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 Bruce Beresford

주연
애슐리 저드....리비 파슨즈
Ashley Judd....Libby Parsons
토미 리 존스....트래비스 레만
Tommy Lee Jones....Travis Lehman
아나베스 기시....안젤라 그린
Annabeth Gish....Angela Green
브루스 그린우드....닉 파슨즈
Bruce Greenwood....Nick Parsons
로마 마피아....마가렛 스콜로스키
Roma Maffia....Margaret Skolowski
다베니아 맥페이든....이블린 레이크
Davenia McFadden....Evelyn Lake
제이 브라조....보비
Jay Brazeau....Bobby
질리언 바버....레베카 팅리
Gillian Barber....Rebecca Tingely
벤자민 위어....매티 파슨즈 (4살)
Benjamin Weir....Matty Parsons, age 4
스펜서 트리트 클라크....매티 파슨즈 (11살)
Spencer Treat Clark....Matty Parsons, age 11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 내용 알기 싫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듀나 [더블 크라임]은 무척 수상쩍은 법논리를 드라마의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리비는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6년이나 복역하는데,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는 도중, 자기가 죽였다던 남편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전직 변호사라는 동료 죄수가 일사부재리의 원칙(doctrine of double jeopardy)에 대해 알려주죠. 이미 남편을 죽인 것으로 재판을 받았으니 대낮 타임즈 스퀘어에서 남편을 쏴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그 동네 법이 아주 특이하지 않다면, 일사부재리는 같은 사건에만 적용되는 걸 겁니다. 그리고 요트 살인 사건과 타임스 스퀘어 살인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지요. 그런데도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이나 되는 법 전문가들은 이 점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프리카 사실 그건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에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법적으로 테스트되지 않습니다. 리비는 결국 남편을 죽이지만 그건 아주 정당한 상황에서였어요.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일사부재리를 들먹일 필요도 없는 거죠.

듀나 그게 이 영화의 두번째로 말도 안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거창하게 '일사부재리'를 제목으로 걸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일사부재리를 거의 써먹지 않습니다. 그건 리비의 복수 동기를 구체화시키고 남편을 협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입니다. 실제로 리비는 남편을 죽일 생각도 하고 있지 않죠.

파프리카 아주 안하지는 않았겠죠.

듀나 감옥에서는 했겠죠. 하지만 최종 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리비에게는 다시 만나야 할 아들이 있었으니까요.

파프리카 흠... 전 아직도 리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떤 때는 모든 걸 다 용서하고 아들만 바라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남편을 진짜로 죽이려는 것 같고요. 그리고 어떤 때는 전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중 몇 개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그냥 이해가 안됩니다.

계획들도 이상합니다. 리비는 정말 가석방 규칙을 그렇게 어기고 무사할 줄 알았을까요? 남편을 쏘아 죽이건 아들을 넘겨 받건, 어차피 다시 감옥에 들어가야 할 판이지 않아요?

듀나 하지만 남편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상황은 유리해지지요.

파프리카 아까는 아들만 만나게 해주면 남편을 용서하겠다면서요? 어떻게 그 두 개가 한꺼번에 가능하죠?

듀나 이상한 건 남편의 음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의 음모는 아이가 없고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나 저지를 음모입니다. 아니면 가족이나 애인 같은 걸 모조리 포기한 사람의 음모거나요. 이 정신나간 작자는 죽음을 위장했으면서도 아들을 끌고 다닙니다. 도대체 아들에겐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었던 걸까요? 언젠간 알아내고 말텐데.

파프리카 아들이 있다는 걸 알아낸 뒤로 리비가 그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있었다는 것도 말도 안되지요. 유능한 사립탐정이라면 남편을 찾아내는 데 이틀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리비에겐 그 정도 조사를 의뢰할 돈은 충분히 있었지요. 정말 물이 줄줄 새는 각본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던 걸까요?

듀나 글쎄요. 전 각본가가 너무 착해서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이 영화의 제목이나 아이디어는 새디스틱한 복수담을 의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그래야 해요. 무고한 사람을 6년 동안이나 감옥에 썩게 한 악당이 그만큼의, 또는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보여주어야 하는 겁니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그거고요.

하지만 각본은 주인공을 그만큼 모질게 만들지 못합니다. 아들이라는 장애도 있지만 천성적으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못되거든요.

파프리카 애슐리 저드가 리비 역을 맡은 것도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 사람은 이미지가 워낙 천사표니까요.

듀나 최종 각본이 그 사람 캐스팅 이후에 바뀌었다면 그랬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하지만 애슐리 저드는 연쇄살인마도 연기한 배우인데...

파프리카 이 영화의 캐스팅은 [아이 오브 비홀더] 이전에 했을테니까요. 그리고 [아이 오브 비홀더]에서 저드는 사악한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멸종 위기의 육식 동물처럼 동정가고 애처롭기까지 한 이미지였지요.

듀나 저드 때문이건, 각본이 원래 그렇건, 이 영화의 어정쩡함은 치명적입니다. 특히 남편을 충분히 괴롭히지 않은 건 너무했어요. 남편은 그냥 총 두 방 맞고 죽을 뿐인데, 이건 리비가 감옥에서 썩은 6년을 보상할 정도는 절대로 아닙니다. 심지어 리비가 뉴올리언즈에서 겪은 고생도 보상하지 못해요. 왜 헐리웃 사람들은 죽음이 충분한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죽는 걸요.

파프리카 전 막판에 트래비스와 리비가 제시한 허수아비 음모 쪽이 훨씬 좋았어요.

듀나 아들을 만나게 해야 하니 그것도 힘들지요. 그런데 그들이 그 허수아비 음모를 만들었는지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죽이려면 훨씬 야무진 방법이 있었고, 재판 받게 하려고 해도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죠. 그냥 괴롭히려고 해도 더 나은 방법이 있었지요.

파프리카 원래 구멍이 많은 이야기니까요. 어떻게 이런 영화가 그렇게 야무진 흥행 성적을 올렸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듀나 글쎄요. 많은 분석가들이 대리 만족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이 영화는 여성 관객 비율이 유달리 높았지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주인공이 원더우먼으로 변해서 못된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 어필했다나요. 하지만...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정도가 너무 약했으니까.

파프리카 저드 팬들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듀나 저드가 오히려 영화 덕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걸요? 저드는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흥행성적을 낸 영화의 주연을 맡은 적 없습니다.

파프리카 배우들만 따진다면 저드는 괜찮았습니다. 예쁘고 연기도 설득력 있고요(갈팡질팡하는 각본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잘한 것이겠네요.) 토미 리 존스도 좋은 조역이었지만 저드보다 앞에 이름이 나갈만큼 큰 역은 아니었어요. 그 사람의 등장 때문에 영화가 [도망자 3]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듀나 브루스 그린우드는 미국영화에 나올 땐 왜 그렇게 끔찍한 역만 하는 걸까요?

파프리카 잘한 연기가 아니었나요? 정말로 얄미웠으니까요.

듀나 어떤 영화였으면 더 나았을까요?

파프리카 음... 법에 더 신경을 쓰는 영화였으면 좋았을 거 같네요. 아까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수상쩍게 적용되었다고 했습니다만, 비비꼬인 사건이니까 오히려 흥미로운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왔을 것 같지 않아요?

듀나 전 그냥 화끈한 복수극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요. [몽테 크리스토 백작]처럼요. 전 이 영화에서 리비가 뉴올리언즈에서 남편과 재회하는 장면이 좋았어요. 매우 [몽테 크리스토 백작] 식으로 통쾌했으니까요. 계속 그 분위기로 유지하면 좋았을텐데 그 뒤로 리비가 너무 약하게 나갔지요. 기절해서 관 속에 갇히는 건 리비가 아니라 남편이어야 했어요. (99/11/25)

D&P

기타등등

저드의 캐릭터들은 요새 고생이 심하군요. 여자 수집광에게 잡혀 강간당할 뻔하고, 살인 누명 쓰고 복역하고, 시체와 함께 관 속에 갇히고, 심지어 연쇄 살인마 역을 할 때도 정신나간 강간범에게 구타당해 유산까지 했으니까요. 도대체 이유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