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빈 스미스 Kevin Smith

주연
린다 피오렌티노....베서니 슬론
Linda Fiorentino....Bethany Sloane
맷 데이먼....로키
Matt Damon....Loki
벤 애플렉....바틀비
Ben Affleck....Bartleby
제이슨 미위스....제이 팻 버즈
Jason Mewes....Jay Phat Buds
케빈 스미스....사일런트 밥
Kevin Smith....Silent Bob
알랜 릭맨....메타트론
Alan Rickman....Metatron
크리스 록....루퍼스
Chris Rock....Rufus
살마 헤이악....세렌디피티
Salma Hayek....Serendipity
제이슨 리....아즈라엘
Jason Lee....Azrael
지닌 가로팔로....리즈
Janeane Garofalo....Liz
바렛 해크니....스티기아 세 쌍둥이
Barret Hackney....Stygian Triplet
자렛 페닉워스....스티기아 세 쌍둥이
Jared Pfennigwerth....Stygian Triplet
키타오 사쿠라이....스티기아 세 쌍둥이
Kitao Sakurai....Stygian Triplet
알라니스 모리세트....신
Alanis Morissette....God
버드 코트....존 도 저지
Bud Cort....John Doe Jersey
기네비어 터너....버스 정류장 직원
Guinevere Turner....Bus Station Attendant

신성모독이란 참 별난 단어입니다. 거의 비논리적이기까지 해요. 어떻게 말 몇마디로 모독될 수 있는 것이 '신성'할 수 있는지? 진정으로 신성한 것들은 땅 위에 붙어 바글대는 우리 인간들이 주절주절 험한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상하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신성모독적인 행동에 의해 상처받는 것은 신성한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지상의 사람들과 시스템들이지요. 만약 어떤 철없는 친구가 신에 대해 불경스러운 말을 몇 마디 했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저 높은 절대자가 그 말에 상처를 입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 따위로 천상의 계획에 방해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절대자가 그 험한 말을 한 친구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하지도 않겠지요. 피해를 입는 것은 그 절대자의 숭고한 이미지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상의 시스템, 즉 인간들의 교회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그건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 정말로 신성을 모욕한 것은 아니지요.

또 이런 생각을 계속 연장해보면, 오히려 신과 믿음, 종교와 같은 것들에 온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짜 신성모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겠지요. 바티칸을 뒤집어 놓았던 그의 불경스러운 책들은 20세기의 가장 진지한 종교적 체험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바티칸 시스템의 명단에 편입된 사람들의 상당수도 신성모독자들이었습니다. 가까운 예로 잔 다르크를 보세요.

그렇다면 [도그마]도 그런 엄청난 종교적 체험의 결과일까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도그마]는 그냥 종교적 소재를 다룬 코미디입니다. 어떤 때는 가톨릭 교회의 위선과 허울을 비웃고, 또 어떤 때는 교리의 패러독스에 매혹되어 그 안에서 헤매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인간의 법과 신의 종교 사이에 생기는 갈등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는 결코 카잔차키스의 진지함으로 소재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낙태 전문의인 산부인과 의사 베서니입니다. 가톨릭 교도지만 습관적으로 미사에 참석하고 있을 뿐 믿음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지요. 그런 그녀 앞에 천사 메타트론이 나타나서 할 일을 일러줍니다. 뉴저지의 성당에 뛰어들어 고향으로 돌아갈 음모를 꾸미는 두 타락 천사인 로키와 바틀비를 저지하라는 것이지요. 베서니는 어쩌다가 예언자 노릇을 하게 된 제이와 사일런트 밥, 인종차별적인 편견 때문에 성경에서 누락된 13번째 흑인 사도인 루퍼스, 할리우드 전문 뮤즈인 세렌디피티와 함께 뉴저지로 가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그 뒤에는 역시 또다른 타락 천사인 아즈라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고요.

이런 내용이 불경스러운가요? 흠, 글쎄요. 이 영화의 천사들은 충동적인 살인광이거나 전직 알콜 중독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특별히 종교를 모욕하는 존재라고 여기기는 어려워요. 그들의 입이 좀 험하고 하는 행동이 거칠긴 합니다만, 믿음이 없는 존재도 아니고 교리를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막나가는 천사들인 로키와 바틀비의 음모도 엄연히 이미 정해져 있는 규칙 안에서 진행되지요.

다른 요소들은 어떨까요? 이 영화에는 페미니즘 신학의 영향이 꽤 들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신은 여성 대명사와 남성 대명사 모두로 불리우고 마지막에는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죠. 하지만 현대 신학에서 이게 그렇게까지 모험적인 해석은 아닙니다. 13번째 흑인 사도인 루퍼스가 주장하는 흑인 예수에 대한 이야기도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고요. 둘 다 모욕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 신학 논쟁들은 재미있지만 그렇게 날이 선 것은 아니군요. 심지어 영화는 꽤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기회도 일부러 포기합니다. 케빈 스미스가 충분히 담이 컸다면 예수의 결혼설 같은 것들도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이 정도로는 신성모독자의 명단에 오를 자격이 없습니다. 심지어 가톨릭 교회 모독이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군요. 가톨릭 교회야 이보다 훨씬 심한 것들도 감당해 왔습니다. 따지고 보면 [도그마]의 신성 모독 스캔들에 바티칸이 직접 가담한 적도 없죠. 이런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미국의 종교 이익 단체인 가톨릭 리그 사람들인데, 사실 이 사람들은 바티칸의 정식 기관도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도그마]의 신성 모독 논쟁은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었습니다.

오히려 영화의 죄는 충분히 '신성모독'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과격한 아이디어를 동원하며 재미있는 논쟁들을 잔뜩 만들어냅니다만, 정작 핵심을 찌르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건 케빈 스미스가 자신이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가톨릭 교리를 그렇게 깊이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그는 충분한 지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자기 공격 대상에 대해 조금만 더 잘 알았다면 '예수의 형제' 운운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주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스미스의 도발은 비교적 상식적이고 개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가톨릭 교도들보다는 신교도들한테 더 모욕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소재의 자극성에 지나치게 도취되어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주제의 신성함과 표현의 경박함을 결합시키는 데 필요 이상으로 재미가 들었어요. 영화의 반이 이런 식의 농담으로 돌아가니까요. 처음 몇 번이면 재미있지만 끝도 없이 반복되면 식상하기 마련이죠. 어느 순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그 수준이에요. 그러니 많은 농담이 지나치게 자의적이지요. 필요 이상으로 '쿨'하고 필요 이상으로 경박해요.

다행히도 그 정체되어 있는 수준도 꽤 재미있습니다. 그건 그 제한된 공간 안에서 스미스가 꽤 열성적이고 아이디어도 많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로키가 떠들어대는 [바다 코끼리와 목수]의 신학적 해석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결코 캐롤의 원래 의도는 아니지만요!) 죽음의 천사를 연쇄 살인광과, 제1계명을 캐릭터 산업과 연결시키는 장난도 재미있고요. 자막 번역이 조금만 성실했다면 우리 관객들에게 더 와닿을 수도 있었을텐데 유감이군요.

배우들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전 베서니 역의 린다 피오렌티노를 아주 좋아하고, 피오렌티노의 그 비틀리고 건조하며 조금은 새디스틱한 페르소나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스미스가 조금만 이 캐릭터에 신경을 더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정말 좋군요.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피곤한 천사 메타트론으로 등장하는 알랜 릭맨입니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크리스 록은 자신의 원래 이미지를 그대로 재활용하는 편인데, 더 이상을 기대할 필요는 없었어요.

신을 연기한 알라니스 모리세트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너무 캐스팅이 잘 되어서 오히려 어색하군요. 원래대로 엠마 톰슨이 신을 연기했다면 그 사람의 현실적인 이미지가 신이라는 엉뚱한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모리세트는 정말로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입니다.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도그마]는 거창한 야심을 품은 유쾌한 영화입니다. 능력 이상의 시도 때문에 소화시키지 못한 것도 많고 지나치게 장황한 부분도 많습니다만, 종교와 믿음에 대해 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할 만큼 많이 생각한 영화도 많지 않죠. 훨씬 나아질 수 있는 영화였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도 나쁘진 않군요. (03/08/03)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는 가톨릭 교회보다는 디즈니 쪽에 더 확실한 모욕을 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금송아지가 미키 마우스 바지를 입고 있는 걸 보세요. 디즈니 사람들이 스미스에게 이를 가는 것도 당연하죠.

2. 지닌 가로팔로가 베서니의 동료로 잠시 나옵니다. 로키와 베서니에게 표가 매진되었다고 말하는 버스 정류장 직원은 기네비어 터너고요.

3. 위스콘신이 정말로 그렇게 형편없는 곳인가 생각해봅니다. 최근 본 영화 두 편 모두에서 위스콘신을 지옥보다 나쁜 곳으로 다루고 있으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