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찰스 스톤 3세 Charles Stone III

주연
닉 캐넌....데븐
Nick Cannon....Devon
조이 살다나....라일라
Zoe Saldana....Laila
올란도 존스....제임스 리 박사
Orlando Jones....Dr. James Lee
레너드 로버츠....숀
Leonard Roberts....Sean
GQ....제이슨
GQ....Jason
제이슨 위버....어네스트
Jason Weaver....Ernest
얼 포이티어....찰스
Earl Poitier....Charles
캔데이스 케리....디어드리
Candace Carey....Diedre
셰이 라운드트리....빅 롭
Shay Roundtree....Big Rob
미겔 개탄....트레이
Miguel Gaetan....Trey

숀과 데븐

최근 할리우드 흑인 영화의 새로운 추세 중 하나는 기존 '흑인 영화'의 주제나 소재와 무관한 작품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의 인종만 제외하면 전형적인 여피 로맨스였던 [Brown Sugar]나 [Deliver Us from Eva]이 대표적인 예겠지요. 오늘 다룰 [드럼라인]도 예외는 아니고요.

제가 보기엔 당연한 흐름 같습니다. 흑인들이 나온다고 해서 늘 인종 차별과 흑인 문화만 다루라는 법은 없죠. 슬슬 보편적인 소재와 내용에 접근할 때가 된 것입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관객들도 다양한 소재를 요구할테고요.

[드럼라인]의 소재는 대학 밴드부입니다. 거의 흑인들만 나오는 영화지만 작품 전체를 통해 인종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죠. 가끔 유일한 백인 캐릭터인 제이슨이 역차별에 대한 농담을 몇마디 던지지만 그뿐입니다. 미국 흑인들의 당연한 자존심은 영화에 녹아 있지만 영화는 꼭 그걸 끄집어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데븐이라는 신입생입니다. 천재적인 드러머인 그는 드럼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A&T라는 남부 흑인 대학에 입학합니다. 데븐은 밴드부에서 자기 재능을 마음껏 뽐내지만 지나친 스타 의식 때문에 다른 밴드 멤버들과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데븐은 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배우게 되고 데븐을 받아들인 A&T는 라이벌인 모리스 브라운 대학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네? 스포일러라고요? 설마...)

[드럼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건전함입니다. 영화는 거의 교과서적인 입장에서 갈등을 만들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 결과 제시되는 주제 역시 모범적인 것입니다. 개인의 개성과 집단의 협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는 거죠.

이 태도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교과서적 접근법 역시 존중될 가치가 있죠. 냉소주의로 가득한 최근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이 건전함은 오히려 꽤 신선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건전함이 곧 스토리의 도식화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장르화된다는 것 자체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도식화된 스토리에 캐릭터가 종속되면 문제지요.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스토리에 질질 끌려다니느라 자연스러운 감정과 캐릭터 발전을 겪지 못합니다.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결말도 갑작스럽고 손쉬운 화해의 산물이고요.

도식적인 스토리 전개의 단점을 완화시키는 건 영화의 에너지입니다. [브링 잇 온]처럼 [드럼라인]은 미식 축구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밴드부를 전면으로 끄집어낸 스포츠 영화입니다. 소재는 음악이지만 다루는 방식은 스포츠 영화식이지요. A&T와 모리스 브라운 대학의 대결은 거의 집단 권투와 같습니다. 그럴싸한 허세와 폭력적 분위기가 음악과 결합된 스포츠지요.

그래도 전 [브링 잇 온]의 날아다니는 치어리더들 쪽이 더 좋고 그네들의 정신없는 모럴 스토리에 더 끌립니다. [드럼라인]은 너무 쉬운 길로만 간 듯 해요. (03/04/02)

DJUNA

기타등등

모리스 브라운 대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학입니다. 영화에 언급되는 것처럼 밴드부로 유명하고요. 자기네들을 치사한 악당으로 다루는 이런 영화에 밴드부가 별 거부감없이 출연한 걸 보면, 참 맘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