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카르주코프 Mikhail Karzhukov
오타르 코베리제 Otar Koberidze

주연
라리사 고르데이치크....타냐 크릴로바
Larisa Gordeichik....Tanya Krilova
보리스 보리센코....안드레이 사옌코
Boris Borisenko....Andrei Sayenko
오타르 코베리제....이반 바탈로프
Otar Koberidze....Ivan Batalov
페터 카르드....사령관
Peeter Kard....Flight Commander
A. 게네신....폴
A. Genesin....Pol
V. 앤파블리스....나레이터
V. Yanpavlis....Narrator
니콜라이 티모페예프....크릴로프
Nikolai Timofeyev....Krilov
니콜라이 볼코프....라웅튼
Nikolai Volkov....Laungton
T. 포셰파....에타니야, 외계인 여인
T. Pochepa....Etaniya, the alien woman

센추리아

냉전시대의 미소 우주개발 경쟁은 양측의 SF물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영화계에선 당시만큼 많은 우주인들이 지구밖으로 진출한 적이 없었죠. 심지어 SF 장르가 당연한 주류 오락으로 자리잡은 지금과 견주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양쪽 영화가 보여준 비전은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외계에 대한 공포에 집중했다면, 러시아의 주류 SF는 그보다 훨씬 낙천적이었죠. 당연하지 않겠어요? 우주의 모든 지적 생물들은 사회 진화의 수렴을 거쳐 막시스트 유토피아의 시민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반 에프레모프의 [안드로메다 성운]을 보세요.

[우주에서의 조우]도 그런 낙천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센추리아의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전파를 타고 날아온 노래를 듣고 지구에 탐사대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들의 우주선은 화성에서 실종되고 지구인들은 그들을 구조하러 나서죠.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갈등은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외계인들의 호전성을 의심하는 라웅턴 박사와 발달된 문명의 선함을 믿는 우주인들의 대립이 더 큰 드라마죠. 이 두 대립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와 소비에트 러시아의 주류 SF 영화의 대립으로 봐도 크게 어긋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나 논리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들은 근미래를 무대로 한 SF를 만들면서도 과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무시되는 게 광속이죠. 외계인들이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날아오는 것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파 신호를 통한 교신을 다룰 때도 그런 편법을 써서는 안 되지요. 우주선 묘사도 속도부터 교신 방식에 이르기까지 수상쩍은 것 투성이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도 아주 이상합니다. 솔직히 전 제가 이 영화의 스토리를 완전히 따라갔다고 주장하지도 못합니다. 그건 번역이 나빠서일 수도 있고 각본이 엉터리여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후자 같아요. '외계의 우주선이 화성에 불시착했다'라는 간단한 정보도 똑바로 전달하지 못하는 건 자막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흐리멍덩한 스토리는 엉성한 자막으로 변명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드라마와 액션의 논리가 없습니다. 모든 게 몽유병자의 공상처럼 엉성하게 흐를 뿐이죠. 이에 비하면 할리우드의 레드 컴플렉스 영화들은 천재의 작품들입니다.

낙천주의는 아름답지만, 낙천주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받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예술에서는요. [우주에서의 조우]에서 용서받을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세트 디자인과 특수 효과 정도겠죠. 참, 여자 우주인 타냐로 나오는 배우도 예쁩니다. 지구인을 만나자 섹시한 태도로 휘청거리다 지구인 남자 품 안에 폭 쓰러져 기절해 버리는 게 하는 일의 전부인 외계인 여자 역 배우도 예쁘고요. 남자들의 얼굴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여자들도 조금만 더 많이 나왔다면 얼굴 가려내기 어려웠을 걸요. 캐릭터 구별이 거의 의미가 없는 영화였으니 말이죠. (05/07/18)

DJUNA

기타등등

그래도 [스타트렉]에서는 레너드 니모이에게 가짜 귀를 달아주는 성의라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 이상한 패션 감각을 가진 지구인 백인 여성처럼 생긴 외계인을 그대로 등장시키면서도 쑥스럽지 않았을까요?