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밀즈 Dorothy Mills (2008) * * *
감독
아녜스 메를레
Agnès Merlet
주연
카리스 판 하우텐....제인 반 돕
Carice van Houten....Jane Van Dopp
젠 머레이....도로시 밀즈
Jenn Murray....Dorothy Mills
데이빗 윌못....콜린 개리반
David Wilmot....Colin Garrivan
거 라이언....에일린 맥마혼
Ger Ryan....Eileen McMahon
데이빗 갠리....에이든 키어슬리
David Ganly....Aiden Kearsley
게리 루이스....패스터 로스
Gary Lewis....Pastor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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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 [도로시 밀즈]는 영국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랑스 영화에 가까운
다국적 영화입니다. 감독인 아녜스 메를레를 포함한 스태프진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왔고, 영화는 아일랜드에서 찍었으며, 주연배우인 카리스 판 하우텐은 네덜란드인이죠.
굳이 프랑스 영화로 찍어도 되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영어 영화가 시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다보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의
배경으로는 영국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도입부는 이렇습니다. 영국 북부의 외딴 섬에 사는 도로시 밀즈라는 소녀가 돌봐주던 이웃집 아기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맡은 심리학자 제인이 섬에 파견되는데, 그녀는 도착하는 날에 교통사고를 당해 그만 차와 함께 호수에 빠지고 맙니다. 이 장면은 아주 유명한 모 호러영화의 노골적인 직접 인용과 같아서, 경험 많은 관객들은 이후로 제인이 보고 듣는 걸 다 믿지는 않죠.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연 이 장면을 왜 넣었나,라는 생각도 들고, 드러난 드라마에 조금 다른 해석을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여간 제인은 도로시 밀즈와 면담을 갖는 동안 이 아이가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로 아기를 죽인 건 도로시 밀즈가 아니라 아이에게 기생하는 다른 인격이었다는 말이 되지요. 여기까지는 과학적입니다. 하지만 제인 주변에서는 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고, 도로시 밀즈의 증상도 보기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집니다. 결국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고립된 섬 안의 사람들이 숨겨두고 있던 오래된 죄가 폭로되게 됩니다.
[도로시 밀즈]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호러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체질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주인공 앞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일반적인 호러 영화는 그 현상이 얼마나 소름끼치고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현상의 원인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여요. 대신 비교적 꽉 짜인 미스터리를 던져놓고 그것을 하나씩 풀어 질서정연하게 정돈하는 쪽을 택하죠. 편견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소재를 바라보는 프랑스식 관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영화를 보는 동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영국적/개신교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덕택에 내용은 확실하게 정리가 됩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라고 물을 정도는 아니죠. 여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도로시 밀즈]는 비교적 앞뒤가 잘 맞는 유령 이야기입니다. 단지 정리된 듯한 느낌이 지나치게 강해서 호러물에 필수적인 꿈의 논리가 많이 죽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식스 센스]에서부터 [시빌]에 이르는 수많은 선배 작품들의 영향이 노골적인데도 정작 자기 스타일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고요.
배우들의 질은 좋습니다. 카리스 판 하우텐은 (일단 예쁘고) 무시무시한 토착민들 사이에 갇혀 고통 받는 외지인의 역할을 잘 해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발견은 도로시 밀즈를 연기한 젠 머레이입니다. 처음부터 연기력 과시용으로 디자인된 역인데 잘 하더군요. 영화 속에서 그렇게 예뻐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발 하나로 외모가 훨씬 업그레이드되는 후반 부분을 보면 역과 분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10/01/19)
DJUNA
기타등등
도입부에 인용한 것임이 분명한 영화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우연일 리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