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니 할린 Renny Harlin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조 탄토
Sylvester Stallone....Joe Tanto
버트 레이놀즈....칼 헨리
Burt Reynolds....Carl Henry
킵 파듀....지미 블라이
Kip Pardue....Jimmy Bly
스테이시 에드워즈....루크레시아 '룩' 존스
Stacy Edwards....Lucretia "Luc" Jones
틸 슈바이거....보 브란덴부르크
Til Schweiger....Beau Brandenburg
지나 거숀....캐시 모레노
Gina Gershon....Cathy Moreno
에스텔라 워렌....소피아 시몬
Estella Warren....Sophia Simone
크리스티앙 드 라 푸엔테....메모 모레노
Cristián de la Fuente....Memo Moreno
로버트 숀 레너드....드밀 블라이
Robert Sean Leonard....DeMille Bly

1.

조와 지미

[드리븐]은 보 브란덴부르크와 지미 블라이라는 두 카레이서의 경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둘 다 신경이 바짝 서 있습니다. 브란덴부르크는 신인인 블라이에게 연패를 당해서 자존심이 상해 있고, 블라이도 새로 쏟아진 승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정신이 위태위태하고요.

그러다 블라이가 슬럼프에 빠지자 팀의 두목인 칼은 그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전직 레이서인 조 탄토를 팀으로 불러들입니다.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이들은 세계 곳곳의 경기장을 누비며 끝도 없이 카 체이스를 하고, 사고를 당하고, 영웅이 되고, 삼각관계에 빠지고 승자가 되고 패자도 됩니다. 그러는 동안 결전의 나날은 서서히 다가오고...

2.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자막을 보면 자동차 경주는 9억의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이 통계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전세계의 시청률을 조사하는 믿음직한 통계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9억의 시청자'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전 과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주변엔 그 9억에 속해있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는 걸요.

그렇다면 제가 영화를 보고 그 9억 중 한 명이 될 생각이 났을까요? 역시 아니랍니다. 전에도 종종 말했지만 전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카체이스도 그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아니에요. 챗바퀴 속에 갇힌 다람쥐처럼 비슷비슷한 모양의 괴상한 차들이 빙빙 도는 걸 구경하는 게 그렇게까지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드리븐]은 온갖 방법으로 카레이스에 입체감을 부여하려 하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그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대형 사고만 없다면 이 영화의 카레이스는 지루합니다. 심지어 어느 게 누구 차인지도 신경이 쓰여지지 않는 걸요. 물론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다 부서지는 자동차도 나쁘지 않은 구경거리지만 꼭 카체이스 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그 정도 구경거리는 널려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BMW 단편 영화들이 [드리븐]보다 훨씬 박진감넘치고 재미도 더 있어요.

3.

그렇다면 카체이스 외에 다른 것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두 카레이서가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레이스에만 정신이 팔려 사생활이 붕괴되어 가던 브란덴부르크는 여러 일을 겪는 동안 여자 친구 소피아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합니다. 그러는 동안 지미는 승리에 대한 압박감과 온갖 무시무시한 상업주의의 마수를 떨쳐버리고 순수한 스포츠 정신으로 돌아가고요. 그러다보니 영화 후반에 가면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패자도 승자도 없이 모두 환히 웃으면서 다들 자기 것을 챙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들이 트랙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의 '성숙'도 여전히 뻔한 장르의 규칙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르는 제대로 된 영화를 창출해낸 적이 없는 걸로 악명이 높죠.

게다가 끝의 좋은 분위기는 결국 자화자찬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가슴 큰 여자들을 장식품으로 끌고 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기계들을 다루는 남자들의 자화자찬이지요. [드리븐]은 남성 호르몬의 악취가 코끝을 찌르는 영화입니다. 물론 거기에 대해 어떤 자기 성찰도 없는 영화이고요. 그러니 모두가 좋게 끝날 수밖에.

[드리븐]이 저에게 준 교훈은 기계들이 빙빙 도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다는 것과 이들을 다루는 사람들의 허풍을 제가 견뎌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이들이 온갖 특수효과와 스턴트맨을 동원해 만들어낸 카레이스보다 차라리 '여자 친구'역의 에스텔라 워렌이 왕년의 실력을 보여주는 1분짜리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장면이 훨씬 기억에 남는 걸요. (01/06/1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각본가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