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모어턴 David Moreton

주연
크리스 스태포드....에릭
Chris Stafford....Eric
티나 홈즈....매기
Tina Holmes....Maggie
앤더슨 가브리치....로드
Andersen Gabrych....Rod
스테파니 맥베이....엄마
Stephanie McVay....Mom
리 딜라리아....앤지
Lea DeLaria....Angie
존 이바이....아빠
John Eby....Dad
안토니오 카리에로....앤디
Antonio Carriero....Andy
제이슨 슈잉그로스....스티브
Jason Scheingross....Steve

[17살의 혼돈]의 시대 배경은 1984년, 무대는 오하이오 주 샌더스키 시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에릭은 졸업을 앞둔 평범한 고교생입니다.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 대학에 입학할 꿈을 품고 있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여자 친구 매기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지요.

여름방학이 되자, 에릭은 매기와 함께 유원지의 식당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다가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 다니는 게이 대학생 로드를 만납니다. 로드와 에릭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에릭은 점점 자신이 게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죠. 식당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 에릭은 결국 로드와 섹스를 하게 되고, 의심은 사실이 됩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자, 에릭은 서서히 게이로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평범했던 복장이 조금씩 보이 조지 + 듀란 듀란 풍으로 변해가고, 유원지 레스토랑을 경영하던 레즈비언 앤지가 연 샌더스키 시 유일의 게이 바인 '프룻 & 넛'에 드나들고요. 그러나 게이 바에서 그가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섹스 뿐이었고 로드와의 관계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죠. 그나마 그동안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매기와의 관계 역시 어려워져만가고요.

관객들은 이와 아주 유사한 일이 이 영화의 각본가 토드 스티븐즈에게 일어났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일단 샌더스키 시는 스티븐즈의 고향이거든요. 80년대 중반에 스티븐즈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것도 분명하고요. 세상 참 빨라요. 80년대가 벌써 추억의 시절이 되다니.

하여간 [17살의 혼돈]의 가장 큰 장점은 80년대라는 시대 배경의 정밀한 활용입니다. 애니 레녹스니 보이 조지니 하는 사람들이 어정쩡한 성의 경계 속에서 놀던 그 당시를 생각해보세요. 이 영화에서 가장 황당하게 유쾌한 부분은 에릭이 자신의 게이 상에 자기를 맞추어가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보다 덜 노골적이고 섬세한 방법으로 당시 팝 문화를 활용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어느 쪽으로 흐르건, 영화는 80년대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빈정거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책없는 향수에 푹 빠지지도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80년대의 게이 성장기라는 이 영화의 상표를 걷어내도 남는 부분은 많습니다. 에릭의 이야기는 이런 부류의 다른 게이 성장 영화들처럼 지나치게 로맨틱하지도 않고 메시지 남발도 없으며 자기 연민도, 감상주의도 없습니다.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낙관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잊어줄 수 있습니다. 에릭이 겪는 서투른 모험은 정말 사실적이고 와닿으니까요. 에릭의 주변 인물들 역시 상당한 깊이로 묘사되었습니다. 특히 매기와 에릭의 어머니는 흥미롭습니다. 섹스 신보다 이들과의 관계가 조금 더 묘사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다시 말해 [17살의 혼돈]은 독립된 영화로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지금까지 제가 수도 없이 보아온 게이 성장 영화들과 얼마나 분명한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시대 묘사도 좋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이 영화에는 이미 고정되어 버린 이 장르의 매끈한 신작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듯 합니다. (00/09/03)

DJUNA

기타등등

레즈비언 코미디언 리 딜라리아가 앤지로 나옵니다.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 딜라리아가 '집에 가요'라고 말한다는데, 극장에서 끊어먹어서 그랬는지, 전 못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