과 폭력 장면이 많아서 미국 개봉 때는 놀라 우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더군요.

잘한 일일까요?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제공하는 것이 늘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험악한 이야기 역시 필요해요. 문제는 이것이 선악 대결로 비추어진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가족 영화에 태평스러운 먹이 사슬 예찬을 넣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윤색해서 넣으면 [라이언 킹]처럼 위선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고요. 전 [다이노소어]가 최선의 길을 택했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해결책을 알고 있지도 않습니다.

5.

[다이노소어]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스토리와 캐릭터와 같은 기존 영화의 기준을 따른다면 이 영화는 평범하고 따분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제공하는 엄청난 스펙타클을 고려한다면 그런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옳은 일 같지 않군요. 별 셋이 맞는 듯 합니다. (00/07/28)

DJUNA

기타등등

소문에 따르면 [타이타닉]보다 돈을 더 들인 영화라더군요. 사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