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찰스 월터즈 Charles Walters

주연
주디 갈란드....한나 브라운
Judy Garland....Hannah Brown
프레드 아스테어....돈 휴즈
Fred Astaire....Don Hewes
앤 밀러....나딘 헤일
Ann Miller....Nadine Hale
피터 로포드....조나단 해로우 3세
Peter Lawford.... Jonathan Harrow III
줄스 먼신....프랑스와
Jules Munshin....François
클린턴 선드버그....마이크
Clinton Sundberg....Mike

1.

'A Couple of Swells'

돈 휴즈와 나딘 헤일은 지난 몇 년 동안 환상의 댄서 커플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딘이 홀로서기 위해 독립해서 나가자, 돈은 반복수심으로 풋내기 댄서인 한나 브라운을 새 파트너로 영입하게 됩니다. 둘이 서서히 파트너로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동안 한나는 돈을 사랑하게 되지만 나딘의 기억은 그들을 쉽게 놔주지 않는군요.

2.

[이스터 퍼레이드]는 MGM 시대에 만든 주디 갈란드의 가장 좋은 뮤지컬들 중 하나지만 제작 과정은 그렇게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원래 이 영화는 남편이었던 빈센트 미넬리가 감독하고 진 켈리와 시드 셰리스가 공연할 예정이었지요. 하지만 점점 어긋나고 있던 결혼 생활 때문에 미넬리는 중간에 감독직을 포기했고 켈리와 셰리스는 부상으로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감독 찰스 월터즈와 공연 배우인 프레드 아스테어, 앤 밀러는 모두 대타였던 거죠.

이런 교체는 결코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전 미넬리가 이 작품을 완성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미넬리가 남긴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고 월터즈 역시 능숙한 장인이었으니 크게 손해본 건 없었을 겁니다. 갈란드와 켈리는 분명 좋은 콤비였지만,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우린 갈란드와 아스테어 콤비를 볼 수 없었겠죠. 이 영화가 그들의 유일한 공연작이었으니까요. 셰리스도 좋았겠지만 앤 밀러의 첫 MGM 뮤지컬의 기회를 제공해준 것도 나쁠 건 없었어요. 밀러와 셰리스의 춤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셰리스는 밀러처럼 노래를 직접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3.

많은 아서 프리드의 MGM 영화들에서 줄거리는 기존 유행가들을 엮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이스터 퍼레이드]라고 예외일 건 없죠. 이들의 이야기는 흔해 빠진 사각관계 이야기에 [피그말리온] 스토리를 첨가한 것으로, 처음부터 독창적이려고 시도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가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핑계로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전 이 진부한 이야기가 여전히 쓸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설정이지만 돈과 한나, 나딘, 조니가 엮어가는 사각 관계는 기대 이상으로 동적입니다. 물론 우린 끝에 가서 누가 맺어질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긴장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4.

그러나 어정쩡한 줄거리의 보일락말락한 장점이 이 영화의 핵심은 아닙니다. 당연히 춤과 노래가 먼저여야지요.

우선 여기서 약간 어긋나는 부분들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주디 갈란드는 기술적인 면만 따진다면 최상의 콤비가 아닙니다. 아스테어는 전설적인 댄서지만 평범한 가수이고, 갈란드는 전설적인 가수지만 평범한 댄서니까요.

켈리와 갈란드 콤비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스테어는 파트너가 좋을수록 빛을 발하는 댄서입니다. 덕택에 이 영화에서 그가 진짜 빛나는 장면들은 그가 갈란드 없이 찍은 부분들입니다. 갈란드의 장점이 드러나는 노래 장면들 속에서 아스테어는 조금 기가 죽는 것처럼 보이죠. 그 역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영화에 휩쓸리다 보면 이 단점들은 그렇게까지 분명히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어긋나는 점들이 좀 있긴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좋은 콤비이고 같이 찍어 좋은 장면들도 많거든요. 특히 갈란드와 아스테어가 거지 콤비로 나오는 'A Couple of Swells'은 이들의 재능이 적정선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흥겨운 쇼입니다.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의 [탑 햇]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듯한 갈란드와 아스테어의 첫 댄스 넘버 역시 재미있고요.

물론 아스테어의 댄서로서의 재능이 진짜 빛을 발하는 장면들은 다른 데 있습니다. 'A Couple of Swells'이전에 나오는 'Steppin' Out with My Baby'는 MGM 뮤지컬 장르에서 아스테어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였는지 증명해주는 댄스 장면입니다. 특히 아스테어가 슬로우모션으로 날아다니는 후반부는 기가 막힙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Drum Crazy'의 어린아이와도 같은 즐거운 춤 역시 인상적입니다.

갈란드 역시 아스테어의 영향이 적을수록 더 갈란드다워집니다. 'I Love a Piano'로 시작되는 경쾌한 메들리나 'Better Luck Next Time'이 대표적인 예죠. 어울리는 댄스 장면에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앤 밀러는 그렇게까지 예쁜 역을 맡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댄서로서 갈란드보다 확실히 뛰어납니다. 'Shaking the Blues Away'은 기둥 줄거리와의 연관성은 없지만 역동적이고 강렬한 댄스 넘버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밀러는 아스테어에게 갈란드보다 더 좋은 댄스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It Only Happens When I Dance with You'에서 둘이 춤추는 장면을 한 번 보세요. 내용상 돈은 어정쩡하게 뒤로 빼고 있지만 몇 스텝 밟기도 전에 나딘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고 맙니다. 제가 한나여도 질투가 났을 거예요.

5.

[이스터 퍼레이드]는 좋은 뮤지컬이지만 [사랑은 비를 타고]나 [악대차]처럼 불꽃튀는 걸작은 아닙니다. 아서 프리드 공장에서 나온 좋은 공장 생산품쯤으로 여기시면 될 듯 해요. 물론 주디 갈란드, 프레드 아스테어, 어빙 벌린과 같은 빛나는 재능들이 뭉쳐 만든 공장 생산품이라면 결코 가볍게 여길 게 못되지요. (03/05/06)

DJUNA

기타등등

1. 갈란드의 솔로 'Mr. Monotony'는 최종 편집에서 삭제되었습니다.

2. 시드니 셸던이 이 영화의 공동 각본가들 중 한 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