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성희

주연
박세종....철수

남매의 집

지저분한 반지하방에 어린 오누이가 아버지를 기다리며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집에 침입한 세 명의 괴한들. 물만 마시고 5분 정도만 쉬고 간다던 그들은 도대체 집을 나가지 않고 상황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갑니다.

조성희의 [남매의 집]은 무서운 영화입니다. 괴물이나 끔찍한 신체 손상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위험에 어린아이들이 말려들었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이 아이들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엔 암만 봐도 관객들에게 확신을 주는 장르 규칙이 보이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장르 규칙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가 사실주의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반지하방은 비교적 사실적인 공간이고 아이들도 사실적인 어리아이들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곳은 해롤드 핀터나 사무엘 베케트가 그릴 법한 부조리하게 뒤틀린 공간이지요. 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 넣은 장치 일부가 지나치게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모든 게 맞지 않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육체적으로, 성적으로 위협하는 괴한들부터 그렇죠. 이들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깡패들이 아니고 그들의 위협도 불균질합니다. 리더급인 악당은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존대를 쓰고, 툭하면 망치를 휘두르는 폭력적인 악당은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합니다. 이들이 온 바깥 세계의 정체에 대해서도 확신이 안 서죠. 빨간펜 선생님이 아직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세상이 완전히 망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문명 절반 정도는 붕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 속에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정말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런 건 없으니까요.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려고 하는 것은 그 엇갈리는 정보들이 만들어내는 불안 바로 그 자체니까요. 설명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결코 탈출할 수 없는 악몽인 것입니다. 이런 악몽 사이에 틈틈이 넣어준 유머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참을 수 없는 43분이 되었겠지요. (09/06/29)

DJUNA

기타등등

올해 미쟝센 영화제 대상 수상작입니다. (0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