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해리슨 John Harrison

주연
알렉스 뉴먼....폴 아트레이데스/므와디브
Alec Newman....Paul Atreides/Muad'Dib
사스키아 리브즈....레이디 제시카 아트레이데스
Saskia Reeves....Lady Jessica Atreides
윌리엄 허트....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
William Hurt....Duke Leto Atreides
바보라 코데토바....차니
Barbora Kodetova....Chani
이언 맥니스....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
Ian McNeice....Baron Vladimir Harkonnen
지안카를로 지아니니....사담 코리노 4세
Giancarlo Giannini....Padishah-Emperor Shaddam Corrino IV
줄리 콕스....이룰란 코리노 공주
Julie Cox....Princess Irulan Corrino
우베 오흐센크나흐트....스틸가
Uwe Ochsenknecht....Stilgar
P.H. 모리어티....거니 할렉
P.H. Moriarty....Gurney Halleck
제임스 왓슨....던컨 아이다호
James Watson....Duncan Idaho
라즐로 I. 키쉬....라반
László I. Kish....Rabban
매트 키슬라....페이드-라우타 하코넨
Matt Keeslar....Feyd-Rautha Harkonnen
주자나 가이슬레로바....가이우스 헬렌 모히암 원장
Zuzana Geislerová....Reverend Mother Gaius Helen Mohiam
로버트 러셀....웰링턴 유에 박사
Robert Russell....Dr. Wellington Yueh
카렐 도브리....파르도트 카인즈 박사/리에트
Karel Dobry....Dr. Pardot Kynes/Liet

폴과 차니

듀나 개인적으로 프랭크 허버트의 팬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야하겠군요. 저도 [듄]이 좋은 SF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SF 서사시' 운운하는 팬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허풍이 심한 작품이니까 말이에요.

그러나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루리타니안 로맨스의 고풍스러운 매력도 강하지만 그래도 가장 강렬한 것은 모래 행성 아라키스의 시각적 인상이지요. 한없이 뻗은 모래 언덕과 그 속에 숨어 사는 거대한 모래충의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보세요. 손이 마구 화폭으로 끌려가지 않습니까?

파프리카 이 작품을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그렇게 많았던 것도 이상하지는 않죠. 가장 먼저 시도한 사람은 호도로프스키였지요? 그 영화를 위해 HR 기거가 컨셉 디자인까지 했었지만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하긴 호도로프스키 같은 사람이 시도하기엔 지나치게 스케일이 컸습니다.

그 다음에 시작한 사람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데이빗 린치였지요. 이 영화는 야심작이었지만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제작자에 의해 난도질되다시피한 두 시간 짜리 영화는 결코 원작의 스케일과 내용을 살리지 못했고 린치의 예술적 파탄도 심각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떻게 봐도 결코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작년 겨울에 나온 케이블 텔레비전 용 미니 시리즈였습니다. 바로 오늘 다룰 이 작품이죠.

듀나 극장용 영화와 미니 시리즈는 각자 장단점이 있습니다. 극장용 영화는 서사극에 맞는 거대한 화면을 제공할 수 있지만 상영시간에 제한을 받습니다. 반대로 미니 시리즈는 작은 화면에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긴 이야기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요새는 미니 시리즈의 장점이 조금씩 늘어나는 편입니다. HD 텔레비전이니 DVD니 하는 것들의 등장 덕택에 텔레비전의 화면이 예전보다 더 커진 셈이니까요. 여전히 극장용 영화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넓은 캔버스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미니 시리즈 [듄]이 등장한 것도 그런 장점에 힘입은 바가 클 거예요.

파프리카 우선 장점부터 이야기해보죠. 우선 미니 시리즈는 영화처럼 허둥지둥 달리는 작품이 아닙니다. 각 에피소드가 한시간 반 짜리인 3부작이니까 러닝타임이 4시간 반쯤 되는 셈입니다. 미니 시리즈는 여유있게 그 시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코넨이 아트레이데스 하우스를 공격하는 게 1부의 끝이니, 영화에서는 거의 무시되었던, 아라키스 행성의 일상사나 정치적 알력과 같은 것들이 상당히 자세히 묘사되었지요. 덕택에 훨씬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장점이지요. 원작은 꽤 재미있는 스토리를 과시하는 소설로, 그 스토리도 느긋하게 이어지는 긴 호흡을 장점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배우들은 린치가 기용한 '스타'들에 비해 카리스마가 많이 떨어집니다.

듀나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던컨 아이다호나 유에 박사와 같은 캐릭터들은 이미지가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할리우드 스타인 윌리엄 허트도 레토 공작을 하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인 인물이어서 아주 잘 맞지는 않아요.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린치 영화들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선 전 제시카를 연기한 사스키아 리브즈가 참 좋았습니다.

파프리카 원래부터 좋아하는 배우 아닌가요?

제시카

듀나 그렇기도 하죠. 재미있는 건 제가 린치 영화에서 제시카를 연기한 프란체스카 아니스와 이 배우를 늘 한 패키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다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클래시'한 영국 배우잖아요. :-)

리브즈는 아니스만큼 고상한 위엄을 과시하지는 않습니다. 훨씬 유약하지만 현실적인 인물이죠. 다소 위험한 접근법이었을지는 몰라도 이번엔 먹혔습니다. 리브즈의 제시카는 아니스의 제시카보다 훨씬 감정 이입이 쉬운 사람이어서, 외계 행성을 무대로 한 이 판타지에 강한 사실감을 부여해주었습니다.

폴을 연기한 알렉스 뉴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았습니다. 예고편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금발의 아리안 전사 같은 이미지에 조금 질렸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는 생각외로 작은 체구였고, 1편의 겁먹은 소년에서부터 3부의 전능한 독재자로 이어지는 변화도 믿음직했습니다. 오히려 여러 면으로 린치 버전의 카일 맥라클렌보다 설득력이 있었어요.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줄리 콕스였습니다. 아니 꼭 배우 덕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 배우가 연기한 이룰란 공주의 캐릭터가 원작과 상당히 달랐으니까요.

파프리카 맞아요. 원작과 린치 버전에서는 정략 결혼으로 팔려가는 예쁜 물건에 불과했죠. 하지만 미니 시리즈에서는 오히려 가장 생각이 깊은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이 작품은 이룰란 공주를 꽤 일찍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1부에서 이룰란은 아라키스로 내려와 폴과 첫번째 대면을 갖죠. 그 뒤로 이 캐릭터는 계속 아라키스를 둘러싼 외교전에 끼어들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갑니다. 마지막 결말도 이 캐릭터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고요.

듀나 이룰란의 캐릭터 변형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그것 말고도 자잘한 변화가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행동 동기를 조금씩 바꾸어주었죠. 대표적인 예가 제시카의 출생 비밀 같은 것입니다만.

파프리카 여기까지는 비교적 긍정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단점도 많아요. 무엇보다 2천만 달러밖에 들이지 않은 저예산 시리즈라는 티를 팍팍내고 있습니다. 특히 특수 효과는 질이 떨어져요. 사막 세트들도 현실감이 떨어지고요.

듀나 세트에 대해서는 조금 길게 이야기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엔 제작비 부족보다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는 것 같거든요.

우선 왜 이 세트들이 현실감이 없었는지부터 말해보죠.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막 장면을 실내 스튜디오 안에서 찍고 있습니다. 그것도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해서 장면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사막 그림을 병풍처럼 둥그렇게 쳐서 활용하고 있죠. 컴퓨터 특수 효과에 익숙한 요새 관객들의 눈엔 이런 특수 효과는 애들 장난처럼 보입니다.

비토리오 스토라로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미스터리의 해답은 촬영감독의 이름에 숨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촬영을 맡은 사람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촬영감독인 비토리오 스토라로입니다. 적어도 그는 이 시리즈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당연히 그의 영향도 컸겠지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둥그렇게 친 병풍은 그에게 가장 당연한 해결책이었을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스토라로는 이 영화에서 극단적인 원색이 한 화면 속에 공존하는 강렬한 초현실적인 칼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 바바 풍이라면 바바 풍이겠지요) 이건 로케이션 촬영으로는 쉽게 도달할 수 없죠. 당연히 실내 쪽이 편합니다. 하지만 블루 스크린을 사용하면 스토라로가 원하는 충분한 통제가 어렵습니다. 배우들을 둘러친 병풍을 활용하면 촬영 감독은 자기 카메라와 조명만으로 원하는 화면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지요.

파프리카 하지만 너무 가짜처럼 보이는 걸요!

듀나 그렇긴 해요. 하지만 덕택에 향수가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5,60년대 SF를 보는 느낌이니까요.

병풍보다 제가 더 불만인 건 디지탈 특수 효과였습니다. 1부는 괜찮았어요. 우주선은 잘 묘사되었고 모래충 추적 장면 같은 것도 괜찮았지요. 하지만 그 뒤로 점점 특수 효과가 약해지더군요. 특히 3부 끝에 전쟁이 끝난 뒤의 폐허 장면은 좀 심하다 싶었습니다.

파프리카 더 빈약한 건 액션 묘사가 아니었나요? 프레멘이 하코넨을 급습하는 장면들은 정말 약했습니다. 거의 옛날 [V] 미니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니까요. 아트레이데스 일가가 하코넨의 공격을 받는 장면도 약하기 짝이 없었어요. 제작비 때문인지, 감독의 능력 한계 때문인지 모르겠군요. 둘 다일지도 모릅니다.

그보다 더 짜증이 났던 것은 미술이었습니다. 특히 의상이 그랬어요.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인 악취미를 과시하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하코넨 일가는 심해도 너무 심했어요.

듀나 하코넨 가는 원래 고상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까 이해를 해주어야죠.

파프리카 하지만 플라스틱과 같은 파란 색으로 범벅이가 된 황실 사람들은 어때요? 왜 베네 제세리트들은 다들 그런 하얀 피크닉 모자를 쓰고 있는 거죠?

듀나 불평을 하려면 끝도 없죠. 하지만 전 전체적으로 이 작품이 자기 역할을 꽤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수 효과가 더 좋았다면, 미술이 더 맘에 들었다면 좋았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대하드라마 [듄]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공이라고 봐요. 물론 열혈 [듄] 팬들은 계속 맘에 안들어 하겠지만, 그 사람들이야 저 알바 아니죠. (01/04/02)

D&P

기타등등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에 흥분한 사이파이 채널에서는 존 해리슨에게 속편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뭣하러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속편들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