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페이튼 리드 Peyton Reed

주연
르네 젤위거....바바라 노박
Renée Zellweger....Barbara Novak
유안 맥그리거....캐처 블록
Ewan McGregor....Catcher Block
사라 폴슨....비키 힐러
Sarah Paulson....Vikki Hiller
데이빗 하이드 피어스....피터 맥매너스
David Hyde Pierce....Peter MacMannus
레이첼 드래치....글래디스
Rachel Dratch....Gladys
잭 플로트닉....모리스
Jack Plotnick....Maurice
토니 랜들....시어도어 배너
Tony Randall....Theodore Banner
존 아일워드....E.G.
John Aylward....E.G.
워렌 먼슨....C.B.
Warren Munson....C.B.
매트 로스....J.B.
Matt Ross....J.B.
마이클 인자인....J.R.
Michael Ensign....J.R.
티모시 오문드슨....R.J.
Timothy Omundson....R.J.
제리 라이언....그웬덜린
Jeri Ryan....Gwendolyn
이바나 말리세비치....이베트
Ivana Milicevic....Yvette
멜리사 조지....엘키
Melissa George....Elkie

캐처와 바바라

[다운 위드 러브]의 시대 배경은 1962년 '현재'. 이야기는 [다운 위드 러브]라는 논픽션 저서를 낸 바바라 노박이라는 풋내기 작가가 출판사가 있는 뉴욕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여성의 사회적 독립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책은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남성잡지 [Know]의 바람둥이 기자 캐처 블록은 바바라 노박이 어쩔 수 없이 결혼과 사랑을 원하는 구식 여자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집 마틴이라는 우주비행사로 변장해서 그녀와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다운 위드 러브]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20세기 폭스사 로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컴퓨터 그래픽 로고가 아닙니다. 40년 전에나 쓰였을 법한 구식 버전이지요. 그 다음에 거창한 '시네마스코프' 로고가 나오고 6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통통 튀는 애니메이션이 오프닝 크레딧을 장식하기 시작하면 사전 정보없이 이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은 헛갈리기 시작할 겁니다. 이 영화는 정말 60년대 영화처럼 보입니다! 폭스사 로고 다음에 나오는 리전시 제작사의 로고와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을 무시한다면 정말 그렇게 믿을 수도 있을 걸요.

[다운 위드 러브]는 작년에 나온 [파 프롬 헤븐]과 정확히 같은 의도를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토드 헤인즈가 [파 프롬 헤븐]을 통해 1950년대에 더글러스 서크가 만들었던 멜로드라마를 재현하려고 했다면 [다운 위드 러브]에서 페이튼 리드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던 도리스 데이-록 허드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를 그대로 재현하려 한 것이죠. 유쾌한 성대결의 테마, 화면 분할, 시네마스코프, 양쪽으로 쭈욱 벌어진 파스텔 조의 세트, 60년대식 코미디 연기 스타일... 이 모든 것들을요. 심지어 이 영화는 이런 영화들의 단골 조역이었던 토니 랜들도 빌려오고 있습니다. 일종의 낙관과 같은 것이겠죠.

영화는 60년대 코미디를 극단적으로 모방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역시 극사실주의 회화처럼 숨겨진 예술적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치미를 뚝 떼고 60년대 영화인 척 해도 이 영화의 재구성 과정 자체가 21세기 관객들을 위한 코미디의 일부인 것이죠.

영화는 [파 프롬 헤븐]처럼 완벽한 복고풍의 스타일에 살짝 현대적인 요소를 삽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도리스 데이-록 허드슨 풍의 로맨스는 얼핏 보기엔 거의 완벽한 모방 같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리드는 도리스 데이-록 허드슨 영화를 그대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주제와 스토리를 그 동안 쌓여진 이 영화들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여과시켜 재구성하는 것이거든요. 이들의 영화에 숨어 있는 프리-페미니스트적인 접근법과 동성애 서브텍스트는 [다운 위드 러브]에서 전면으로 떠오릅니다.

원래의 의도가 어떻건 [다운 위드 러브]는 도리스 데이-록 허드슨 콤비의 오리지널 코미디만큼 흥겹습니다. 솔직히 이 인공적인 스타일 모방의 연속은 조금 지치는 구석이 있고 중반 이후 이야기가 지나치게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겹겹으로 쌓인 플롯이 로맨스의 맛을 조금 떨어뜨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만큼 영화의 통통 튀는 분위기가 즐겁고 배우들의 연기도 유쾌하거든요. 아마 그 즐거움의 일부는 60년대 초 미국의 낙천적인 분위기에서 빌려온 것이겠지만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나중에 21세기 초 미국의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반증하는 영화사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거예요. (03/10/07)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에 나오는 주디 갈란드의 클립은 [에드 설리번 쇼]가 아니라 [주디 갈란드 쇼]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2. 끝없이 반복되는 '10분만'이라는 대사 때문에 자꾸 이효리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