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2000 Dracula 2000 (2000) * *
감독
패트릭 루시에
Patrick Lussier
주연
제라드 버틀러....드라큘라
Gerard Butler....Dracula
저스틴 워델....메리 헬러
Justine Waddell....Mary Heller
조니 리 밀러....사이먼 셰퍼드
Jonny Lee Miller....Simon Sheppard
크리스토퍼 플러머....아브라함 반 헬싱/매튜 반 헬싱
Christopher Plummer....Abraham Van Helsing/Matthew Van Helsing
콜린 피츠패트릭....루시
Colleen Fitzpatrick....Lucy
제니퍼 에스포지토....솔리나
Jennifer Esposito....Solina
제리 라이언....발레리 샤프
Jeri Ryan....Valerie Sharp
오마 엡스....마커스
Omar Epps....Marcus
대니 마스터슨....나이트셰이드
Danny Masterson....Nightshade
로클린 먼로....에디
Lochlyn Munro....Eddie
숀 패트릭 토머스....트릭
Sean Patrick Thomas....Trick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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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웨스 크레이븐의 드라큘라 2000]이라는 정식 타이틀이 붙어 있지만
사실 웨스 크레이븐이 이 영화에서 한 일은 별로 없죠? 제작 총지휘쯤 되나?
듀나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편집자 출신의 풋내기 감독이 만든 작품이니 흥행용 이름이 하나쯤 필요했겠죠. 웨스 크레이븐 우산 밑에서 만들어진 영화인 건 사실이니 아주 사기는 아니에요.
파프리카 영화는 19세기 말 드라큘라의 관이 데메테르호를 타고 영국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도입부만 보면 다른 드라큘라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죠. 하지만 타이틀이 다 흘러가면 영화는 잽싸게 서기 2천년의 런던으로 건너 뜁니다. 여기선 런던의 고미술상인 매튜 반 헬싱이라는 영감이 등장해서 자기 할아버지인 아브라함 반 헬싱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에 나오는 아브라함 반 헬싱의 모델이라고 떠벌리죠. 그러니까 이 영화의 무대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벌어진 일들이 사실인 평행 우주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처럼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소설로 읽혀지는 곳이죠. 물론 아주 같지는 않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정말로 드라큘라가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
듀나 매튜 반 헬싱은 사실 아브라함 반 헬싱입니다. 1세기 전에 드라큘라를 관에 가두는 데 성공한 그는 만일을 대비해 드라큘라의 피를 자신한테 주사하면서 장수하고 있었던 거죠. 소설 속에서와는 달리 이 영화의 드라큘라는 절대로 죽지 않거든요. 그런데 하필이면 도둑들이 그의 가게에 들어 드라큘라가 든 관을 털어갑니다. 세상에 다시 나온 드라큘라는 메리 헬러라는 여자를 찾아 마디 그라가 한창인 뉴올리언즈로 가는데, 메리는 알고 봤더니 반 헬싱의 딸입니다.
파프리카 드라큘라는 메리를 자신의 짝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딸이나 손녀에 가깝지 않아요? 드라큘라가 메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메리가 아버지 반 헬싱을 통해 드라큘라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잖아요. 알고보면 상당히 근친상간적이에요.
듀나 그런데 반 헬싱의 딸이라고 드라큘라의 피를 물려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요. 아버지가 딸에게 물려주는 건 유전자 코드지 피가 아닙니다.
파프리카 흡혈귀 병도 에이즈같은 전염병이 아닐까요?
듀나 제가 어찌 알겠어요. 하여간 이 영화도 다른 [드라큘라] 영화들이 한 짓은 다 합니다. 드라큘라는 여자들을 꼬시고 물어서 세 신부들을 만들고 (왜 드라큘라들은 신부들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흡혈귀 사냥꾼들은 그의 뒤를 쫓습니다. 드라큘라의 최종 목표가 되는 여자 주인공도 있고, 루시, 반 헬싱 박사와 같은 이름들이 계속 사용되고요. 물론 이 영화의 루시는 [피너츠]의 루시에서 이름을 따왔다지만요.
파프리카 하지만 중반부터 달라지잖아요? 드라큘라는 알고 봤더니 가롯 유다 + 방황하는 유태인입니다. 예수를 배신하고 자살하려 하지만 죽을 수가 없어서 영원히 지상을 떠도는 존재죠. 그가 십자가와 같은 기독교적 상징물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그것들이 자신을 저주한 신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은에 민감한 이유는 은 삼십 세겔에 대한 나쁜 기억이 남아서고요!
듀나 그게 말이 되나요?
파프리카 글쎄요. 꽤 참신한 해석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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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참신할지는 몰라도 무척 웃기지 않아요? 특히 드라큘라의 회상을 통해
마치 50년대 성서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십자가 형 장면이 나올 때는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게다가 역사적으로도 그게 말이 되지 않죠. 드라큘라는 분명히 기독교도였거든요. 루마니아에서는 회교도로부터 기독교 국가를 구한 영웅 취급을 받았단 말이에요. 그 사람이 가롯 유다라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죠.
파프리카 이런 성서식 해석 때문에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스티그마타]와 [오멘]을 오리지널 [드라큘라]에 결합한 듯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기독교적인 요소들이 보통 이상으로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몇 개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재미있어요. 특히 우리의 여자 주인공 메리를 보세요. 이름이 '메리'인데다가 '버진' 레코드 체인점에서 일하잖아요!
듀나 차라리 종교적으로 그냥 뻗었다면 영화가 괜찮아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드라큘라 2000]에는 그런 일관성은 없습니다. 일단 드라큘라를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를 보세요. 이 배우는 전형적인 프랭크 란젤라식 드라큘라입니다. 잘빠진 바람둥이 타입이죠. 이런 친구가 가롯 유다라고 믿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게다가 막판의 [매트릭스]식 액션은 또 어때요? 드라큘라야 그냥 그러려니 치죠. 하지만 아무리 반쯤 흡혈귀가 되었다고 해도 메리까지 꼭 그렇게 날고 기는 [매트릭스] 액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저스틴 워델의 조그만 몸이 와이어에 매달려 이리저리 날아다닐 때는 정말 불쌍하기까지 하더라니까요.
파프리카 근데 저스틴 워델은 정말 작더라고요.
듀나 그게 현대복과 고전 의상의 차이죠. 현대복은 수직 방향을 강조하는 편이기 때문에 작은 사람들은 금방 차이가 나요. 키 크고 마른 사람들이 현대복에 유리한 것도 그 때문이죠.
파프리카 이게 그 사람 첫번째 현대물인가요?
듀나 아뇨, IMDb를 찾아보니까 [The Misadventures of Margaret]이란 영화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 빼면 처음일 거예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워델은 19세기 장면에 나온다는군요! -듀나)
파프리카 저스틴 워델은 괜찮았어요. 막판 액션신은 없는 게 더 좋았겠지만 그건 배우 탓이 아니죠. 형편 없는 대사 역시 그 사람 탓은 아니고요. 그리고 아까 키가 작네 어쩌네 했지만 현대복장을 입은 모습도 귀여워요.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조니 리 밀러도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낸 편이죠. 제라드 버틀러는...
듀나 이쁘기는 한데 카리스마가 좀 부족하지 않아요?
파프리카 저한테는 그저 여자 꼬시는 재주가 밝은 바람둥이로 보이더라고요. 드라큘라가 여자들 손짓으로 여자들을 꼬시는 장면들은 얼마나 웃기던지!
듀나 참, 제리 라이언이 드라큘라의 신부들 중 하나로 나오잖아요.
파프리카 난 그 사람 헤어스타일이 싫었어요. 지나치게 헤퍼보여요. 역시 제리 라이언은 세븐 오브 나인 헤어스타일이 딱이라니까.
듀나 드라큘라의 신부가 세븐 오브 나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어요?
파프리카 역과는 상관없이 그냥 싫었다는 거죠.
듀나 결말을 내야 할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내용과 스타일의 일관성이 없는 게 가장 큰 약점이죠. 덕택에 나름대로 독창적인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졌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지나치게 공식적이 되고 말았어요.
하지만 영화 보는 2시간 동안은 지루하지는 않았답니다. 가끔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신나게 웃기도 했고요. [드라큘라]의 새로운 버전을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셔도 될 것 같네요. 물론 저스틴 워델이 현대복을 입으면 어떻게 보이나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괜찮은 영화가 될 거고요. (01/04/06)
D&P
기타등등
영국 개봉 당시 이 영화의 제목은 [드라큘라 2001]이었다더군요. 그러고보니 참 세월 많이 흘렀어요.
2000년을 SF 소설 배경으로만 여기던 때가 엊그제 같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